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속충전기, 편하게 쓸 수 없나요

카드 인식오류에 위치 불편 등 문제점 쌓여

카테크입력 :2017/02/20 16:34    수정: 2017/02/21 14:53

"전기차 충전기는 주유소에서 관리하지 않습니다. 주유소 영업과 관계없는 별개의 시설물입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셀프주유소 내부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에 부착된 안내문이다. 이곳에 있는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주유소 내 세차장 입구 동선과 겹친다. 이 충전기 근처에는 충전을 위한 주차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만일 이 세차장 라인이 가득차게 된다면 전기차 이용자는 충전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일어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국 800여 곳에 위치한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설치 동선, 충전기 카드 에러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약 1만기 수준의 전기차 충전기 수를 약 2만기 수준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전기차 급속충전기에 대한 점검 및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는 별도 안내문을 통해 주유소 스스로 전기차 충전기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는 세차장 입구 동선과 겹친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오너 간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해당 충전기에서 충전중인 닛산 전기차 리프 (사진=지디넷코리아)

■ 카드 30초 이상 대도 인식 못하는 세종로 공영주차장 충전기

지디넷코리아는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영주차장 지하 4층에 위치한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찾았다. 이 급속충전기는 한국환경공단이 직접 설치했고, 운영은 환경부 산하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맡고 있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해당 충전기가 정부가 발행하는 전기차 공공충전인프라 카드 등의 인식이 잘 안 된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몰고 해당 충전기 앞 주차장에 차량을 세웠다. 해당 차량은 그린카가 운영하는 카셰어링용 차량이다. 그린카는 편리한 전기차 충전을 돕기 위해 차량마다 공공충전인프라 카드를 배치해놨다. 그린카 이용자들은 이 카드로 충전을 진행할 시 별도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충전 지원방식인 ‘DC 차데모’를 선택하고 충전 방식을 ‘회원 카드’로 진행했다. 이후 충전기 카드 대는 곳에 공공충전인프라 카드를 댔지만, 충전기는 약 30초 넘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방향을 여러번 틀어보고 3번 넘게 재시도도 해봤지만, 해당 충전기는 카드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카드에 새겨진 번호를 누를 수 밖에 없었다. 약 4번의 시도 끝에 겨우 충전이 진행될 수 있었다. (관련영상 바로가기 ▶ 공공충전인프라 카드 대도 30초 이상 무응답인 세종로 공영주차장 급속충전기)

세종로 공영주차장 뿐만 아니라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하남 이마트 등도 공공충전인프라 카드 인식이 원활하지 않았다. 삼성로주유소의 경우 우리은행에서 발급하는 후불교통카드는 인식했지만, 공공충전인프라 카드는 인식하지 못했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은 경우는 카셰어링 업체에서 제공하는 카드 상의 문제점과 충전기 내부의 통신 모듈 문제일 수 있다”며 “카드 인식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상반기 내 전국 모든 급속 충전기 내 통신 모듈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린카에서 제공받은 충전 카드를 여러 번 대도 무응답인 서울 세종로 공영주차장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 차량 특성 고려 못하는 충전기 위치

환경부가 운영하는 전기차 공공충전인프라 정보 사이트 ‘www.ev.or.kr' 민간 충전인프라 정보사이트 ’www.evwhere.co.kr' 등은 급속 및 완속 충전기 위치, 운영 주체, 충전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이 사이트들은 충전기 설치 위치에 대한 특징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기에 도착하자마자 충전구 문제 때문에 여러차례 주차 위치를 바꿔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완속충전을 위한 충전구는 차량 왼편 앞바퀴쪽에 있고 급속충전을 위한 충전구는 차량 왼편 뒷바퀴 쪽에 있다. 만일 급속충전기가 주차공간 스타퍼 바로 뒷자리에 위치했다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후진주차 시켜야 편하다. 전진주차하면 충전기 선 길이 문제로 인해 곧바로 충전할 수가 없다.

세종로 공영주차장의 경우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 좌측에 급속충전기가 설치됐다. 바로 앞에는 충전기 연결선 보호를 위한 철제 보호대가 자리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전진주차 시켜야 급속충전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세종로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급속충전기의 경우 충전기와 주차선 사이에 충전기 연결선 보호를 위한 철제 기둥이 자리잡고 있어 운전자가 타고 내리는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충전기를 연결하는데에도 불편을 준다.

서울 세종로 공영주차장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충전기와 주차 선 사이에 위치한 철제 기둥 때문에 아이오닉 일렉트릭 운전자의 원활한 승하차를 돕지 못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내 급속 충전중인 닛산 리프 (사진=지디넷코리아)

■“일본처럼 충전기 관리 예산 별도 편성해야”

전기차 사용자들과 전문가들은 충전기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예산안이 편성되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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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본은 5년 단위마다 전기차 충전기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예산안을 편성해 현재까지 특별하게 충전기에 대한 기능상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전기차 충전기 카드 인식 오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충전기 관리에 대한 예산 편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충전기 동선 또는 위치에 대해 “아직까지 급속 및 완속 충전기 위치 및 동선은 운전자들에게 확실히 인식될 정도가 아니다”라며 “운전자들이 쉽게 전기차 충전소임을 인식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