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되는 스타트업 비방전, 지금도 'ing'

부동산 중개앱으로 번진 경쟁사 비방

인터넷입력 :2016/12/04 14:30    수정: 2016/12/04 14:59

성장통 겪듯 스타트업 업계에 경쟁사 간 비방과 공방이 계속 대물림되고 있다.

소셜커머스에서 배달앱 시장으로 옮겨 붙었던 불길이 최근에는 부동산앱 시장으로 번진 모습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대기업의 침투를 견제하고 시장을 키우기도 모자란 시간에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식의 소모적인 싸움이 계속된다” 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셜커머스 3사 “내가 1위다”

소셜커머스 CI

모바일과 네트워크 발달과 함께 온라인 유통 강자로 떠오른 쿠팡, 티몬, 위메프 소셜커머스 3사는 2010년 몇 달 간격으로 설립, 현재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셜커머스 3사가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서비스 모델로 하나의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업 초반 회사 간 경쟁은 매우 뜨거웠다.

또 이 같은 경쟁은 때때로 도를 넘어 경쟁사 비방과 깎아내리기로 빈번하게 이어졌다. 특히 이들은 방문자 수, 거래액 등 각기 다른 지표를 근거로 “우리가 1위”라는 주장을 펼치며 시장 우위에 서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다.

어느 한 쪽에서 1위라는 자료를 발표하면, 다른 한 쪽에서 곧바로 상대 회사의 데이터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평가절하하기 일쑤였다. 1위 사업자라는 인식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투자 유치 시 기업 가치를 높게 받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공방이 한동안 계속됐다.

2014년 위메프는 유튜브 광고에서 쿠팡을 비하하고 자신들의 상품이 무조건 저렴한 것처럼 포장하다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배달앱 “우리 수수료가 더 저렴해”

요기요가 문제를 제기했던 배달의민족 광고.

성장 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의 신경전은 배달앱 시장에서도 뜨거웠다. 문제의 발단은 2014년 말 배달의민족이 게재한 광고 속 요기요 수수료에서 시작됐다.

배달의민족이 요기요를 ‘Y사’라고 한 뒤 잘못된 수수료를 적시하고, 자사는 “경쟁사 대비 절반”이라고 허위 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요기요는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자사의 수수료를 실제보다 높게 잡아 가맹점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배달앱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섭게 추격해온 2위 업체인 요기요를 견제하려는 시도였으나, 이는 다행이 배달의민족이 광고를 내림으로써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또 작년 말 공정위가 부당 광고행위로 규정하고, 경고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공정위, 배달의민족 거짓광고 '경고' 조치 기사 보기)

배달앱 업체 간 비방은 상대가 “외국계 기업”이란 소모적인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과거 배달의민족은 요기요를 가리켜 독일 배달앱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유한회사란 논리로 토종앱 우대 전략을 폈다. 반대로 요기요는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은 배달의민족도 사실상 외국계 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맞섰다.

■부동산 중개앱 “내 상표권 쓰지 마”

스테이션3의 다방 상표권(왼쪽), 직방의 다방 상표권.

배달앱 시장이 배달의민족-요기요로 안정화 되자 스타트업 간 분쟁은 부동산 중개앱 시장으로 옮겨왔다. 업계 1위인 직방이 2위 사업자인 스테이션3를 상대로 ‘다방’에 대한 상표권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인데, 양사는 여전히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직방은 한글 ‘다방’ 상표에 대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며, 실제로 다방앱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의 권리 침해를 주장했다.

반면 스테이션3 측은 직방이 사용하지도 않는 상표권만을 앞세워 악의적인 목적으로 경쟁사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방의 가처분신청에 따른 법원의 판단도 1심과 2심에서 스테이션3 손을 들어준 상태다.

한편 특허심판원 측은 다방 측이 제기한 ‘직방 보유 다방 상표권’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하고, 직방의 권리를 인정했다. 특허심판원은 직방이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상표를 출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다방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직방vs다방 상표권 분쟁…진실 혹은 거짓' 기사 보기)

이 밖에 두 회사는 상대 회사가 ‘갑질’ 한다는 똑같은 공격 논리를 내세우며 공정 경쟁을 하자고 주장하면서도,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업계 관계자는 “유통, 배달, 부동산중개 모두 작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했지만 언제든 대기업들이나 글로벌 기업들이 진입을 노리는 시장”이라며 “서로의 이익에 빠져 결국 시장을 대기업이나 또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내주고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사업자들이 함께 경쟁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이 전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관련 산업을 키우는 결과”라면서 “나만 살겠다는 식의 도 넘은 비방과 공격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