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 도입된 스타트업 AI 기술 살펴보니

챗봇서 재활까지…여러 영역서 쓰기 시작

인터넷입력 :2017/03/16 16:03

손경호 기자

거창한 것처럼 보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스타트업을 통해 실제 기업 비즈니스 곳곳에 쓰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들에 비해 몸집은 작지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운영하는 속도가 빠른 스타트업들이 내놓은 기업용 AI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15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사옥에서 여기어때가 주최한 여기모임에는 AI 기술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뜬구름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에 AI기술을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주목된다.

숙박업소 추천을 위해 챗봇을 도입한 여기어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대주주인 연구소 기업 마인즈랩, 각종 상담업무에서 챗봇을 통해 고객관계관리(CRM)까지 자동화하겠다는 데이터나다, 재활환자를 위한 치료에 AI를 도입한 네오팩트 등이 그렇다.

왼쪽부터 데이터나다 양주동 대표, 마인즈랩 유태준 대표, 네오펙트 김향중 CIO, 여기어때 김상헌 챗봇TF장.

■숙박앱용 챗봇 '알프레도' 쓸만한가?

여기어때는 '알프레도'라는 챗봇을 출시했다. 이 회사 김상헌 챗봇TF장은 "5만 곳 이상 방대한 국내 숙박DB와 스테이테크 기술을 집약해 숙박챗봇 개발에 성공했다"며 "24시간 사용자 응대가 가능한 개인화된 숙박비서를 활용해 여행일정 설계, 숙소예약 형태 등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김상헌 TF장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챗봇을 어떻게 만들어야 실제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줄까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이미 앱 내에서 전화상담, 1:1문의, 숙소검색이나 예약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온 목표는 "개인화된 숙소추천으로 숙소선택의 새로운 경험을 주자"는 것이다. 이름을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집사 '알프레도'에서 따온 것도 그 때문이다.

개인화된 숙소추천을 위해 알프레도는 마치 친구와 모바일메신저로 주고 받듯이 '제주도에서 3일 정도 묶을 생각인데 괜찮은데가 있나?', '거기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아?', '어떤 점이 좋은 거야?'라는 등의 질문에 답을 준다. 물론 서비스 도입 초기인 만큼 아직 완벽하게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마치 친구에게 호텔, 모텔 등을 추천을 받아 이것저것 물어봤을 때 적절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까지 서비스를 정교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5만 곳 이상 숙박업소에 대한 DB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카테고리명, 제휴점명, 객실명, 부대시설, 지역명 등 중요 키워드를 뽑아내 보다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용 '봇 앱스토어' 내세운 마인즈랩

마인즈랩은 비즈니스 분야에서 여러 영역에 쓰일 수 있는 일종의 봇 앱스토어를 지향한다.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3일부터 자사 웹사이트를 개편해 여러가지 분야별로 다양한 챗봇 서비스와 대화를 나눠볼 수 있게 했다.

유태준 대표는 현재 챗봇 생태계를 크게 3개 계층으로 구분했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들이 가운데 플랫폼 영역을 쥐고 있다면 챗봇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API.ai와 같은 챗봇빌더가 그 아랫단에 있다. 플랫폼 위에는 실제로 각 비즈니스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 챗봇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중에서 마인즈랩은 챗봇 애플리케이션 단에서 텍스트는 물론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까지 파악해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일종의 봇 앱스토어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챗봇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해 여러 분야 기업들이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P2P대출회사 8퍼센트에 챗봇 넣은 데이터나다

데이터나다는 주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챗봇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 말까지 중소기업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AI 기반 챗봇을 통해 완성해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양주동 데이터나다 대표는 "현재 국내서 유일하게 돈을 받고 챗봇을 파는 회사"라고 자사를 소개했다.

이 회사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은 대상 기업이 챗봇을 도입했을 때 매출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24시간 사람 없이도 고객들에 대한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챗봇의 강점이지만 질문에 답을 잘못했다가 오히려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사례들도 나오는 탓이다.

양 대표는 "챗봇이 질문에 대해 잘못된 답변을 내놓지 않도록 해서 도입했을 때 매출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챗봇이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정보조회와 정보변경이 그것이다. 금융권을 예로들면 은행에 전화해서 내 은행 계좌 잔고가 얼마냐를 물어보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정보조회를 챗봇이 대신해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향후에는 자산관리회사나 증권사 같은 곳에서 자동분산투자 기능을 켜거나 끄는 등 정보변경에도 적용한다는 생각이다.

■뇌졸증 환자 맞춤형 재활 치료에도 AI가 실력발휘

네오팩트는 뇌졸증 환자들을 위해 AI 기반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회사 김향중 최고정보책임자(CIO)에 따르면 뇌졸증 환자들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재활훈련을 받기 쉽지 않고, 돈도 많이 든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라파엘 스마트 재활 솔루션'이다.

김향중 CIO는 "재활로 기존 삶을 되찾을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이 재미가 없어서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치료받고 싶어도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국내서만 85%에 달한다"며 "개인화된 최적의 재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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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가진 솔루션은 손에 끼는 스마트글러브와 어깨, 팔꿈치, 손목 등을 훈련할 수 있는 스마트보드로 구성됐다. 이러한 기기로부터 환자의 재활과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AI 기반 알고리즘을 분석해 최적의 치료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의료비가 비싸고 재활치료를 받기 여의치 않은 대신 원격진료가 허용된 미국에서 1월 출시돼 먼저 호평 받았다. 일부 환자들은 손가락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는데 라파엘을 사용하면서 손가락도 움직이고, 주먹도 쥐고 펼 수 있게 됐다는 감사의 글을 회사에 보내기도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