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주주들, 이사회 제소…대체 왜?

"마크 안드레센, 저커버그에 주주 이익 위배되는 조언"

인터넷입력 :2016/12/09 12:54    수정: 2016/12/09 13:55

손경호 기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잘 나가는 페이스북이 소송에 휘말린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일부 주주들이 지난 4월 마크 저커버그와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자인 마크 안드레센 등이 몸 담고 있는 페이스북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안드레센이 페이스북 지분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자리에서 저커버그와 비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때문이라고 씨넷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기부에서 출발했다.

저커버그는 지난 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 수억주를 매각한 뒤 이 중 99%를 그와 아내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인 찬-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약 320억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될 경우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사회 의결권을 잃게 된다. 때문에 그는 지분을 잃게 되더라도 페이스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주식을 3종류로 나눠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클래스A, 클래스B는 모든 권한을 갖지만 클래스C로 분류된 주식은 의결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전체 주식 중 15%만 갖고도 54%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은 표결에 붙여졌고 주주들은 그렇게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쿼츠에 따르면 앞으로 주주들은 잠재적인 인수합병, 매각 등 시나리오에서 주주들의 판단이 배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사 결정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안드레센이 오히려 경영자인 저커버그를 위해 조언을 한 점이 문제가 됐다.

페이스북 이사회는 주주들을 대표해 지난해 8월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여기에는 수잔 데스몬드-헬만, 어스킨 보울스와 함께 안드레센도 포함됐다. 안드레센 등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난 4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접수된 공소장에 따르면 특별위원회와 저커버그가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안데르센은 저커버그와 서로 비밀리에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다른 특별 위원회 멤버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코치했다. 주주들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컨퍼런스콜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주주들을 대표하는 특별위원회 멤버들과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안드레센은 "이러한 류의 주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This line of argument is not helping)", "지금 우리는 가스로 요리를 하는 중이다(Now we're cooking with gas)"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가스로 요리를 하는 중'이라는 표현은 오랜시간 일에 진척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잘 풀리는 상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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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운영 중인 안드레센은 페이스북 이사회 멤버이자 저커버그의 오랜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대변인은 "특별위원회는 페이스북과 주주들이 최고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공정한 프로세스를 따랐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