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국내 상륙…'제2의 아이폰' 쇼크?

[테슬라가 온다-상]찻잔 속 태풍 or 거대한 폭풍

홈&모바일입력 :2017/03/15 11:11    수정: 2017/03/15 12:59

정현정, 조재환 기자

2009년 아이폰이 상륙한 이후 대한민국의 모바일 생태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콘텐츠와 서비스 생태계가 새롭게 구축됐고 국내 IT 기업들은 변화를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스마트폰 쓰나미에 휩쓸려 MP3, PMP,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무력화됐다.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의 애플로 종종 비유된다. 유려한 디자인과 슈퍼카급 성능에다 중간 대리점을 없애고 온라인 주문만 받는 방식 때문이다. 테슬라 국내 상륙을 앞두고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 국내 진출에 맞춰 테슬라 열풍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연관 산업계에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지 전망해본다. 또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가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어떤 대비를 해야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테슬라 상륙, '제2의 아이폰' 쇼크?

(중) 국내 산업계 '테슬라 효과' 어디까지?

(하) 테슬라發 전기차 빅뱅 제대로 대응하려면…


미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한다. 국내 진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를 모았던 테슬라가 국내 시판에 본격 나서면서 어떤 폭풍을 몰고올지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코리아는 약 1년 간의 국내 시장 진출 준비 과정을 마무리하고 15일 스타필드하남 매장을 오픈한다. 이틀 뒤인 17일엔 청담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환경부 인증을 마친 ‘모델 S 90D’를 시작으로 모델 S 기타 트림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 X’와 보급형 전기차 ‘모델 3’까지 순차적으로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소비자들의 관심도는 최고조다. 지난해 ‘모델 3’ 발표 직후 우리나라는 국가별 사전 예약 건수 상위 5개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첫 시판 차량인 ‘모델 S 90D’ 시승 요청 건수는 1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전용 폐쇄형 소셜미디어 ‘블라인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과반수 이상인 51.2%가 “전기차 구입시 테슬라를 사겠다”고 응답했다.

■ 테슬라, 한국 시장 제대로 찍었다

국내 전기차 팬들의 관심에 테슬라도 화답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홍콩, 일본, 대만, 마카오에 이어 테슬라가 직접 진출하는 6번째 국가다. 테슬라는 지난해 한국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1년 동안 정부 인증과 매장 오픈, 직원 채용,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준비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테슬라는 진출과 동시에 하남과 청담동에 매장 2개를 동시에 연다. 연내 1개 스토어를 추가로 오픈할 가능성도 있다. 또 5월에는 서울 등촌동 현 효성토요타 서비스센터 자리에 첫 서비스센터도 열린다.

최근 진출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정식 매장 없이 팝업스토어와 시승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온라인 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국내 보다 먼저 테슬라 진출이 이뤄진 일본의 경우에도 5월 오픈 예정인 나고야를 제외하면 도쿄와 오사카 두 곳에만 매장이 운영된다.

한국의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일본의 3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갖는 관심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 서울 청담 매장에 배치된 모델 S 90D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코리아는 현재 4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내부 인력을 빠른 시일 내에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초기 18개월 동안 신규 매장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400만달러(약 46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인프라 구축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 S 90D에 ‘IEC 타입 2’ 급속 충전 방식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 IEC 타입 1 콤보' 방식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IEC 타입 2는 다가오는 장거리주행 전기차 시대에 가장 적합한 최신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완곡하게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콤보1'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했지만 테슬라는 모델 S 90D가 채택한 ‘타입 2’ 급속 충전 방식이 한국전력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AC 3상 급속충전기와 호환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최근 전기차충전서비스 페이지 개편 작업을 실시해 '차종별’ 선택 사양에 ‘테슬라’를 클릭하면 모델 S 90D와 호환되는 175개의 충전소 지도와 엑셀파일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 "지각변동 올 것" 위기감에 "어림없어" 견제구도

업계에서는 테슬라 국내 진출이 시장 규모가 전체의 0.2% 수준인 국내 전기차 업계 활성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을 잇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테슬라가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한편으로는 테슬라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특히 아파트 중심의 주거환경과 높은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이 허들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높은 가격이 변수다. 모델 S 90D는 국내 판매가는 1억2천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해당 모델이 그동안 국내 전기차 판매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 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격 부담이 더 커졌다. 환경부는 10시간 내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배터리 용량이 큰 모델 S 90D는 완충까지 14시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보조금 없이 제품 자체의 경쟁력으로만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전기차 확산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족한 국내 충전 인프라 문제는 테슬라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25개소의 데스티네이션 충전 인프라(완속충전기)를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조선호텔, 스타벅스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슈퍼차저(전용 급속충전소)는 전국에 약 10개소 이내로 지어질 예정이다.

15일 오픈을 앞둔 스타필드 하남 테슬라 매장에 설치된 7대의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럼에도 무엇보다 주거지에 충전기가 설치돼야 편리함이 대폭 높아지는데 국내의 경우 공동주택의 주거 형태가 대부분이다보니 어려움이 크다.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단지 내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아파트 주민 동의를 받아야하는 불편이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오너들을 위해 주민 동의 과정을 대행해주는 신종 서비스들도 생기고 있다.

테슬라가 판매 개시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코리아는 청담 매장 일부와 오는 5월 오픈하는 등촌동 서비스센터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서비스센터 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들은 사후서비스(AS)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수입사와 딜러가 없는 직접 판매 방식과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온라인 판매 구조가 얼마나 자리잡을 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현대차 독주 체제의 판을 흔들어 다양한 브랜드 확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국내 소비자 정서에 반감을 살 것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어쨌든 테슬라 진출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판매 시스템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업계 판도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기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친환경·고가·얼리어답터 이미지 소비 형태로 시작해 일반 소비자까지 확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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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아우토바인의 지병용 대표는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쏘울, BMW i 시리즈 등에 이어 테슬라까지 도로에 등장하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는 하겠지만 당장 전기차 보급률이 급속하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은 물론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중고차 시세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 테슬라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세컨드카 용도로 돈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얼리어답터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고 관련 레퍼런스들이 쌓이면 일반 소비자들까지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론 머스크와 페이팔을 공동창업했던 벤처투자가 피터 틸은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 에서 "머스크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이 유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당시 상자처럼 생긴 토요타 프리우스나 혼다 인사이트를 몰면서도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지적인 부유층의 심리를 간파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