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년 했더니 저더러 ‘핀다르크’래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규제 혁신 공감, 공부 필요해”

인터넷입력 :2016/12/01 17:49    수정: 2016/12/01 18:41

“우리나라는 누구 한 명이 사고 치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구조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규제 해소가 안 된다. 불합리한 규제에 맞서 지난 2년 간 핀테크 사업을 해오면서 얻은 별명이 핀다르크다.”

P2P 대출 스타트업인 8퍼센트 이효진 대표의 말이다. 핀테크 분야에 있어 정부 규제에 맞서 싸우다 보니 '핀테크계의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뜻이다.

■“시대는 디지털, 법은 아날로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일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제1차 포럼을 열고, 창업 환경 규제 장벽과 개선 현황에 대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정부의 낡은 규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다양한 아이디어와 서비스들이 넘쳐나는데, 법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고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키워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마치 짜장면 아니면 짬뽕처럼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 창업을 해야 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스타트업들이 법 제도에 일일이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부업 등록이 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이트 폐쇄조치 까지 당했던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2년 전 창업할 당시 2년 뒤면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겠지 예상했지만 오히려 P2P 가이드라인 등 규제가 본격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자등록 시 업을 보기 중에 골라야 하는 데 적합한 업이 없어 몸에 잘 맞지 않는 옷과 같은 대부업을 선택했다”면서 “그런데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따르기 힘든 법이 생겼고, 누구 하나 사고 치면 자신이 손해를 입는 이 악순환의 구조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판단 미루고 규제 혁신 공감 못해”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신용카드 개인정보를 활용한 본인인증 방식을 도입하려다 겪게 된 규제 장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승인만 받으면 해당 서비스가 가능할 줄 알았으나, 뒤늦게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장벽에 가로막혔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황 대표는 “회원가입할 때마다 항상 본인확인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글로벌 서비스가 어렵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카드 인증을 도입하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방통위로부터 아이핀을 사용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방통위 등 정부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득권과 새로운 사업자의 요구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데 본인들이 판단하기를 두려워한다”며 “이에 정부는 전문위원, 자문교수, 변호사들이 토의를 해서 건의해주면 이를 위에 보고하겠다고 하는데 스타트업이 이런 작업을 하기란 매우 힘들다”고 역설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법과 제도가 기술과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와,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규제 개선 체계를 꼬집었다. 또 공무원들이 치열한 토론과 공부를 통해 규제 혁신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필요성을 깨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변호사는 “규제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게임의 규칙과 같다”며 “규제는 공평하고 중립적이면서 참여자들에게 평균적인 공정한 이익을 가져다 줘야 하는데 디지털 경제로 넘어오면서 이에 맞는 변화를 못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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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왜 규제를 혁신해야 하는지 공무원들의 공감대가 없고 치열한 토론도 없다”면서 “대통령이 규제 개혁하자고 밑으로 던지고, 이를 받은 공무원들이 공감대를 이루는 과정이 없다보니 허덕이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태언 변호사는 “규제를 암덩어리라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공무원들이 규제 혁신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해결책을 함께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