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위기론, 왜 자꾸 나오는 걸까

"내년 이후 위기" 전망도…문제는 '아이폰 이후'

홈&모바일입력 :2016/11/25 17:04    수정: 2016/11/27 09: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권불십년’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10년 가는 권력 없다는 의미다.

여기 10년 동안 ‘혁신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기업이 있다. 다들 ‘힘들다’고 할 때 과감하게 내놓은 제품이 대박 신화를 만들어냈다. 2007년 아이폰을 내놓은 이래 세계 최고 기업 자리를 굳게 지켰던 애플 얘기다.

그런데 요즘 애플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아이폰 이후’가 영 허전한 탓이다. 선발투수가 7회까지 완벽하게 막아주고 내려갔는데, 마지막 두 이닝 책임질 투수가 없어서 고민하는 격이다.

이런 얘기하면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그 얘기도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 여전히 애플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에도 스마트폰 시장 전체 수익의 91%를 혼자 챙겼다.

애플 매장. (사진=씨넷)

■ 지난 회계연도 때 15년 만에 첫 매출 감소

그런데도 쓸데 없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엔 오펜하이머의 앤드류 우에르크위츠가 ‘경고장’을 보냈다. 월가 대표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우에르크위츠는 “애플이 2018 회계연도 이후엔 힘든 10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고로 애플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시작된다. 따라서 우에르크위츠의 분석대로라면 애플은 2017년 10월 시작되는 2018 회계연도 때 성장을 한 이후엔 꽤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내년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혁신적인 신모델’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우에르크위츠의 분석 역시 애플이 ‘차세대 혁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기반 서비스, 메시징 같은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

여전히 애플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아이폰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이 삐걱하는 순간, 애플호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연히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기업에게 ‘위기 운운’하는 건 지나치게 박정한 것 아니냐고. 그럼 애플만 못한 기업들은 시종일관 위기인 거냐고?

물론 충분히 타당한 의문이다. 실제로 기술전문 투자자인 로저 맥나미 같은 사람은 우에르크위츠의 분석에 대해 ‘낚시질’이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이제 고성장이 매우 힘든 규모에 도달했다는 게 맥나미의 생각이다. 따라서 애플 같은 기업에게 AI시대를 선도할 용기가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맥나미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애플은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흥미로운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아이폰 이후 10년, 아이패드 이후 7년째 히트작 실종

이런 배경을 깔고 한번 살펴보자. 컴퓨터 기업 애플이 변신 신호탄을 처음 쏘아올린 것은 2001년이었다. 그해 애플은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선보였다. 이후 음악스토어인 아이튠스를 내놓으면서 디지털 음악 혁명의 불씨를 만들었다.

아이팟이 시들할 무렵 애플은 아이폰이란 또 다른 혁신 제품을 내놨다. 당시 애플 내부 사정을 연구한 여러 저술들에 따르면 아이팟은 디지털 음악 시장을 지키려는 노력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그 무렵 이미 컴퓨터에서 디지털음악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애플은 ‘스마트폰 혁명’에 위기의식을 느꼈다. 자신들의 텃밭인 디지털 음악 시장조차 스마트폰에 흡수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처음 스티브 잡스가 염두에 둔 것은 AT&T같은 대형 통신사와의 제휴였다.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자 직접 스마트폰을 만드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게 지난 10년 동안 애플을 책임진 아이폰이었다.

애플 주요 제품 출시 년도. 아이폰 이후 10년, 아이패드 이후 7년 여 동안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이후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했다. 아이폰 출시한 지 3년 뒤인 2010년 아이패드를 선보인 것. 아이패드는 한 때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듯했던 태블릿 시장을 새롭게 살려내면서 또 다른 혁신 아이콘 역할을 했다.

그 때이후 지금까지 7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애플은 아직 이렇다 할 ‘넥스트빅싱’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익숙했던 애플과는 어딘지 동떨어진 모습이다.

물론 그 사이 애플 나름대로 몇몇 성과물을 내놓긴 했다. 애플 워치와 애플TV가 바로 그것들이다. 각각 웨어러블과 스마트TV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혁신 제품으로 고안된 것들이다.

하지만 잘 아는 대로 이 제품들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몇 년 동안은 혁신 제품 역할을 했던 아이패드와 달리 둘 모두 나오자마자 곧바로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 올들어 주가 6% 하락…나스닥은 평균 5% 상승

숫자로 따져봐도 요즘 애플은 살짝 심각해 보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올 들어 애플 주가는 6% 하락했다. 투자자들에게 120억 달러 가량의 배당금을 주고, 또 290억 달러어치 자사주 매입에 나섰음에도 주가 하락은 막지 못했다.

애플 주가만 보면 상황을 짐작하기 힘들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5% 가량 상승했다.

그 뿐 아니다. 애플의 오랜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도 13%나 상승했다. 한 때 ‘모바일 시대 적응 실패자’란 비아냥을 들었던 MS 조차 두 자릿수 주가 상승을 기록할 때 애플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다보니 ‘점진적 개선형’ 관리자인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에 의심의 눈초리를 들이대기도 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포천은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은 행크 아론 같은 홈런 타자였다. 하지만 팀 쿡 시대가 5년 째로 접어들면서 ‘똑딱이 타자’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꾸역 꾸역 ‘타율’은 유지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실종된 타자 같은 존재란 비아냥이다.

애플은 지난 9월 마감된 2016 회계연도에 ‘15년 만의 매출 감소’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 3분의 2를 책임지는 아이폰 연간 매출도 12%나 줄었다.

최근 애플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은 전성기라 끝날 무렵 MS와 흡사하다. 여전히 적잖은 수익을 올리는 애플에 대해 ‘위기론’을 들이대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 애플워치 등 기타 부문 매출 증대 '희망적'

물론 애플에 호의적인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 전문가로 아심코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호레이스 데디우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 이외 분야에서 꽤 선방하고 있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회계연도에 음악 스트리밍과 모바일 앱스토어가 포함돼 있는 서비스 부문 애플이 22%나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전년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기타 부문 매출도 11% 증가했다. 기타 부문에는 애플워치, 애플TV와 비츠 오디오 제품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애플은 최근 3년 동안 연구개발(R&D) 쪽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뭔가 나올 때가 됐다는 얘기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에 연결한 뒤 증강현실(AR) 이미지를 보여주는 디지털 안경을 개발 중이란 루머가 꽤 강하게 나오고 있다.

애플 카플레이. (사진=씨넷)

최근 가상현실(VR) 붐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궁극적인 경쟁 포인트는 AR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애플은 이런 흐름에 꽤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헬스케어 쪽에 애플의 유력한 ‘넥스트 빅싱’ 후보다. 메릴린치의 왐지 모핸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조만간 헬스케어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과연 애플은 '혁신 아이콘' 위치 계속 유지할까

과연 애플은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걸까? 아니면 또 다른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중인 걸까?

이 질문에 대해선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애플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건 분명하단 점이다.

팀 쿡 역시 투자자들에게 “애플의 혁신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건강하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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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점이다. 그리고 얼마나 인상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이냐는 부분이다. 애플로선 아이폰의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히트작을 내놔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특별했던 애플’은 기억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