국회의원도 어려운 e쇼핑...공인인증 해결책은?

"공인인증서에서 '공인' 빼고 경쟁 유도해야"

인터넷입력 :2017/04/10 15:23    수정: 2017/04/10 15:23

공인인증서의 폐해를 지적하기 위해 현역 국회의원들이 직접 인터넷 쇼핑에 도전했으나, 본인인증이 어려워 주어진 시간 내에 미션을 완수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자주 겪는 문제인데, 이에 공인인증서에서 '공인'이란 단어를 빼고 기술 경쟁을 유도하자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4차산업혁명시대, 새마을운동식 IT정책에서 시장경쟁으로'라는 주제로 공인인증서 2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좌), 홍의락 무소속 국회의원(우).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무소속 홍의락 의원이 노트북을 붙잡고 인터넷 쇼핑에 도전했다. 주어진 과제는 5분 안에 지정한 책 한 권을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검색해 찾고, 구매까지 성공하는 것.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공인인증서 제도 때문에 겪는 국민의 불편을 체험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인터넷 쇼핑 결제 경주는 제한시간 5분으로 진행됐지만, 제한시간 5분을 30초 남겨두고 3인 모두 핸드폰 본인인증에 막혀 결제를 끝내지 못했다. 8분 경과 이후에도 인터넷 쇼핑을 끝마친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책 한 권도 8분 안에 구매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인'과 '인증' 중독이 공인인증서 문제의 근원

박지환 변호사는 "한국이 '공인' 중독 사회"라는 지적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박 변호사는 "2001년 정보통신부가 1인 1공인인증서 운동, 즉 일종의 새마을운동식으로 공인인증서를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공인인증서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하다가 내놓은 방법이 정부에서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의 효력을 보증하는 것이었다"며 "한국은 정부가 효력을 보증한다는 안락함에 빠진 '공인' 중독 사회"라고 지적했다.

또 "공인인증서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데 정부에서 개입하는 격인 인감제도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인증' 중독 사회가 됐다고도 비판했다.

박지환 변호사는 "태어날 때부터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는 주민등록번호는 원래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본인 인증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민간에서도 본인인증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이후 주민등록번호 요구가 남발되는 등의 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본인인증 기술·제도 전문가, 전문기관이 정책을 두고 토론하기보다 정부 정책 방향을 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적 대안이 기존 제도와 경쟁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두려움을 갖고, 민간에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해도 정부가 허가해야 시장에 보급되는 운영 형태가 지속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인과 인증에 중독되면서 정부가 기술적·정책적 정답을 마련해 일사천리로 보급하는 인터넷 새마을운동이 완성됐다"면서 "관변 전문가와 전문기관은 정책을 두고 토론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해놓은 정답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고 말했다.

■"공인인증서에서 '공인' 빼면 문제 해결된다"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박지환 변호사는 현 공인인증서 문제의 원인을 '경쟁의 부재'로 꼽았다.

박 변호사는 "매년 액티브X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꾸준한 문제 제기 끝에 논-액티브X를 적용하는 웹사이트도 있지만 그다지 보급되지 않았다"며 "최근 기사를 보면 법인용 인감 시장에서는 대안이 없어서 공인인증서를 계속 쓴다고 하는데, 모두 정부 눈치만 보고 본인인증 기술 경쟁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국내와 해외 시각차만 봐도 한국에서 본인인증 기술 경쟁이 부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한국은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 제일 우수한 제도인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해외에서 블록체인은 한국 공인인증서에 이용되는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 등과 함께 본인인증 관련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해외에서는 시장 경쟁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이용자가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지환 변호사는 공인인증서에서 '공인'을 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우수한 기술이라면 공인을 붙이지 않아도 이용자들에게 선택받는 기술이 될 것"이라며 "공인이라는 글자를 빼도 사라지는 건 정부의 사전 규제 권한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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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박 변호사는 기술 스타트업 양성을 언급했다.

박지환 변호사는 "기술 스타트업이 대안이다. 여러 기술적 대안들이 나오면 서로 경쟁하게 될것"이라며 "정부는 소비자 보호 쪽에 집중해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