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논란, 국내 OTT로 번질까

FCC '제로레이팅 조사 중단'에 촉각

방송/통신입력 :2017/02/10 09:29    수정: 2017/02/10 09:32

트럼프 행정부가 데이터 요금 특혜 조치인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을 사실상 허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이번 조치가 국내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 출신인 아짓 파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최근 '제로레이팅'에 대한 조사를 중단시킨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제로 레이팅은 통신사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의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톰 휠러 FCC 위원장 시절엔 제로레이팅에 대해 사안별로 조사한 뒤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는 정책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AT&T가 디렉TV나우 서비스에 적용한 ‘제로레이팅' 조치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친통신 성향인 아짓 파이가 FCC 수장에 지명되자마자 곧바로 제로레이팅에 대한 조사를 중단시켰다. 사실상 통신사의 특정 서비스 우대 조치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한 셈이다.

지난 2014년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도입 촉구 집회 장면. (사진=씨넷)

■ 미국 FCC 조사중단, 국내 영향 미칠까

제로레이팅은 통신사가 지닌 시장지배력을 다른 서비스로 전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규제기관들이 관심을 보여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서비스이지만, 공정경쟁 차원에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점이었다.

지난 해 FCC가 제로레이팅 관행에 대한 조사를 선언하자 세계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보인 건 이 때문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미국 통신규제 트렌드를 일정부분 참고해 왔기 때문에 FCC의 제로레이팅 조사는 관심 사안 중 하나였다.

물론 아직까진 국내 시장에선 딱 부러진 제로레이팅 사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일본에선 라인이 통신사들과 제휴를 맺고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한 제로 레이팅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통사들이 6만원대 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모바일TV를 무료로 제공하는 게 가장 근접한 사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6만~7만원대 요금제를 쓸 경우 자사 모바일IPTV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데이터 요금이 공짜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로 레이팅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도 불공정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6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소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이 모바일IPTV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유료 VOD를 제외하고 사실상 방송콘텐츠를 모바일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 치열한 OTT 경쟁구도도 우려 한 몫

하지만 지상파, 통신사, OTT 업체들간의 치열한 플랫폼 선점경쟁을 펼치면서 제로레이팅 이슈가 고개를 들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을 제로 레이팅으로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T&T가 디렉TV나우 서비스에 대해 제로 레이팅을 적용한 것도 넷플릭스란 거대 경쟁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통사가 4만원대 요금제에만 가입해도 자사 OTT 서비스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나머지 OTT 업체들은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최근 SK브로드밴드가 옥수수 가입자 확대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데이터 요금을 안 받는다고 하면 지배력 전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OTT를 선택할 때 콘텐츠나 서비스가 아닌 이통사 자체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시작한 제로 레이팅 이슈가 OTT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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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달 초 지상파방송사가 통신사에 제공하는 지상파VOD 제공을 중단한 것처럼 방송-통신사업자 간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 경우 제로 레이팅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OTT 서비스는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이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CJ E&M의 TvN 등에서 제작한 콘텐츠들도 이제는 지상파에 버금가는 경쟁력이 있고 영화 콘텐츠 등으로 차별화할 수도 있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데이터 무료가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