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더니"...현대차 '세타2 엔진' 결국 17만대 리콜

"엔진 아닌 공정 문제, 개선 완료"...내달 22일부터 개시

카테크입력 :2017/04/07 11:16    수정: 2017/04/07 11:54

정기수 기자

소음, 시동꺼짐 등 현상으로 논란을 빚었던 '세타2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 쏘나타, K7, K5,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자동차의 5개 주력 차종 17만대가 제작결함으로 결국 리콜(시정조치)된다.

앞서 지난 2015년 미국 내 리콜 조치로 인해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한 국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바 있으나, 현대·기아차는 줄곧 "국내 생산 차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오다 뒤늦게 자발적 리콜에 나서게 됐다. 시기적으로도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이뤄진 조치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그랜저(HG), 소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현대·기아차의 5개 차종 17만1천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그랜저 HG(사진=현대차)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으로 그랜저 2.4GDI 11만2천670대 ▲쏘타나 2.5GDI·2.0터보 GDI 6만92대 ▲K7 2.4GDI 3만4천153대 ▲K5 2.5GDI·2.0터보 GDI 1만3천32대 ▲스포티지 2.0터보 GDI 5천401대 등이다. 현대차 아반떼 등 19개 차종(82만5천대·2013년), 르노삼성 SM5·SM3(39만2천대·2015년)에 이어 국내 실시된 단일 리콜 사례로는 역대 세 번째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6일 국토부에 결함 원인과 시정 방법 등을 담은 리콜계획서를 제출했다. 앞서 국토부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현대차의 일부 모델에서 엔진 소착(마찰열로 인해 접촉면이 달라붙는 현상)으로 인해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한다는 보도와 제보가 잇따르자 지난해 10월 제작결함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에서 소착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제작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지난달 말 국토부에 보고했다. 오는 20일에는 평가위원회 상정이 예정돼 있었다.

다만 국토부는 현대·기아차가 자발적인 리콜 시행 의사를 밝히고 리콜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제작결함 조사를 종료하고 시정계획의 적정성만 평가키로 했다.

세타2 엔진 결함 부위(사진=국토교통부)

계획서에 따르면 2013년 8월 이전 생산된 세타2 엔진은 소착현상으로 인한 소음과 시동꺼짐 현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착현상이란 마찰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접촉되는 면이 용접한 것처럼 되는 현상이다.

마찰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랭크 샤프트(엔진 동력전달 장치의 일종)에 오일 공급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속 이물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금속 이물질로 인해 부품 간 마찰이 심하게 발생한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는 주행 중 시동 꺼짐이나 엔진 파손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3년 8월 이후에는 현대차가 엔진 이물질을 씻어내는 공정을 보완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17만여대의 리콜 대상 차량을 대상으로 소음 정도 측정 등 문제 점검을 위한 추가 검사를 실시한 뒤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차량만 개선된 엔진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엔진원가와 공임비 등 엔진 교체 비용은 1대당 최소 20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체 차량이 아닌 결함이 발견된 차량에 대해서만 엔진을 교환하는 만큼 리콜 관련 비용이 대규모로 소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리콜은 다음달 2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2011∼2012년식 쏘나타(YF) 약 47만대를 리콜하고 2013∼2014년식은 보증 수리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공정 청정도 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라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엔진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토부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자 세타2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 보증기간을 기존 5년· 10만km에서 10년·19만km로 연장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일각에서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당시에도 국내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의 보증기간 확대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국내 리콜 건은 세타2 엔진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가공 공정의 문제로 2013년 8월 이후 공정상 적절한 조치를 통해 개선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객 관점에서 모든 사안을 철저하게 점검,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 130만여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결함 원인은 국내와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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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차종은 쏘나타, 싼타페, 쏘렌토, 스포티지 등 5개 차종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세타2 엔진 결함을 신고했으며 130만대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하는 것을 협의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세타2 엔진 결함은 크랭크 샤프트 핀이라는 엔진 부품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아 소음과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함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