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10대 직접 뜯어 본 LG전자 CEO

조성진 부회장 "통신사, G6에 대한 호평 많아"

홈&모바일입력 :2017/02/28 13:15    수정: 2017/02/28 13:18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가죽은 단열 소재인데, 왜 메탈이 아니라 가죽이었을까”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2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2017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2년전 출시된 자사 스마트폰 G4에 관해 털어놓은 이야기다.

스마트폰 뒷면 커버라면 메카니컬 차원에서 볼 때 열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단열 소재보다 기기 내에서 발생한 열을 밖으로 빼내는 방열 소재가 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기기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열 현상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의 말을 조금 더 확대해석하자면 G4 설계는 '첫 가죽 소재'라는 차별화를 위해 메카니컬의 기본을 무시한 셈이 됐다.

이는 지난 일에 대한 간단한 고백같지만 상품에 대한 조 부회장의 철학이 무엇인지 잘 읽히는 대목이다.

차별화에 대한 지나친 압박감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자는 전략. 아마도 그럴 것이다.

실제로 G4의 경우 가죽 소재라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였지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지난해 출신된 G5도 마찬가지였다.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차별화했지만 생산수율 문제 등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G4와 G5 사업을 이끌었던 조준호 사장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는 올해 신제품 G6 발표 현장에서 “지난 몇 년간 차별화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나 재질, 기능 등 이런 부분만 생각하다보니 메인스트림 이용자 층이 요구하는 본질을 놓쳤다”고 털어놓았다.

G6의 경우 이런 이유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주류 소비자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세탁기 냉장고 등 주로 백색가전을 이끌어왔던 조 부회장이 이처럼 자사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나선 까닭은 지난해 인사 및 조직개편 때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위기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큰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를 위해 특유의 엔지니어적 장인 정신을 무기로 삼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조 부회장은 “사무실에 서른 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있고, 그 중에 열대 정도를 직접 뜯어봤다”고 말했다. 다른 점은 몰라도 전자 제품의 부품 배열이나 소재 선택과 같은 메카니컬 측면에 대해서는 자신이 누구 못잖게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성진 부회장은 직장 생활 40년 가량을 백색가전에만 몰두했던 엔지니어 출신 CEO다.

특히 36년을 세탁기와 냉장고 등에 할애했고, LG전자를 글로벌 백색가전 1등 브랜드로 구축하는데 누구 못잖게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조 부회장은 “휴대폰 하나에 투입된 기술의 양을 보면 소프트웨어(SW)가 절반이고 나머지가 하드웨어(HW)라고 본다”며 “하드웨어 측면으로 깊게 보면 결국 메카니컬에 관련된 내용인데 그 쪽은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각으로 보려고 도면을 찾아보고 직접 뜯어본다”고 밝혔다.

그렇게 직접 분해해 본 스마트폰이 10대 가량이라고 한다. 실제 뜯어본 것은 아니지만 집무실에는 30대 정도의 타사 스마트폰을 두고 비교해 보고 있다.

스마트폰 공부 삼매경에 빠진 것이 단지 스마트폰 사업만의 실적 개선을 위한 것은 아니다.

조 부회장은 "스마트폰은 연결성을 가진 기기이고, 수많은 가전 기기 가운데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며 "IoT 시대에 가전을 더 잘 다루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G6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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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전략으로 니치마켓을 공략했던 이전 스마트폰과 달리 G6처럼 대중성을 우선한 전략이 시장에서 더욱 힘을 낼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 부회장은 “G6를 본 통신사 관계자들로부터 튼튼하고, 그립감이 뛰어나며, 화면을 키운 것은 상당히 잘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