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美에 500억 달러 통큰 투자…왜?

트럼프에 '일자리 50만개'도 약속…T모바일 인수 추진?

인터넷입력 :2016/12/08 13:09

손경호 기자

손정의 회장의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에 통큰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 약속이 실패한 T-모바일 인수를 재개하는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소프트뱅크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앞으로 미국 스타트업과 신생기업들을 위해 500억달러를 투자, 5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이전에도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글로벌 IT기술 분야에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이 직접 현지 채용규모까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이 미국 스타트업과 신생기업들을 위해 내년 출범할 트럼프 정부에 500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통해 5만여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사진=CBS)

외신들에 따르면 투자금이 앞서 소프트뱅크가 마련한 1천억달러 규모 테크놀로지 펀드로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450억달러,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250억달러를 출자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해 조성한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앞으로 5년 간 전 세계 기술기업들에게 투자할 계획이다.

손정의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의 대주주이자 최근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하는 빅딜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여러 투자에 성공했으나 미국에서 만큼은 성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2013년 미국 4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스프린트를 인수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이후 손 회장은 2014년 독일 도이치텔레콤이 67% 지분을 확보하며 대주주로 있었던 T-모바일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2014년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손정의 회장, 댄 헤세 스프린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 내 무선 시장에서 경쟁자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을 총괄하는 빌 베어 역시 과거 2011년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다 무산된 사례를 들며 이들 회사의 합병안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런 여론에 밀려 결국 T-모바일 합병을 포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포기했던 T-모바일 인수를 새롭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손정의 회장의 500억달러 투자는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 3위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가 T-모바일을 삼킬 경우 2위 업체 버라이즌을 뛰어넘으면서 시장 1위 AT&T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6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손정의 회장과 미팅을 마친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면 손정의 회장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외신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이 "트럼프가 규제완화주의자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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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자는 차기 FCC 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손정의가 밝힌 500억달러 투자로 인해 오바마 정부 때보다 규제 완화주의자가 위원장에 선임될 수 있을지를 보는 것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만이 아니라도 이 같은 투자로 인해 트럼프 정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다 완화된 규제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소프트뱅크의 미국 사업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