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빛바랜 사상 최대 ‘창조경제 박람회'

30억 넘게 들인 이벤트 내일 개막..."비선실세 개입, 의미 퇴색"

방송/통신입력 :2016/11/30 12:06    수정: 2016/11/30 14:34

최경섭 기자

'대통령 탄핵정국’ 으로 인한 불뚱이 박근혜 정부의 최대 경제공약인 ‘창조경제’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30여억원을 넘게 들인 최대 규모의 창조경제 박람회를 개최한다.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단계부터 개입했고, 차은택은 직접 민간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활동하며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나 실행기관들 모두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탄핵정국과 맞물려 각 정부부처 및 주요 지자체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될 위기에 처해있어, 4년간 유지해온 창조경제 정책 기조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2월 1일부터 사흘동안 서울 코엑스홀에서 ‘2016 창조경제 박람회’를 개최한다.

올해 네 번째로 열리는 창조경제박람회는 13개 창조경제 관련 부처는 물론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참가기관(1687개 기관 및 기업) 이나 지원예산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행사 주관부처인 미래부는 지난해 박람회 지원에 18억원을 집행한데 이어 올해에는 이를 늘려 총 33억원을 지원했다.

2013 창조경제박람회 도전관 모습 (사진=미래부)

■대기업-벤처 상생...4차 산업혁명 신기술 전시

미래부는 이번 박람회를 ‘내일의 변화, 오늘에 담다’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창조경제 성과를 집대성할 방침이다.

올해 박람회의 특징은 스타트업-벤처, 중견 중소기업, 대학 출연연, 대기업, 정부 등 경제 추진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개방형 박람회로 추진한다. 특히 스타트업 기업들이 비용 부담없이 전시부스에 참여할 수 있는 ‘데일리 부스’를 꾸리고, 대기업-스타트업 들이 협업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 사례들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ICT 융합 기술을 소개하게 될 ‘기술혁신 존’에서는 병사용 가상훈련 시스템, 바다속 가상체험에서부터 과거 공룡시대를 VR로 구현한 ‘VR 오큘러스관’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네이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통역앱, 3D 제작 로봇 등도 체험할 수 있다.

2015 창조경제박람회에 마련된 ETRI 스포티지 자율주행차. 차량 전반에 LIDAR 센서 등이 탑재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외에도 탄소섬유를 활용한 스노보드(효성), 스마트 슈즈(LG), 눈동자 추적 글자 입력기(SK), 자율주행차 3D VR 시뮬레이터(현대기아차) 등 대기업과 중기 스타트업들이 협업을 통해 개발한 성과물도 전시된다.

미래부는 지난해 10만여명이 박람회를 찾은 만큼, 올해도 그 이상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탄행정국 ‘직격탄’...“창조경제 예산줄고, 추진동력 떨어져”

미래부는 올해 박람회에서 각 지역별로 구축된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집대성하고, 대기업-벤처 스타트업간 상생협력 성과물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다.

경제정책 성과를 전시, 홍보하는 박람회에 30여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쏟아부은 이면에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경제공약인 창조경제 4년차를 맞아, 그 성과와 의미를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창조경제 정책 기조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상 최대의 행사비를 들여 창조경제 정책을 과시하려 했던 정부 당국도, 최근 탄핵정국과 맞물려 박람회 자체가 또 다른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당장, 최순실, 차은택 등 소위 비선실세들이 창조경제 정책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창조경제 정책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최순실의 태블릿에 창조경제 타운 홈페이지 시안이 노출돼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에 비선실세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차은택도 민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으면서 지인 회사를 통해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사업을 직접 수주하기도 했다.

특히 대기업이 각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인 의도 보다는 정부의 강요나 외압이 작용했는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처럼 창조경제 정책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확보도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미래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안 9개 세부사업중에 2개 과제가 유보됐고, 매칭펀드로 자금을 지원해 온 17개 지자체중에 현재 서울, 경기, 전남 등이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정부는 창조경제 정책이 또 다른 정쟁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책 본연의 목적인 벤처-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경모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당면한 문제다”면서 “국정혼란의 와중에도 대기업-벤처 상생을 기조로 해 온 스타트업 생태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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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창조경제의 주체인 대통령이 탄핵의 대상이 되고, 비선실세들이 각종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되면서 창조경제 정책기조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고경모 창조경제조정관도 “언론 등이 기획 등을 통해 많은 의견들을 주고 있다”면서 “내년도 업무계획에 창조경제 정책의 미래전략을 다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