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 ‘장사’가 ‘예술’로 바뀐 이야기

전경아 언노운플레이스 대표, ‘아이디어스’ 입점해 자아실현

인터넷입력 :2017/03/23 13:40    수정: 2017/03/23 14:39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은 돈벌이다. 무엇을 하든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벌려는 욕구가 우선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창작 활동은 조금 다르다. 돈을 버는 기쁨 보다는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에 감동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 기쁨은 결코 돈으로 대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배고픈 직업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면서도 창작 활동에 기꺼이 뛰어든다. 그리고 끝내 어려운 현실을 극복,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도전을 통해 빛을 보는 창작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더 많은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언노운플레이스 전경아 대표.

패션 액세서리 전문 언노운플레이스의 전경아㊲ 대표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액세서리 디자이너의 부푼 꿈을 키우며 전공을 잘 살린 경우다.

전 대표는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성공할 자신도 있었고, 실력도 인정받았다.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 액세서리 관련 업무를 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그리고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졌을 무렵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났고, 용기를 내 울타리를 뛰쳐나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바깥은 더욱 차갑고 냉혹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노가다 하듯 밖으로 뛰어다니며 액세서리를 팔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지금은 프리마켓이 많아졌지만, 2010년경엔 이런 판로조차 별로 없었다. 신사동 가로수길 팝업 스토어에서 액세서리를 팔다, 숙명여대 앞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찾는 디자인은 전 대표가 만들고 싶은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가로수길에서 판매할 땐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재미있었는데, 일상적인 상권에 오니까 고객 접점과 잘 안 맞았어요.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질리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을 원하더라고요. 액세서리의 디자인을 따지기보다 생활용품처럼 고르더라고요.”

전 대표는 순간 “내가 이러려고 액세서리 디자인을 했나”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장사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장사를 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다른 판로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 때 카카오스토리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서비스가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수공예 상품을 온라인에 직접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아이디어스’다.

아이디어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언노운플레이스의 패션 액세서리.

“오프라인 매장을 하고 있을 때 매장 뒤 창고에서 액세서리 사진을 찍어 아이디어스에 열심히 올렸어요. 액세서리 말고 다른 것으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어찌됐든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수익이 나는 걸 오래 해보자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씩 새 상품을 올렸어요.”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처음부터 반응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전경아 대표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었고, 주문량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금은 경기도 이천 자택 한켠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재료를 사입해 디자인 구상해서 액세서리를 만들어 촬영하고, 사이트에 업데이트하는 것부터 제작, 배송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혼자서 다 해요. 남편이 일 끝나고 오면 박스 포장 같은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요. 볼륨을 키우는 것보다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로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개입하게 되면 마치 음식점 주방장이 바뀌어 맛이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고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 되거든요.”

전경아 대표는 하루에 약 20시간 일한다. 들어온 주문량을 소화하려면 잠잘 시간도 아껴야 한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즐겁다며 웃음을 보인다. 실적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은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했지만, 집요하게 질문하자 “억대 매출은 나온다”고 답했다.

전경아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꿈을 온라인 공간에서 이룬 셈이다. 액세서리 디자이너로서 자부심도 살렸고, 대기업 임원 못지않은 금전적인 혜택도 누리게 됐다. 2년 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핸드메이드 창작자들의 수공예 전문 플랫폼 '아이디어스'

“아이디어스에 입점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가끔 저도 생각을 해봐요. 매장에서 지지부진 하다가 자구책을 찾아보긴 했겠지만, 분명 이 기간 안에 이렇게까지 올 수 있을만한 뭔가가 있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품질 나쁘고 저가 중국 상품들이 넘쳐나는 오픈마켓에서는 작가의 자존심상 판매했을 것 같진 않고요.”

하루 약 4시간 취침하는 시간을 쪼개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 홍대까지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전 대표는 몇 번이나 “액세서리 일을 괴롭지 않은 수준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는 수준까지만 즐기고 싶다는 뜻이었다.

“잘할 수 있는 걸 업으로 삼았으니 자아실현이 우선이에요. 몸은 힘들지만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고 격려해줬을 때 느껴지는 보람은 정말 커요. 저희 액세서리를 선물용으로 구매한 남성 고객이 후기란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글을 남긴 경우가 있었어요. 한참 뒤에 누군가가 너무 안 됐다면서, 그 물건 중고로 팔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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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많지만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좌절하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전 대표는 ‘도전’과 ‘고민’을 주문했다. 특히 액세서리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힘든 분야라고 조언했다. 잘 만든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데 멍석이 없어 안달이 났다면 도전을 해야겠지만, 이제 해볼까 하는 단계면 좀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PC와 스마트폰, 택배 시스템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혼자서 많은 걸 할 수 있긴 하지만, 너무 정보가 많다 보니 선택 장애를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스 같은 좋은 플랫폼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