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키즈 콘텐츠 인기비결은 '성장'

인터넷입력 :2016/12/12 18:17

손경호 기자

"라임이가 꿈을 꿀 수 있는, 그래서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꿈을 꿀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합니다."

"마이린이 주인공이 아니에요. 키즈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서로 협동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서로 찍고 싶어서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그랬는데 영상을 400개 이상 찍다보니 아이들이 말을 조리있게 잘하고, 나쁜 습관도 고치는 계기가 됐죠."

뽀로로, 타요를 넘어 유튜브 키즈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아이들의 인기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 유튜브 시청시간은 전년 동기대비 65% 늘어났다. 이 중 아이들이 직접 출연하거나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다루는 키즈 콘텐츠 시청시간은 올 여름 기준 1년만에 3.5배나 증가했다. 키즈 콘텐츠를 다루는 인기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수가 40만을 넘는가 하면 4억건 이상 조회수를 보인다. 웬만한 아이들용 TV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 못지 않다.

왼쪽부터 라임튜브를 운영 중인 길기홍씨와 길라임양, 마이린TV를 운영 중인 최린군과 어머니 이주영씨, 말이야와 친구들을 운영 중인 국동원씨와 이혜강씨.

■유튜브 키즈 콘텐츠 성공 비결 '함께 성장'

아이들이 유튜브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부모나 외삼촌, 외숙모가 촬영하고 아이들이 직접 출연하거나 직접 진행을 맡는 키즈 콘텐츠가 수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성장한다'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오토웨이타워 내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3'에는 '라임튜브', '마이린TV', '말이야와 친구들'이라는 인기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과 여기에 출연 중인 아이들이 직접 나와 인기비결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현재 40만 유튜브 구독자수, 전체 동영상 조회수 4억8천만뷰가 넘는 '라임튜브' 주인공 라임이의 아빠인 길기홍씨는 "라임이가 꿈을 꿀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래는 장난감 놀이로 시작했던 이 방송은 이후 라임이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콘텐츠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예를들어 팅커벨이 나오는 만화를 보고 왜 나는 못 날지라는 아이의 질문에 '슈퍼라임'이라는 영상을 만들고, 간호사라는 꿈을 돕기 위한 병원놀이, 현재 꿈인 가수가 되볼 수 있도록 뮤직비디오 영상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이밖에도 제주도에서 열기구 타보기, 바닷 속 잠수함 체험 등 아이들이 직접 해보기 쉽지 않은 도전과제들을 수행해 나가는 방송으로 발전해 가는 중이다.

11살 최린군이 운영하는 '마이린TV'는 다른 인기 크리에이터와 인터뷰, 키즈 챌린지 등 여러가지 놀이와 게임들을 소개한다. 현재 12만명 구독자수를 가졌으며, 전체 동영상 조회수는 2천900만뷰다. 최린군의 엄마 이주영씨는 "아이가 마인크래프트에 관심을 갖고 도티나 양띵의 영상을 보면서 영향을 받았다"며 "린이가 다른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인데 이런 활동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최린군의 부모는 10살때 시작한 마이린TV를 10년까지는 해보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방송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키즈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이주영씨는 특히 "어린이만 있다고 혹은 어린이만 한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종이미디어에 익숙했다면 아이들은 유튜브로 검색하는 등 디지털비디오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에 대해 더 공부를 하고 시작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외삼촌과 외숙모가 3명의 조카들과 여러가지 놀이를 하는 모습을 올리는 '말이야와 친구들'은 토이스토리, 게임, 키즈토이 등 연관채널을 포함해 33만명 이상 구독자수, 1억3천만뷰 이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 채널 운영자인 국동원씨는 "우리가 120% 정도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끼면 시청자는 90%까지 그렇게 여긴다고 생각한다"며 "영상을 만들면서 특히 아이들이 언어적으로 모르고 잘못쓰는 단어들에 대해 주의를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 중인 이혜강씨는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최고의 자기계발 도구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V에 나오는 아이들용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부모 세대에게 일단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서 모든 정보를 찾아 보는 요즘 아이들의 문화는 상당히 낯선 모습이다. 이를 두고 '모모세대(More Mobile)'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유튜브 키즈 콘텐츠들이 단순히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재밌게 놀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장래희망에 '크리에이터'를 적어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변화다.

키즈 콘텐츠 성공 노하우에 대해 국동원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우선은 가족과 추억을 많이 쌓는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후에 브랜딩이나 수익적인 목표를 가져가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과 행복하게 찍어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법인세우고, 직원 채용하기도

현재 라임튜브를 운영 중인 길기홍씨는 CJ E&M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지난 6월 라임캐스트라는 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뽀로로, 타요 등으로 유명한 아이코닉스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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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와 친구들에 출연 중인 국동원씨와 이혜강씨는 서로 부부다. 이혜강씨는 파워포인트 등 강의로 유명한 '친절한혜강씨'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들도 스튜디오가 따로 없이 파란 천을 덧대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왔으나 손이 모자라 정식으로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마이린TV는 가내수공업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최린군 어머니는 "가족 3명이서 아이폰6플러스로 영상을 찍어서 윈도 무비메이커로 편집하고, 자막을 직접 아이가 입히기도 한다"며 "앞으로 아이가 주로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체험이나 대결 등 아이템을 가져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