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삼성…美 하만 인수 사실상 확정

하만 임시주총서 삼성전자와 합병안 통과…3분기께 완료

홈&모바일입력 :2017/02/18 09:57    수정: 2017/02/19 14:38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 인수에 사실상 성공했다.

하만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는 하만의 전체 보통주 6천988만3천605주 가운데 70.78%에 해당하는 4천946만322주의 주주가 참여했다.

투표 결과 4천692만1천832주의 찬성표가 나와 합병안이 통과됐다. 반대는 210만7천178주, 기권은 43만1천312주에 그쳤다. 안건은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앞서 미국 헤지펀드와 일부 주주가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합병안은 무난하게 통과됐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투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삼성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과 하만 디네쉬 팔리월 CEO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하만 전시장에서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을 구현한 오아시스 콘셉트카를 소개하고 있다.

거래금은 총 80억달러(약 9조2천억언)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인수는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실크델라웨어를 존속법인인 하만이 합병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SEA가 보유한 실크델라웨어 지분 100%가 하만 지분 100%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가 하만의 지배주주가 되는 구조다. 이 대가로 SEA는 기존 하만 주주들에게 주당 112억달러를 지불하게 된다.

합병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중국, 남아프리카 등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만을 앞두고 있다. 늦어도 올해 3분기 내에는 합병 작업이 종료될 것으로 삼성과 하만은 내다보고 있다.

전장부품 사업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빠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만 인수를 택했다. 매출의 65% 이상을 전장사업에서 내고 있는 하만은 BMW, 벤츠, 피아트크라이슬러, 현대자동차 등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하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단숨에 티어원(tier-1·1차공급업체) 공급사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된다.

하만 입장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5G 통신, 인공지능(AI) 등 부품과 모바일, 소비자가전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축적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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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는 지난해 11월 삼성 서초사옥을 찾아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만은 전장 사업에 있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비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하만이 가지고 있지 않은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5G 등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강점이 통합된다면 단 번에 티어1원 공급업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전장 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TV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가전 분야 제품에 대해서도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뱅앤올룹슨 등 유수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