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發 '전기차 빅뱅' 잘 대응하려면…

[테슬라가 온다-하]생태계 변화 준비…정책 지원도

카테크입력 :2017/03/16 13:29    수정: 2017/03/16 13:54

박영민, 이은정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테슬라 상륙, '제2의 아이폰' 쇼크?

(중) 국내 산업계 '테슬라 효과' 어디까지?

(하) 테슬라發 전기차 빅뱅 제대로 대응하려면…


“올해가 전기차 시장 전초전이라면 2018년에는 눈에 띄는 변화를 볼 정도로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올해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 1만4천대, 내년엔 8만대를 예상하고 있고 1회 충전 시 항속거리 300km가 넘는 차종도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기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테슬라의 국내 진출과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장거리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는 올해와 내년을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빅뱅’의 시기로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300km 정도면 사실 자동차에 있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지는 항속 거리”라면서 “올해 정부와 민간을 합쳐서 급속충전기가 1천기 정도가 깔리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지표로 내년이면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사라지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보편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자동차 산업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된다.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 생태계와 충전 인프라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중소기업들도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라지는 車 부품 생태계…업체들은 아직 '긴가민가'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와 모터, 출력을 제어하는 엔진의 역할을 하는 파워트레인과 전자제어장치(ECU)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원가 중 전자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5%, 2050년 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내연기관차 부품만 생산해왔던 업체들은 고민이 많아졌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전기차 부품 개발의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실히 열릴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 대규모 투자는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판단에 아예 고급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업체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을 두고 보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3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전기차 부품은 일반 자동차 부품보다 경량화 소재와 정밀한 기술이 필요해 개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며 “차체부터 각종 부품까지 설계 기술이 완전히 달라지고 유사하게 들어가는 부품도 전기차에는 10분의 1 수준밖에 적용되지 않아 내부적으로도 긴 고민 끝에 작은 규모로 준비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전 중인 테슬라 모델 S (사진=씨넷)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100년 이상 견고하게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순식간에 재편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 전기차 특화 솔루션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업들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생태계와 공색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를 쓴 김경연 연구위원은 “이미 델파이, 덴소, 보쉬, 콘티넨탈 등 티어1 부품기업들도 자동차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전기차 파워트레인 및 시스템과 관련된 각종 모듈, 소프트웨어 등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특화 솔루션 역시 기존 부품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많은 데다 전기차 역시 기존 부품 기업들이 내주고 싶지 않은 주요 테마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전기차는 부품이 많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부품 업체가 모두 생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자동차 선두 업체 벤츠도 이미 모터 등 전기차 부품을 다 수직계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앞으로도 자동차 판은 지속적으로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시대, 정책도 받쳐줘야…

전기차 시장이 국내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인프라 확충, 기술표준 정비, 안전환경 기준 등 정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충전 인프라다. 산업부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전기차 충전소 수를 약 1만기에서 2만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 중 공용 급속 충전소는 전국 주유소의 20% 수준인 2천500기가 생길 예정이다.

충전소 인프라 확충과 함께 사후 관리 부실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사업수행기관이 설치한 충전기에 대해 최소 2년 간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 책임이 있지만 ▲정부가 발행하는 전기차 공공충전인프라 카드의 인식 오류 ▲충전기와 차체 충전구의 위치로 인한 주차 문제 등 불편함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오너들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어렵게 지하주차장에 충전기를 마련했지만 공용 주차장이다 보니 일반 자동차도 주차하면서 충전할 공간이 없어 애를 먹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김필수 교수는 “일본은 5년 단위 마다 전기차 충전기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예산안을 편성해 현재까지 특별하게 충전기에 대한 기능상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전기차 충전기 카드 인식 오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충전기 관리에 대한 예산 편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 차량과 안전제일 입간판 등이 세위진 3월 5일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 인프라의 부족 자체가 전기차 확산의 결정적 제약 요인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장거리 이동을 해야할 때야 곳곳에 마련된 급속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하루 이동 거리가 일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내에 들어오고, 현재 기술로는 주유소 급유보다 전기차 충전 시간이 적어도 5배 이상 걸리는 만큼 전기차 사용자 대부분이 집에서 충전하는 것을 선호하지 굳이 공용 급속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일은 드물다는 이야기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급속 충전 인프라 필요성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공동주택 충전소 설치 의무화 등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병용 아우토바인 대표는 "공용 충전기 보다 거주지에 충전기가 설치돼야 편리함이 대폭 높아지는데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규가 없고 단지 내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전기차 소유자가 직접 주민들이나 관리주체 동의를 받아야하는 불편이 있다"면서 "법적으로 아파트 주차장 내 일정 부분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게끔 정책적으로 유도하면 전기차 사용자들이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 경쟁…전기車 vs. 수소車 승자는?

전기차 빅뱅에 대응해 수소차 중심으로 친환경차 경쟁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동안 주로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수소차 개발에 더 무게를 두고 투자를 집중해왔다. 수소차는 대기 중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 후 이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주행하는 원리로 구동되는 친환경차다.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상설 추진단’ 창립총회를 열고 최근 발족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정책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본격적인 수소차 로드맵 마련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수소차 상용화를 추진해왔던 현대차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 수소 콘셉트카 FE 실내. 멀티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의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현대차 영국법인)

그동안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에서 수소차보다 전기차 개발에 집중해왔던 이유 중 하나는 연구개발(R&D)에 대한 비용부담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삼성SDI, LG화학 등 전지 업체에서 배터리 관련 R&D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모터와 구동 계통 등에 대한 R&D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에서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R&D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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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열리자 그동안 전기차 대응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현대차도 전기자동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라인업을 발표하며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수소차는 충전거리와 최대주행거리에서 전기차를 압도하고 전기차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긴 충전시간과 달리 수소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휘발유 주유와 유사한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다"면서 "수소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가격과 인프라 등 현재의 비교열위를 빠르게 극복해 나가야 하며 전기차와 벌어진 시간의 간극을 얼마만큼 빠르게 좁히느냐는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