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3D 프린터, 어디에 어떻게 쓸까요

세계 1위 스트라타시스가 전하는 활용사례

홈&모바일입력 :2017/03/09 08:23    수정: 2017/03/10 11:44

정현정 기자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생산이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3D 프린터는 유연한 제조환경을 만드는데 무엇보다 기여할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 한 대를 설치하는데 수 천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숫자에 불과한 비용을 훨씬 초월할 것입니다. 일단 보급형 제품이라도 투자를 해보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제금형 및 관련기기전(인터몰드코리아) 2017 현장에서 지디넷코리아와 만난 토마스 맥도너 스트라타시스 R&D 엔지니어링 제품개발이사와 다니엘 톰슨 스트라타시스코리아 지사장은 입을 모아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3D 프린터 도입을 적극 추천했다.

세계 1위 3D 프린터 업체 스트라타시스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신제품 'F123' 시리즈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F123 시리즈는 스트라타시스의 보급형 제품군인 유프린트(uPrint) 시리즈와 하이엔드 산업용 3D프린터 제품군인 포르투스(Fortus) 시리즈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제품이다. 일반 사무실 한 켠에 설치해놓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프로토타입 제품들을 쉽게 생산해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에서부터 산업용 장비가 주는 이질감을 없앴고 특수한 전원도 필요없어 일반 콘센트에 꽂아 사용할 수 있다.

신제품에는 지난 2014년 인수한 협업 CAD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랩캐드(GrabCAD)’의 소프트웨어가 처음으로 탑재됐다. 기존에는 네이티브 캐드 파일을 STL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고 출력물을 얻기까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여러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야했다. 그랩캐드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장점은 STL 포맷으로 변환 과정 없이도 설계 도면이 담긴 캐드 파일을 프린터로 직접 보내서 그대로 출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원격지에서도 프린팅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출력 명령을 내릴 수 있어 별도 담당 직원을 두고 출력 일정을 조정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예를 들어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중국에 있는 제조공장에서 그랩캐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프로토타입 제품들을 직접 출력하고 제품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출력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맥도너 이사는 "기존에는 3D프린터로 출력을 하려면 캐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하고 처리 과정을 거친 후 출력물이 정교한지 검사해 후가공하는 일련의 워크플로우가 있었다"면서 "전체 워크플로우를 어떻게 간소화 시키느냐가 3D프린터 확산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랩캐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마스 맥도너 스트라타시스 R&D 엔지니어링 제품개발이사 (사진=스트라타시스코리아)

다양한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F123 시리즈의 최상위 기종인 F370의 경우 PLA, ASA, ABS, PC-ABS의 4개의 재료를 지원한다. ASA는 하이엔드 라인업인 포르투스 모델에만 지원하던 재료다. 또 값이 저렴한 PLA 소재가 추가돼 디자이너들이 빠르고 저렴하게 시제품을 출력해볼 수 있게 됐다.

현재 기업들이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주용도는 프로토타이핑, 바로 시제품 제작이다. 기존 디자인, 목업, 금형과 사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던 시제품 제작 과정이 3D프린터 한 대로 간소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타시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재 프로토타이핑 제품들 가운데 23% 정도가 3D 프린터로 출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F123 출시를 계기로 관련 시장을 더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더 나아가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도구를 제작하는 제조용 툴링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 생산 공장 내에서 부품이나 생산품 이동에 쓰이던 도구나 받침대 등 제품들은 관행적으로 메탈로 만들어졌지만 간단한 도구들의 경우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금속 가공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재 분야의 맞춤형 생산에도 3D 프린터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족과 의수 같은 의료용 보조기구들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또 스마트폰 케이스처럼 소비자들의 취향이 반영되는 제품들도 3D 프린터 생산을 시도해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운동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디다스의 사례처럼 매장에 들어가 발 모양을 스캔하는 것만으로 내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제작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맞춤형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 3D프린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 미국 포드는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스트라타시스와 협업을 통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부품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제조용 툴링과 시제품 제작, 개인 맞춤형 부품 제작과 같은 분야에서 제조 공정의 혁신과 비용 절감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화장품과 의약외품 생산 업체인 LG생활건강,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 업체인 에스텍, 가전 업체인 코웨이 등이 스트라타시스의 3D 프린터를 시제품 제작 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다.

다니엘 톰슨 지사장은 "3D 프린터를 도입하면 과거의 제조 방식과 달리 신속한 타임투마켓(시장 적시 출시)이 가능하고 재고도 줄일 수 있으며 분산형 제조도 가능해진다"면서 "3D 프린터 분야도 4차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아 로보틱스와 제조 시스템과의 통합, 리얼타임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업무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라고 말했다.

스트라타시스의 3D프린터 신제품 'F123' 시리즈 (사진=스트라타시스코리아)

하지만 2014년을 전후해 일어났던 3D 프린팅에 대한 폭발적인 논의가 최근에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스트라타시스는 가격에 대한 부담에 더해 3D 프린터에 대한 인식과 지식의 부족이 3D 프린팅 확산에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맥도너 이사는 3D프린터 확산을 위한 과제로 다양한 소재 활용, 생산시간의 절감, 다양한 크기, 가격 인하 등 기술적인 측면 보다도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3D프린터 도입이 어떻게 생산성을 개선시키는지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3D프린팅 기술이 가진 가치와 생산성 증대 효과를 잘 설명하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3D 프린터 시장 개화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언스트앤영이 3D프린터에 대한 글로벌 서베이를 진행한 결과 국내 기업들 중에 48% 정도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3D 프린터 채택에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국내 기업들 절반은 아직 3D프린터 도입에 소극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톰슨 지사장은 “얼마 전 국내 지사의 영업담당자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티어원 업체를 방문했다가 돌아와서는 ‘아무리 설득해도 3D프린터의 장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는데 이후 이 회사가 보급형 라인업인 메이커봇을 구입하고 나서는 사무실에 굉장히 자주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활발하게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3D 프린터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보급형 제품이라도 시연해보고 투자도 집행하는 노력과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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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 국내 지사 설립 이후 꾸준히 기업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던 스트라타시스코리아는 올해 인력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려 고객 접점을 늘리는 계기를 더 많이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톰슨 지사장은 "관심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라타시스로 파일을 보내기만하면 출력물을 받아볼 수 있고 정부가 운영하는 혁신센터나 테크노파크에도 설비가 구비돼 직접 활용해볼 수 있다"면서 "한국 지사를 열고 고객들을 기다리는 이유도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한국에 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저희를 많이 불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