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조인' 전철 밟는 '안드로이드메시지' 통할까

카톡-페이스북 메신저 등 넘기엔 역부족

인터넷입력 :2017/02/26 08:38    수정: 2017/02/27 00:05

손경호 기자

나라마다 서로 다른 모바일 메신저 앱을 쓰는 대신 전 세계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과연 통할까?

구글과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전 세계 27개여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참여해 개발, 서비스 중인 '안드로이드 메시지'가 꿈꾸는 미래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아보인다.

안드로이드 메시지는 이미 2012년 국내 이통 3사가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간 '조인(joyn)'을 연상케 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메시지를 주요 스마트폰에 선탑재하고, 전 세계 이통사들과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기존 모바일메신저를 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도로 내놓은 표준 문자메시지 플랫폼인 '리치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를 처음 상용화한 조인은 단순 텍스트 전달 위주에만 그쳤던 문자메시지 전송 서비스를 카카오톡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진, 동영상을 주고 받고, 조인을 쓰지 않는 사람들과도 기존 단문메시지서비스(SMS)나 멀티미디어메시지서비스(MMS)를 지원했지만 사용자 확보에 실패하면서 2015년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24일(현지시간) 구글은 전 세계 27개 이통사 및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과 협업해 RCS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메시지를 전 세계로 확대시켜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나라별로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가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했던 조인의 실패가 구글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보였던 모양이다. 안드로이드메시지 자체보다는 뒷단 인프라에서 구글의 역할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드로이드메시지는 구글이 제공하는 인프라를 통해 이통사들 간 연결을 지원한다. 구글이 관리하는 지베 클라우드(Jibe cloud)가 인프라를 맡는다면 지베 허브(Jibe Hub)는 글로벌 RCS 네트워크가 하나의 연결통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글 RCS 총괄을 맡고 있는 아미르 사르한지는 "지난해에는 서로 다른 파트너들을 조율하고, 기술조각들을 한 곳에 모으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내놓고, 사용자들이 강화된 기능들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서비스를 예고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10억명 이상 사용자들이 이러한 새로운 메시징 기술에 접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이, 일본은 라인, 미국은 왓츠앱과 스냅챗, 중국은 위챗이 이미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아 일상에 깊이 파고든 상황이다. 더구나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행아웃에 이어 텔레그램, 스노우까지 모바일메신저 춘추전국시대에 전 세계 메신저 천하통일을 노리는 구글 안드로이드메시지의 행보가 얼마나 통할지는 여전히 의문인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RCS는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SMS에 고해상도 사진 공유, 영수증 읽기, 그룹채팅 등 기존 모바일메신저들에서 인기를 끌었던 서비스들을 이식한 것을 말한다.

구글에 따르면 오렌지, 도이치텔레콤, 글로브, 스프린트 등 글로벌 이통사와 함께 LG전자, 모토로라, 소니, ZTE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참여해 스마트폰에 이러한 서비스를 기본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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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만 미국 주요 3대 이통사인 AT&T, T-모바일, 버라이즌은 아직 이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 삼성전자 역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직접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해 본 안드로이드메시지는 기본 탑재된 SMS용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하는 용도로 권한을 요청했다. 확인을 누르면 그동안 SMS로 주고받았던 문자내역이 안드로이드메시지에서 볼 수 있게 바뀐다. 대화창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른 모바일메신저에서 쓸 수 있는 사진/동영상 전송, 이모티콘 등 기능을 써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왜 카톡, 페이스북 메신저를 대신 이걸 써야되냐는 의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