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대책 충분한가

삼성 "책임 통감...프로세스에 깊이 새겨질 것"

디지털경제입력 :2017/01/23 16:13    수정: 2017/01/24 08:59

"의미 있는 혁신과 품질 최우선 경영 체제를 구축해 다시 뛰는 삼성전자가 되겠다."(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오늘부로 (갤노트7의 아픔을)모두 털어버리고 갤럭시S8으로 가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꼭 회복해야 한다.”(삼성전자 모 임원)

삼성전자 서초 사옥이 모처럼 사회 이슈가 아니라 경영 이슈로 북적였다. 삼성전자는 23일 오전 10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는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내외신 기자 30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도 벌였다.

■삼성 '다시 뛰자'...품질 최우선 경영-혁신 제품 약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로 수개월째 경영 난맥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수습을 계기로 '다시 뛰자'는 마인드로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날 발표회 현장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을 비롯해 이영희 마케팅팀장 부사장, 노태문 개발2실장 부사장 등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서 지난 연말부터 미뤄진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멈춰선 삼성의 경영 시계가 다시 돌아갈 지 주목된다.

고 사장은 첫 일성으로 "(갤노트7 사태로)고객 여러분들과 통신사업자, 유통 거래선, 모든 협력사 여러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고 사장은 "무한한 가능성과 소비자 체험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구현하겠다"는 말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23일 오전 갤럭시 노트7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사장은 이날 내부 프로세서와 일하는 문화에 대한 변화도 암시했다.

고 사장은 "(갤노트7 단종 사태의 교훈은)향후 삼성 문화와 내부 프로세서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단기 성과주의의 폐해와 경쟁사를 의식한 조급한 제품 출시 공정 등 잘못된 관행을 뜯어 고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고 사장은 특히 이번 갤노트7의 배터리 소손 사태의 근원적 배경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전방위 개혁에 나설 뜻을 확고히 했다.

그는 "점점 더 멀티미디어화 되어 가는 스마트폰 시대에 '갤노트7'은 기획 단계부터 고용량 배터리가 핵심 사양이었다"며 "그럼에도 (배터리)제조상의 문제점과 제품 출시 전에 최종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초기 단계부터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상의 배터리 품질(QC) 불량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발언이다. 전작 대비 컴팩트한 디자인에 3천500mAh(미리 암페어)의 고용량 배터리 장착으로 제조 과정부터 새로운 설계와 공법이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서둘러 제품을 출시한 책임이 삼성전자에게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갤노트7에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와 중국 ATL에 법적 책임은 묻지 않는다는 방침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8 포인트 배터리 안정성 검사' 시스템 도입 ▲외부 전문가 영입 확대 등 여러 재발 방치책을 함께 발표했다. 삼성SDI도 이날 배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1천5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안정성 검사 단계와 검증 인력을 더 늘리고 전문성 높은 외부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당초 초기 배터리 상의 설계나 품질 불량을 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중 삼중의 배터리 발화 위험을 방지하는 새로운 공정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경영 현안 산적...反삼성 정서에 고개 '절래절래'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거세지는 反삼성 기류 속에서 이번 갤노트7 발화 원인 발표를 준비해 왔다. 영장 기각이 곧 무죄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 불발이 사법부의 배려에 의한 삼성 특혜로 인식되면서 이날 발표의 객관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 전 세계 안전 인증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UL과 미국 과학기술 분야 전문 기관인 엑스포넌트(Exponent)가 발화 원인에 대해 배터리 결함이라는 동일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신뢰성 확보에 자신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L과 엑스포넌트의 조사 결과가 동일하다는 것은 신뢰할만하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향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해 부품 안전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했다.

삼성 서초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은 5개월째 끌어온 갤노트7 발화원인을 사실상 마무리 지으면서 전사적인 자원을 차기작인 갤럭시S8 출시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삼성 입장에서는 그룹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제품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앓던 이를 하나 뽑은 셈이다.

그러나 삼성에게는 아직 해결해야 한 경영 현안이 수두룩하다.

우선 법적 구속을 면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무죄 입증을 위한 법정 다툼이 남아있다. 특검 수사가 다른 대기업을 비롯해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에 집중되면서 최악의 경우 추가 보강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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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이처럼 악화된 여론을 가라앉힐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관련 대책에 대해 질문을 하면 삼성 관계자들은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든다. 그만큼 특검 칼날의 서슬이 퍼런 상황에서 경영 정상화까지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재벌 개혁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反기업 정서를 가라앉힐 뾰족한 방법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하루빨리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도록 헌재의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