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사유, 이재용 재판에 어떤 영향?

헌재 "기업 침해"…뇌물죄보다 강요죄?

디지털경제입력 :2017/03/10 15:03    수정: 2017/03/10 19:40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함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기업 수사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특히 파면 사유 가운데 뇌물죄에 대한 언급은 없는 대신 권력 남용을 통한 기업 재산권 침해를 중요하게 제시했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의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대해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 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 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면서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대통령과 최서원이 했으며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 대행이 선고를 하고 있다(사진=SBS 화면 캡처)

이밖에 최서원이 설립 운영한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KT와 현대 기어자동차로부터 각각 68억원, 9억원의 광고를 수주한 것에 대해서도 모두 권한 남용으로 봤다.

박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내내 최서원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사익 추구를 돕고 차후 이를 은폐하려고 했으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업은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본 것이다.

헌재가 특검과 달리 관련 기업을 공범으로 보기보다 피해자로 봤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분석이 맞다면 그동안 '(대통령과 청와대의)강압과 강요에 의해 지원금을 출연했다'는 기업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특히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삼성 측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줬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뇌물공여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 입증에 총력을 기울고 있는 삼성 측으로서는 일단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은 됐지만 헌재의 선고가 뇌물죄보다는 권한 남용에 힘이 실려 향후 재판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온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뇌물수수 혐의 조사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진행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특검 기소 이후 3개월 안에 1심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특검법 때문에 마냥 늦춰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재판의 유불리를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 측은 "특검이 제기한 공소장 자체의 효력과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배분한 대로 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또 "결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준 적이 없다"며 "승마 지원 등은 청와대의 강요에 따른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최순실의 혐의에서 뇌물보다 강요가 더 크다면 추가로 예정된 SK나 LG, 롯데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도 헌재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이번 헌재 판결은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지를 중점적으로 따지는 것이고 개별적인 사안의 피고인에 대한 형사적 판단까지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판결만으로 뇌물죄냐 강요죄냐를 전반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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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이 대통령 권한 남용에 방점을 찍혀 그나마 기업들의 부담이 줄어들긴 했지만 상황이 복잡한 만큼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다음 주부터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대기업 뇌물죄 수사를 본격화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