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현대차 인사 훈풍…'미래車'에 방점

10년 만에 해 넘겨 인사 단행...자율주행 등 R&D 강화

디지털경제입력 :2017/02/06 16:57    수정: 2017/02/06 18:48

정기수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등 미래차 개발 역량에 초점을 맞춘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과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전사적인 역량을 치중하고 있는 데 걸맞게 자율주행 등 관련 기술 분야 강화에 주력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께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Hyper-connected & Intelligent Car)' 콘셉트의 신모델 출시를 목표로 커넥티드 카 개발에 매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6일 현대·기아차 176명, 계열사 172명 등 총 368명 규모의 '2016년도 정기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규모는 지난해보다 5.4% 감소했다. 올해 국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기 상황과 내실 경영을 다지겠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직급별로는 ▲사장 1명 ▲부사장 11명 ▲전무 38명 ▲상무 62명 ▲이사 107명 ▲이사대우 126명 ▲연구위원 3명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1%대로 예상되고 경쟁 가열과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인사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내실경영을 유지하면서 실적 위주의 인사 원칙을 보다 철저히 반영해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규모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매년 연말 성탄절을 전후로 단행됐던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해를 넘겨 2월에 실시된 것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비자금 수사로 인해 예정보다 두 달 정도 늦어진 2007년 2월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 따른 여파로 인사 관련 절차가 차질을 빚으며 당초 예정보다 늦게 인사를 발표하게 됐다.

■R&D 인사 중용 전체 40% 넘어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해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린 현대차그룹이 300명을 밑도는 수준의 승진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승진 인사가 단행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년과 비슷한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것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침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사기를 북돋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현대·기아자동차 정보기술본부장 정영철 부사장, 현대·기아자동차 상품전략본부장 박수남 부사장,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장 양승욱 부사장, 현대모비스 차량부품본부장 전용덕 부사장, 현대·기아자동차 ADAS개발실장 장웅준 이사대우, 현대엠엔소프트 홍지수 부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 김창학 부사장, 현대건설 구매본부장 서상훈 부사장(사진=현대차그룹)

올해 역시 현대차그룹의 인사의 방점은 '연구개발(R&D)' 강화에 찍혔다. 이번 인사에서도 연구개발 및 기술부문의 승진자는 40% 이상에 달했다. 특히 핵심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R&D 부분 승진이 크게 두드러졌다. 특히 부사장 승진 임원 11명 중 R&D(연구개발)·기술부문에서 7명의 임원이 배출됐다. 현대·기아차 ADAS(최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개발실장 장웅준㊲ 책임연구원은 이사대우로 승진, 현대차그룹 내 최연소 임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바디기술 분야 공병석 연구위원을 비롯해 엔진기술 분야 이홍욱 위원·연료전지기술 분야 홍보기 위원 등 3명의 연구위원도 새로 선임돼 핵심 개발분야 전문인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는 친환경차 및 차량IT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해 R&D 부문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지속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분야 우수 인재 육성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연구개발(R&D) 인력 위주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인사 기조가 올해도 이어졌다"며 "특히 차세대 연료전지차 개발 등 미래차 역량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여성 임원에 대한 승진 인사도 있었다.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부원장 조미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제품UX기획실장 김효린 이사대우는 이사로 ▲현대캐피탈 리스크관리실장 이소영 이사대우는 이사로 ▲현대카드 CS실장 강은영 부장은 이사대우로 각각 승진했다.

■CEO 유임...MK 재신뢰

정기 인사에 앞서 지난해 수시 인사를 통해 CEO(최고경영자)를 재배치한 만큼, 큰 폭의 사장단 인사는 없었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중국법인 핵심 임원과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하는 문책성 수시 인사를 단행한 바 있고, 연말에도 미국 판매법인 CEO(최고경영자)를 전격 교체했다. 지난해도 노조 파업과 판매 부진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정몽구 회장은 사장급 이상 고위직 임원에 대해 대부분 교체도 없이 재신임을 나타낸 셈이다.

다만 향후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일부 사장급 임원에 대해 경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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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신상필벌'을 대원칙 하에 수시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정몽구 회장의 인사 특징을 감안하면 노조 파업과 내수 부진 등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배제됐지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주도해 오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과 고성능 N브랜드의 출시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관련 임원들을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