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왜 이렇게 빨리 결판났나

美대법원, 2개월만에 결론…"규모에 비해 단순"

홈&모바일입력 :2016/12/07 11:11    수정: 2016/12/07 11:1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기의 소송’치곤 굉장히 빨리 최종 결과가 나왔다.

미국 대법원이 6일(이하 현지 시각)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소송 상고심에서 삼성 승소 판결을 했다. 지난 10월11일 두 회사가 공판을 한 지 2개월도 채 안 돼 최종 판결이 나온 셈이다.

주요 외신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속전속결로 판결이 나왔다. 당초 이번 소송 최종 판결은 내년 1분기 쯤 나올 것으로 점쳐졌다.

대법원의 회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는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겠냐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2012년 1심 재판 때부터 엄청난 공방을 벌였던 소송치곤 굉장히 쉽게 결론이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 판사들. 앞줄 가운데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왼쪽에 있는 사람이 최근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이번 소송에는 스칼리아를 제외한 대법관 8명이 참여했다. (사진=미국 대법원

대법원 판결문인 법정의견서(opinion of the court)는 요약문까지 포함해서 11쪽에 불과하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이 한 해에 다루는 사건은 75건 남짓한 수준이다. 하계휴가 3개월을 제외하더라도 한 달에 평균 8건 남짓한 사건을 다룬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별 사안에 대해 속전속결로 판결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인 셈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과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 소송 상고심 최종 판결이 이례적으로 빨리 나왔다고 볼 수 있다.

■ 핵심쟁점은 '일부냐 전부냐' 비교적 단순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했을까? 그 해답은 이번 소송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디자인 특허가 쟁점이 된 이번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굉장히 복잡한 공방을 벌였다. 디자인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실제로 대법원 법정에 올라온 쟁점은 굉장히 간단했다. 스마트폰의 일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을 때 어떤 기준에 따라 배상할 것이냐는 부분만 판결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쟁점이 된 것은 미국 특허법 289조의 제조물품성(article of manufacture)이란 개념이었다.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에 대해서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미국 대법원의 삼성과 애플 디자인 특허소송 상고심 판결문.

결국 쟁점은 ‘제조된 물건’ 혹은 ‘제조물품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냐는 부분이 법리 공방의 전부였다.

대법원은 이 쟁점에 대해 스마트폰 같은 제품에선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 뿐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 있는 부품’까지 제조물품성으로 봐야 한다는 해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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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잣대는 일반 시민의 판단 기준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법 역시도 다양한 인간 간의 다툼을 조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상식적 판단’을 해달라는 게 이번 재판의 기본 취지였던 만큼 미국 대법원도 길게 끌 이유가 별로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