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불똥…IT업계도 바짝 긴장

롯데·관광 1차 타격…電·車·IT·콘텐츠 확산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17/03/08 11:46    수정: 2017/03/09 12:56

박영민, 이은정, 정현정 기자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IT 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 정부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집중됐던 중국 정부의 보복이 점차 다른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롯데와 함께 관광 및 대중문화 산업이 한한령(限韓令) 여파를 받으나, 국내 가전 업체들을 비롯해 인터넷 업계도 추가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잖아도 화웨이, 오포, 메이디 등 현지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은 보복 조치가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현지 혐한 분위기 확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영문판에서 "중국은 삼성과 현대에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복잡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이들 기업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불매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IT 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씨넷)

■中 현지 롯데마트 텅텅…온·오프라인 불매 운동도

현재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 그룹이다. 롯데는 1994년 중국에 첫 진출한 이후 약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현재 22개 계열사가 현지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 그룹 수익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드 폭풍으로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은 지난달 28일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운영해 오던 롯데마트관을 갑자기 폐쇄했다. 반면 일본 마트관은 여전히 정상 운영되고 있다. 징둥 측은 이와 관련 별다른 입장을 전하지 않은 상태다. 롯데닷컴은 2015년 징둥닷컴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전략적 관계가 틀어지게 됐다.

중국최대 인터넷포털 사이트 바이두가 운영하는 모바일 주문앱 '바이두와이마이' 수퍼마켓 역시 롯데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롯데마트 서비스가 차단됐다. 배달 서비스 '메이퇀', 뷰티 전문쇼핑몰 '쥐메이' 등도 자사 홈페이지에서 롯데 제품을 삭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지린성 장난 롯데마트 앞에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약 20명 가량이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다. 사드를 지지하는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했고, 관련 사진이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준안, 베이징, 우시 롯데마트, 션양 롯데백화점 등 쇼핑몰 내부가 소비자 한 명 없이 텅텅 비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오고 있다.

7일 현재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중국 내 지점 수는 모두 39곳으로 늘어났다. 현재 단둥 완다둥장, 항저우 샤오산, 창저우 지점 등이 1개월 정도 소방 규정 위반으로 영업정지 통보를 받았고, 산둥성의 칭다오 검험검역국은 최근 롯데제과 요구르트 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적발됐다며 소각 조치했다.

중국 업체들도 웨이보를 통해 롯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중국 식품 업체인 웨이롱식품은 지난 1일 "롯데 마트 가판대에서 이미 우리 브랜드 식품을 내렸으며 앞으로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또 다른 식품 업체인 타오도우샤오러도 같은 날 "롯데에서 모든 제품을 내렸으며 앞으로 다시는 롯데와 협력하지 않을 것을 밝힌다"는 글을 웨이보에 게재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소비자의 날인 3월 15일이 불매 운동의 기폭제가 될 전망. 이날 관영 CCTV에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가 방영되기 때문이다. 완후이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등을 고발해왔는데,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롯데가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중국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였던 금호타이어가 2011년 방영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중국 삼성 포럼에서 회사 관계자가 세탁기 신제품을 중국 거래선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도 현대차도 불똥튈까 노심초사

환구시보가 직접 지목한 삼성과 현대를 비롯해 한국 주력의 주력 수출 품목인 전자와 자동차 업체들은 아직까지 중국에서 불매운동 등 직접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중국 시장의 중요도가 큰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환구시보는 지난 1일자 사설에서 삼성과 현대차를 지목해 "모든 중국 소비자가 사드 보복에 참여할 의무는 없지만 국가 안보는 모든 중국 국민과 연관돼 있는 만큼 자동차나 스마트폰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를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불매 운동을 조장하기도 했다.

중화왕도 ‘한국 롯데 제압, 삼성 휴대폰도 제압해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모든 문제는 삼성의 스마트폰 배터리의 품질이 어떤가의 문제를 떠나서 중국 소비자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면서 “배터리 결함으로 발화했음에도 (보상과 회수조치가 늦어지는 등)우리는 분명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지난해 갤럭시노트7 리콜 차별 사례를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중국에서 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15%를 차지하는 규모로 유럽 전체 매출 38조6천억원(전체 약 20%)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달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공개와 QLED TV 출시를 앞두고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마케팅에 공을 들여온 만큼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출시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 배터리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설계변경 등의 영향으로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장쑤성 치둥현의 롯데백화점 인근에서는 파손된 베이징현대 승용차 사진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글로벌 판매량의 23%, 21.6%에 해당하는 113만대, 65만대를 각각 판매할 만큼 중국이 큰 시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적책임(CSR) 연구센터의 '기업사회책임 발전지수' 평가에서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내 사업과 관련해 제재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내놓기에는 부적절한 사안"이라면서도 "현지 혐한 분위기 확산에 대해서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경우 사드 여파로 중국 업체 상당수가 전시 계획을 취소하면서 참여 업체가 당초 계획인 200개에서 155개 업체로 줄었다. 김대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7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문제로 참가를 준비 중이던 중국 업체들 대부분이 전시 일정을 취소했다"며 "사드 문제 때문에 상당히 힘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가전 매장에서 한국산 가전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지디넷코리아)

■관광 업계 타격…유커 많이 찾는 가전 매장은 아직 영향권 밖

사드 보복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곳은 여행 업계다. 지난 2일 중국 국가여유국은 베이징 지역 주요 20개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한국 여행 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중국 여행산업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으로 이번 한국여행 상품 판매중단에 자유여행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한국에 온 해외 여행객 중 절반 가까이(46.3%, 56만5242명)가 중국 관광객으로 지난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긁은 신용카드 사용액 중 중국 관광객 비중은 60%에 달한다. 관광업계에선 사드 보복으로 전체 중국인 방문객의 60%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는 94억315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여행객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 여행수지 적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여행수지 적자는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팝(K-POP)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산업도 한한령(限韓令)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한령은 ‘한류(韓流)’로 통칭되는 한국 관련된 콘텐츠의 소비를 제한하는 것으로 대중문화 분야에서 시작돼 최근 클래식, 무용, 미술 등 순수 문화예술 분야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2일 중국 3대 음원 유통 사이트 중 하나인 왕이뮤직은 K팝 차트를 삭제했다. 왕이뮤직의 한국 차트는 롯데가 사드부지 제공을 결정한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차트는 그대로 남아있다.

저장TV에서 방송 중인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는 시즌5 제작에 돌입하면서 제목을 '달려라'로 바꿨고, '나는 가수다'는 '가수'로 수정했다. 또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도 중단시켰다. 각종 한류 드라마 동영상 사이트들은 지난해 방송분까지만 볼 수 있는 상태다.

다만 관광업 타격에 따른 이차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한국 내 가전 매장 등은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상태다. 유커의 수가 줄었지만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인 싼커(散客) 비중이 많아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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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도 삼성전자, LG전자, 쿠첸, 위니아 등 가전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이다. 명동 거리에 전기밥솥, 비데를 비롯한 소형 가전을 판매하는 가전 매장에도 깃발을 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개장한 신세계 면세점의 경우에도 개별 관광객 비중이 많아 중국 정부의 조치에도 별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명동 가전 매장 관계자 대다수는 사드 여파로 인한 매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아직 잘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매장 한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이 대다수였던 몇 년 전과 달리 지난해부터 개별, 가족단위 관광객인 싼커들이 늘고 있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한령 여파로 그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기밥솥, 노트북, 비데 등은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한국산 로봇청소기, 전기면도기, 미니오븐, 커피머신 등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박영민, 이은정, 정현정 기자pym@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