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가성 부인…"최씨 직접 지원 사과"

"미래전략실 해체하고 전경련 탈퇴해 환골탈태하겠다"

디지털경제입력 :2016/12/06 18:19    수정: 2016/12/07 11:41

정현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 일가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과 사전 인지 여부는 부인했다.

동시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정경유착 매개로 지목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 경영권 포기 가능성 등 삼성그룹 경영체제 개선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의혹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배경,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승마 특혜 지원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와병과 함께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에 대한 공개 사과를 한 적은 있지만 이날 청문회처럼 장시간 공개적인 잘이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주요 대기업 중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한 데다, 유일하게 최씨 일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이날 증인석 중앙에 자리를 잡은 이 부회장에게는 18명의 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의 쟁점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씨가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최 씨 일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진행했는지 여부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와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모아졌다. 또 최 씨 일가를 지원한 대가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을 이끌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로비 있었나?

이날 많은 의원들은 지난해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전자 지분 확보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인 단계라는 전제 하에 이 부회장을 추궁했지만 그는 “양사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었음에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은 로비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삼성물산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삼성이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또 청와대 내부에 여러 로비와 청탁을 진행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논의 당시 국민연금 측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있어서 실무자들 몇 명과 갔다”면서도 “삼성 계열사들은 국민연금으로부터 가장 큰 투자를 받고 있고 국민연금도 이를 통해 제일 높은 수익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관련 의혹은 부인했다.

또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뛰었고 합병의 타당성에 대한 입장 표명도 했다”면서 “단순히 지분율이 올라간다고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선 실세’ 최순실 존재 알고 있었나?

이날 이 부회장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와 그 시점은 언제부터였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이 부회장은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아주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또 박 대통령과 처음 독대했던 지난해 7월에는 최순실 씨의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의 존재를 누구로부터 들었냐는 거듭된 의원들의 추궁에 “미래전략실 실장과 팀장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들었다”면서 이를 인지한 시점도 “문제가 불거지고 난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는 “정말 다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스포츠나 문화 지원 관련 내용까지 모두 보고를 받지 않는다”면서 “나중에 보고를 받아보고 적절치 못하게 지원을 한 것을 알게 됐으며 얼마든지 꾸짖으시면 받겠다”고 덧붙였다.

■재단 모금에 朴대통령 강요 있었나?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두 차례 독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직접적으로 요청받은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다음날 30~40분 정도 독대를 했다”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활동을 더 열심히 해달라고 말씀하셨고 이건희 회장 건강 상태와 휴대폰 사업, 국내 투자 현황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히 기부라는 단어는 없었다”면서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나올 때는 출연을 해달라는 뜻으로 이해를 못 했다"고 얘기했다.

또 이후 재단 출연 사실을 보고 받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고나서 챙겨봤는데 전경련 회비를 배분받는 것과 유사한 절차로 이뤄진 것 같고 아마 실무자 선에서 처리가 된 것 같다”면서 “문화나 스포츠 지원에 대한 부분은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단 출연·崔 모녀 지원 대가 있었나?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질의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단 출연이 모종의 이득에 대한 대가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저희한테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요구하면서 출연과 지원을 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은 재단 출연과 별개로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지원했고, 최 씨 측에 명마 구입 명목 등으로 319만 유로(약 43억원)를 직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회장사로 있는 대한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최 씨 모녀에 직접 지원하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최근에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면서도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승마쪽과 관련된 여러 사람이 연루돼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누가 이같은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제가 혜택을 받으려거나 줄을 대기 위한 목적으로 지원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을 때부터 챙겼어야 하는데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전격 해체 '대변혁' 예고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에 불거진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향후 삼성 경영 체계 개편에 대한 요구에는 전향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또 "창피하고 후회스럽다" 등의 표현을 동원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미래전략실에 대한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간이 많다고 느꼈다"면서 "삼성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시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를 해오신거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국민 여러분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면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 해체를 약속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비자금 특검 당시 과거 비서실이었던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전략기획실을 만들었다가 이후 2010년 11월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꿨다. 이날 이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해체 약속으로 향후 대대적인 조직개편 작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 경영권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저의 역할은 회사에 훌륭한 분들을 모셔오는 것"이라면서 "저보다 훌륭한 전문경영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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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전경련 탈퇴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개인적인 전경련 활동을 중지하고 전경련 회비도 납부하지 않겠다"면서 "선배 회장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해체를 논할 자격은 없지만 삼성은 탈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로 국민들에게 많은 우려와 심려 끼쳐드린 것 잘 알고 있으며 무거운 마음으로 이 곳에 나왔다"면서 "앞으로 절대 불미스러운 일에 다시 연루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면서 "어떠한 압력이 들어와도 정경유착을 끊는데 이번 일이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이 과정에서 제가 고쳐야 할 것이 있으면 반성하고 정말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