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지도는 OSM…구글 반출과 무관

"지도 반출금지 때문에 서비스 지연" 사실무근

인터넷입력 :2017/01/25 11:32    수정: 2017/05/29 16:39

손경호 기자

지난 해 구글의 지도반출 요구를 둘러싼 공방이 한창일 때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함께 거론됐다. 디지털 지도 쇄국정책 때문에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지도 반출 거부 때문에 포켓몬고가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국내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데니스 황 아트 총괄 이사는 "접근 가능한 여러 데이터 소스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일반인에게 공개가 가능한 소스까지 포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도와 관련해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디넷코리아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지도서비스 회사들과 외부 지도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국내에 정식 출시된 포켓몬고는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 OSM)'이라는 오픈소스 기반 지도 데이터 무료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나이언틱 데니스 황 이사와 임재범 포켓몬코리아 대표.

지도 관련 협회인 공간정보산업협회 김태훈 팀장은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티맵 등에 문의해 보니 모두 나이언틱과 제휴하고 있지 않았다"며 "다른 데이터는 쓰지 않고 OSM이 제공하는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고 라이선스 공지에서도 'Korea: Map DATA (c) OpenStreetMap Contributors'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OSM은 이미 나이언틱이 국내에 먼저 서비스했던 모바일게임 '인그레스'에서도 활용됐었다.

■ "서비스 지연은 한글화 등 다른 이슈 때문"

지난해 구글이 5000:1 고정밀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하면서 지도 정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지리정보원,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무부처들이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지난 해 11월18일 경기도 수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회동을 갖고 구글 지도 반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협의체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내 지도 해외 반출은 안보 위협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정부가 구글 측에 이의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으나, 구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반출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도 쇄국주의를 우려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국내 지도 데이터가 없는 탓에 포켓몬고 같은 인기 모바일게임이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오픈스트리트맵으로 '서울'을 검색해 광화문 지역을 최대 크기로 확대한 모습.

하지만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가 지연된 것은 지도가 아닌 다른 문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게임 개발사인 나이언틱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우선 서비스를 런칭한 뒤 한국어로 게임 내 콘텐츠를 번역하는 등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나이앤틱은 오픈소스인 OSM만으로도 포켓몬고 서비스를 별 무리없이 제공하고 있어 지도반출과 연결하는 주장이 사실무근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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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먼저 시작된 OSM은 지도판 위키피디아라고 불린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각지에서 여러 기여자들을 통해 지도 데이터를 만들어 무료로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도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몇 년 전만하더라도 OSM 국내 기여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던 탓에 다른 나라에 비해 지도 데이터의 품질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OSM 품질도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