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오해

[김은 칼럼] 단순한 '공장자동화'와 차원 달라

전문가 칼럼입력 :2017/02/15 14:02    수정: 2017/02/15 16:31

김은 eunkim55@gmail.com

국내에서 최근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4차 산업혁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설명하더라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게 대부분이다.

필자 개인적으론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쓰는 게 타당한 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세계경제포럼(WEF)이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 강조하고 있고, 보다 먼저 독일에서 추진한 ‘인더스트리 4.0’이 제4차 산업혁명을 대표한다고 주장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는 인더스트리 4.0과 제4차 산업혁명이 혼용되고 있다. 물론 독일에서도 인더스트리 4.0이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향후 대응을 위해선 핵심 비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독일공학아카데미(Acatech)가 발표한 인더스트리 4.0을 토대로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혹은 팩토리 4.0)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소개에는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물론 인더스트리 4.0에서 스마트 팩토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더스트리 4.0에는 스마트 제품, 물류 4.0 그리고 제조 기반 서비스인 스마트 서비스 등 보다 많은 내용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스마트 팩토리 개념만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그림 1] 참조)

스마트 팩토리 자체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스마트 팩토리를 그냥 자동화된 공장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국내에서는 대량생산 체계에서 생산성과 자원 효율성 향상만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기도 한다.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팩토리는 기존의 대량생산 제품을 대상으로 좀 더 생산성 있고 자원 효율성이 향상되도록 제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장의 수요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개별화된 개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수익성이 있도록 “개인화된 제품 (Personalized Product)”을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림 2] 참조)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는 기존 제조 환경만으론 안된다. 사물인터넷 (IoT) 기반으로 제품과 기계·설비가 스스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과 기계·설비에 권한을 위임하여, 분권화되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제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기반으로 한 지능화된 자동화가 갖춰져야 한다. ([그림 3] 참조)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아이디어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 및 제조를 거쳐 애프터서비스까지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최고의사결정자부터 중간관리자를 거쳐 공장 현장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제품의 제조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조직에서 완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많은 부품을 납품받아 완성품이 조립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엔 관련 조직들 간의 수평적으로 긴밀한 협력 및 연계 역시 필수적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단순히 개별 공장을 자동화하는 개별 기업의 전략이 아니다. 고객의 요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주기 위해 모든 관련 조직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관련자 모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생태계 전략”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 논의되는 스마트 팩토리를 모든 공장들이 동일한 형태로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림 5] 참조)

기계화나 산업화가 아무리 진전돼도 1차 (자원채취) 산업, 2차 (제조) 산업, 3차 (서비스) 산업이 모두 공존하며, 국가의 발전된 상황에 따라 그 비중만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개인화된 제품에 대한 시장규모가 확대되더라도 가내수공업을 통해 제조되는 제품, 대량생산 제품, 대량맞춤 제품 등을 포함해 네 가지 제조 패러다임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런 모든 유형의 제조는 개별 기업 및 개별 국가에게는 각각 의미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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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주어진 여건에서 개별 기업이 어떤 유형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고객과 자신에게 많은 가치를 창출하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서 의사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 국가에서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유형의 제품이 어떤 비율로 조합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업들이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고 시장 이 실패하는 곳을 찾아 보정해주는 것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