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와 보험의 만남…"군살 빼고 알차게"

보험테크 관심 늘어…IT-스마트폰 접목 활발

인터넷입력 :2016/11/25 09:53

손경호 기자

국내 핀테크 분야에서 보험은 미개척지였다. 보장 내역이 중복된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망보험금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보험료를 부담해야하는 경우도 흔했다.

당장 내 보험으로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 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국내서도 보험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효율적이지 못했던 보험업계 구조를 바꿔나가기 위해 IT기술과 스마트폰을 보험에 접목시켜보겠다는 시도다.

레드박스라는 이름으로 베타 테스트를 거쳤던 보맵은 올해 말 중 서비스를 정식런칭한다.

국내 보험시장은 191조원 규모에 달한다. 문제는 자신의 소득 중 20%가 넘는 자금이 보험료로 나가는 반면 중도해지율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는 점이다. 실손보험의 경우도 소액 미청구 금액이 51%에 달한다. 금융민원 중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나 된다.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모바일앱 서비스를 들고 나온 곳은 레드벨벳벤처스와 디레몬이다. 이들은 각각 보맵(bomapp), 레몬클립이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들이 공인인증서를 한 번 등록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보험가입내역을 조회하고, 월 납입보험료, 보험청구가능액, 보장내역 보기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내용만 보면 보험내역에 대한 정보조회서비스로 볼 수 있지만 이 스타트업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험의 비효율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 레드박스(보맵 베타테스트 버전)을 서비스해 왔던 레드벨벳벤처스는 고객들과 좋은 보험 설계사들을 모바일앱을 통해 서로 연결해주는 '미들맨' 역할을 한다. 앱이 일종의 보험 전문 고객센터이자 중개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류준우 레드벨벳벤처스 대표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 상담 등을 보맵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보맵을 통해 검증된 믿을만 한 보험 설계사를 검증하고, 고객들이 좋은 설계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추천하는 일도 하겠다는 설명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월 1만원 보맵 사용료를 내는 대신 기존에 보험에 가입했던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다. 모바일앱을 통해 원격으로 고객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설계사를 만나야한다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쌓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효율성이 높은 새로운 상품도 추천하도록 지원한다.

보맵을 통해 모은 고객 정보들은 머신러닝을 통해 예상 보험금을 산정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각 상품별 약관분석자료(질병분류기호), 고객자료, 보험 고객 서비스 자료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레몬클립 모바일 앱 첫 화면.

이와 달리 디레몬이 서비스 중인 레몬클립을 통해 보험 분야의 의사결정 길잡이가 된다는 계획이다. 기존 보험을 조회하는 기능에 더해 고객의 이름, 주민번호, 생년월일, 자녀유무, 소득, 국민연금 가입시기 등 정보를 입력하면 온라인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디레몬은 24일 레몬클립 앱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승현 대표는 "레몬클립을 통해 정말 가입해야할 보험만 가입하도록 해주고, 지속적으로 바뀌는 나의 상황에 따라 내 보험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비효율을 고객 중심으로 바로잡아 가치를 창출하는 라이선스 없는 보험사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앞으로 레몬클립은 그동안 나온 보험상품과 달리 "선택할 수 없었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테면 회사 임직원들과 같이 서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공동으로 보험을 들 수 있도록 하고, 약속된 기간이 지나면 남은 금액은 돌려주는 등 일종의 '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고객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보험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맞춤형 보험상품을 추천해 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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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은 기존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마이크로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독일 등에서 먼저 생겨난 'P2P보험' 서비스도 국내에 출시됐다. 두리라는 스타트업이 서비스 중인 '다다익선(dadais.kr)'은 특정한 위험에 대한 보험을 원하는 이들을 모아 일정 수 이상이 모이면 보험사에 직접 보장 내용과 가격을 협상해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무사고시 최대 40%까지 보험금을 돌려주는 독일 프렌드슈어런스(Friendsurance), 자동차 보험 중 보상해 주지 않는 자기부담금을 지인들과 공유해 보험비를 낮추는 프랑스 인스피어(insPeer) 등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맞춤형으로 직접 필요한 보험을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그동안 보험상품을 통해 보장되지 않았던 반려동물을 위한 '펫보험' 등이 그렇다. 이 스타트업은 앞으로 자동차 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