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64km/h로 충돌한 '신형 말리부' 승객 공간 봤더니

폐차 수준에도 A필러 손상 없어...도어 개폐·에어백 정상 전개

카테크입력 :2016/11/29 17:46    수정: 2016/11/30 07:58

정기수 기자

(인천 부평=정기수기자)29일 인천 부평 한국GM 기술연구소 충돌시험홀. 시험장 내 LED 라이트가 켜지고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서 테스트 시작을 알렸다. 곧이어 180m에 달하는 트랙 끝에서 검은 색 '신형 말리부' 한 대가 달려오는 엔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눈 앞을 지나쳐 푸른색 변형 구조물(허니컴)과 충돌했다.

이날 테스트는 신형 말리부의 운전석과 동승석에 남성용 더미(실험용 인체 모델)를 탑승시키고 시속 64km의 속도로 충돌체에 차량 정면 좌측을 부딪히는 '40% 옵셋 부분 정면 충돌 실험(40% Offset Crash Test)'으로 진행됐다. 한국 신차안전도 평가(KNCAP)와 동일한 조건이다.

테스트를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이날 시험장 내 설치된 LED 라이트의 조도는 약 16만 룩스(Lux)다. 여름철 뙤약볕이 내리쬐는 해변가의 조도가 약 18만 룩스다. 1만 프레임 단위까지 촬영이 가능한 하이스피드 카메라도 12세트가 설치돼 있다.

신형 말리부 충돌테스트 시연(사진=한국GM)

테스트를 마친 신형 말리부는 충돌한 좌측 범퍼가 떨어져 나가고 후드가 움푹 찌그러지며 엔진룸 내 25% 안쪽까지 훼손됐다. 엔진 손상이 커 폐차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하지만 캐빈룸(승객 탑승공간)은 거의 완벽하게 보호됐다. 차량 A필러(앞쪽 차대)는 부분적인 흠집만 있을 뿐 손상되지 않아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있던 더미의 자세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충돌시 A필러가 밀려나면 캐빈룸도 밀려나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이 위험해 질 수 있다.

말리부 안전성능 개발팀장인 박규일 부장은 "40% 옵셋 부분 정면 충돌 실험은 공도에서 맞은편 차량과 추돌하는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라며 "한 쪽 방향으로 충돌하는 만큼, 차체에 큰 부담이 가게 되지만 크러시존이 1차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캐빈룸 안으로 인트루젼(침범)을 최소화 해 생존 가능성을 높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캐빈룸이 버티면서 도어도 별 다른 문제없이 잘 열렸다. 도어 개폐 여부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활한 외부 구조를 위해 중요한 요소다.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도 모두 전개돼 있었다.

박 부장은 "신형 말리부는 엔진룸에서 충돌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 대시 부분 침범을 최소화해 승객 생존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더미가 입은 정확한 상해 수준은 데이터 산출에 시간이 필요해 이날 바로 객관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미 신형 말리부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이런 충돌테스트를 500여회 진행했다고 한국GM 관계자는 귀띔했다.

국산 중형세단 안전사양 비교(표=한국GM)

한국GM에 따르면 신형 말리부는 1천만 시간 이상의 시뮬레이션과 2천832건의 내부 스펙 검증을 거치며 안전성 측면에서 최적화를 일궈냈다.

한국GM 기술연구소 안전기술본부 김동석 전무는 "신형 말리부는 73%에 달하는 광범위한 영역에 포스코가 납품하는 고품질의 고장력,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한 고강도 차체설계를 통해 차체 강성을 높여 기존 모델보다 130kg 경량화를 이루면서 더 튼튼한 차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동급 최대의 8개 에어백을 탑재했으며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 저속 및 고속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FSR ACC)과 사각지대 경고시스템(SBZA), 전방충돌 경고시스템(FCA), 후측방 경고시스템(RCTA), 전좌석 안전벨트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 프리미엄 안전사양도 대거 적용됐다.

신형 말리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충돌테스트로 알려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오버랩테스트 등 다섯 개의 충돌 테스트와 전방추돌 방지 부문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획득, 가장 안전한 차를 의미하는 '2016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에 선정된 바 있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가 다음달 6일 발표되는 2016년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도 1등급을 무리 없이 획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GM 기술연구소의 더미 웨어 하우스에 마련된 더미들의 모습(사진=한국GM)

말리부를 비롯해 안전성 측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난 한국GM 차량들은 이곳 기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안전도 테스트를 거친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 기술연구소는 1996년 설립 후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 설계를 위한 첨단 시험 시설의 집약체로 발돋움 해왔다"고 말했다.

국내 법규는 물론 전 세계 NCAP(신차 안전도 평가)을 만족하는 글로벌 차량 개발을 위해 국제 기준을 만족하는 시설 및 전 연령대의 탑승자를 고려한 다양한 테스트 더미를 운영 중이다. 각종 실험을 위해 5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연구실은 모의 충돌 실험인 슬레드 테스트와 충격의 정도를 기록하는 사람모양의 인형인 더미를 보관하는 더미 웨어 하우스, 에어백 전개 테스트, 차체 강성 및 충격 테스트, 보행자 안전 테스트 실험실로 현존하는 모든 차량 안전도 테스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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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더미 웨어 하우스에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총 60세트에 달하는 다양한 더미가 보관돼 있다. 내년부터 한국 신차 안전도 평가에 적용되는 더미의 경우 가격이 7억원을 넘는다. 나머지 더미들 역시 평균적으로 3~5억원을 호가한다. 정밀 조정을 거쳐 부품 교체 후 재활용되지만, 안전도 기준 변경에 따른 사양 변경이나 버전 업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이 투여된다.

한편, 국내에서 이뤄진 말리부의 공개 안전 테스트는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GM은 2012년 1.5톤(t) 무게의 쇠공으로 말리부 측면을 강타하는 실험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바 있다. 이듬해에는 말리부 위에 대형 컨테이너를 얹는 루프 강성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컨테이너의 무게는 개당 3.9톤이었으며, 하단에 덧댄 400kg의 철판을 합하면 총 무게는 16톤에 달했다. 당시 말리부는 이러한 무게 압박에도 완벽하게 탑승 공간을 유지하는 차체 강성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