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연구, 더 뛰려면…'SCI논문' 족쇄 풀어야

'알파고 1년' 세미나서 개방적 R&D 문화 강조

컴퓨팅입력 :2017/03/02 16:39    수정: 2017/03/02 16:41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은 컨퍼런스나 콘테스트, 오픈 논문 사이트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SCI논문에 묶여 빠른 흐름을 쫓아가는 게 쉽지 않다.”

'SCI 논문 지상주의'가 한국 AI 연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긴 심사시간이 필요한 SCI 논문에만 매달리다 보니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지적을 한 것은 한동대학교 전산전자공학부 김인중 교수였다.

김교수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주최로 최근 개최된 ‘알파고 대국 이후 1년 인공지능 이슈와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선진국의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가 ‘개방적인 연구개발(R&D)’ 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중 교수는 “최신 딥러닝 기술들은 대부분 아카이브란 논문 공개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며 “누군가 연구해서 좋은 기술이 나오면 심사 기간 같은 것을 거치지 않고 이 사이트에 빨리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다른 연구가 바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SCI 논문 심사 과정과 비교했다.

김 교수는 “보통 논문 심사를 받는데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연구를 시작하면 2년~3년 후에나 다른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이트를 통해 논문이 선공개되면 “봄에 공개된 기술과 관련된 후속 기술이 그해 후반에는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대부분 딥러닝 연구자들이 소스코드 자체를 공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더 빨리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라온 머신러닝 관련 논문. 하루 20 편 이상의 머신러닝 논문이 등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학회 논문-오픈소스 활동도 성과로 인정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연구 성과를 빨리 빨리 공유하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김교수는 "아직까지 대학과 연구소들이 SCI 논문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신 기술은 컨퍼런스, 콘테스트, 오픈 논문 사이트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SCI에 묶여 있다보니 빠른 흐름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김인중 교수는 우리나라의 AI 연구도 개방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개별 연구자 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학과 연구소의 평가 체계 개선이란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대학과 연구소 평가에 "(SCI논문보다 빠른) 학회논문도 인정해 주고, 컨테스트 우수 결과와 오픈소스 공헌 활동도 인정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주요 오픈소스 딥러닝 기술 (김인중 교수 발표자료 캡처)

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실제 세계 딥러닝 기술은 이런 개방적인 연구 방식을 동력삼아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얼굴을 인식하는 딥러닝 모델은 정확도가 99.6%를 넘어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상당 기간 동안 기계가 풀기 어려운 문제로 알려졌던 얼굴인식이 이제는 거의 다 풀렸다”고 말했다.

번역 분야에서 발전 속도도 놀랍다. 지난해 말 구글은 비약적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번역 서비스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영어와 스페인어 또 영어와 프랑스어 처럼 비슷하게 생긴 언어 사이의 번역은 사람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영어와 한국어 사이 번역은 어려운 조합인 데도 이 정도 성능이 나왔다는 것은 상당한 성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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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영상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생성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가방 이미지를 학습시킨 다음 가방 스케치를 보여주면 이 스케치를 바탕으로 실제 가방을 만들었을 때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딥러닝 모델을 소개하며 “최근엔 메모리를 가지고 있는 신경망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는 신경망 모델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여러가지 문제를 한 가지 신경망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