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후폭풍에 현대차 경영환경 '시계제로'

특검 총수 소환 우려...정기인사 내년 연기說 솔솔

카테크입력 :2016/12/09 09:36    수정: 2016/12/09 12:41

정기수 기자

측근의 국정 농단으로 촉발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현대차그룹의 경영환경이 '시계(視界)제로' 상태에 빠졌다.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단행됐던 정기 임원인사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반등을 위한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께 단행될 예정이었던 '2017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뇌물죄 혐의가 명시된 다른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긴장감은 덜하다"면서도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는 물론 예정된 특검 조사에서도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이 불려다닐 판이라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임원 인사를 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뉴스1)

당장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던 현대·기아차의 경영전략회의도 6일 치러진 정몽구 회장의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출석 때문에 미뤄졌다. 경영전략회의는 본부장급 이상 임원이 참석, 영업현황 등 회사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하고 미래 사업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매월 초 열린다. 주로 정몽구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2월 중순께 치러진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 이후 연말 정기인사 시기를 가늠해왔지만, 올해는 회의 일정도 아직 잡지 못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정몽구 회장 주재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진행한다.

여기에 다음주 초 공식 출범할 예정인 '최순실 특검'이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0일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하면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고위 임원들의 줄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활동 기간이 짧으면 90일, 최대 12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 인사 시기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셈이다.

연말 정기 인사는 이듬해 경영계획의 핵심이 된다. 최고 경영권자의 의지가 담길 뿐만 아니라, 내년 경영의 지향점을 읽을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정기 인사가 밀릴 경우 조직 개편은 물론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해당 사업을 맡게 될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올해 실적 악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내년도 경영계획까지 미뤄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당초 목표였던 813만대 달성은 물론 800만대(현대차 501만대·기아차 312만대) 돌파도 힘든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11월 글로벌 누적판매 대수는 706만8천13대(현대차 436만3천181대·기아차 270만4천832대)로 전년동기(719만1천373대) 대비 1.7% 감소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역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 도날드 트럼프가 이름을 올리면서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도, 국내 경제가 침체 일로를 달리고 있는 시점에 내수 전략이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임원 승진자 수도 작년보다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세타2 엔진 등 품질 논란 이슈는 물론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과 판매 부진, 내부 고발자 사태로 불거진 보안 허점 등 관련 문책성 인사로 한바탕 칼바람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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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룹의 사활을 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한 추가 인사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커넥티드카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분야를 강화하는 승진 인사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순실 특검 소환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정기인사와 사업계획 수립 등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