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삼성, 경영현안 올스톱

인사·투자·채용·M&A 등 失期 부작용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17/02/17 07:55    수정: 2017/02/17 08:07

정현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이 1938년 창립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삼성은 오너 부재 상황을 맞으면서 당분간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산 350조원 규모의 국내 재계 서열 1위 기업인 삼성의 각종 경영쇄신 작업과 대규모 투자 및 고용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오너의 방향 제시와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점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원 한정선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오전 5시36분경 박영수 특별겸사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특검은 지난달 1차 구속영장 청구시 적용했던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외에 범죄수익은닉, 재산국외도피를 추가해 총 5가지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이로써 앞으로 최소 반년 이상 이어질 재판 과정 동안 삼성그룹은 총수 부재 상황을 맞게 됐다.

이후 재판을 통해 수백억원 상당의 뇌물공여 혐의 등이 유죄로 확정될 때는 상당 기간 이 부회장의 부재가 계속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 별 전문경영진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이를 컨트롤하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총수 부재 상황이 당장 그룹에 위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23개월 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동안 각 계열사 경영 현안은 전문경영인이 맡되 그룹 전반과 관련한 의사 결정은 계열사 CEO들이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협의해왔던 전례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미래 신사업 투자와 고용, 사업구조 재편 등 오너의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 영향으로 연말에 실시해야 할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미루고 있고 통상 3월에 실시하는 그룹 공채 일정도 아직 내놓지 않은 상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반도체 호황기 도래에 따른 적기 투자, 4차산업혁명 대비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대규모 인수합병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에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당장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하만은 오는 17일(현지시간) 삼성의 인수합병 안건을 다루는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일부 주주들이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문제를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마무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직접 해외 출장을 다니며 해외 거래선들을 만나고 서초사옥에서 직접 한국을 방문하는 파트너사들을 맞아왔던 만큼 글로벌 사업에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뇌물 혐의가 확정되면 미국 사법당국이 자국기업이나 자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부패기업에게 패널티를 가하는 반부패방지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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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개인으로서는 3세 승계 작업을 앞두고 그룹의 의사결정권자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 명분을 쌓을 기회를 놓치게 됐다.

삼성 출신의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진정한 의미의 전문경영인 체제라기 보다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오너 결재를 받아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이 책임을 지고 뚝심있게 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장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4~5년이 지나서 놓고 보면 분명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