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車 끝났다고?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엔진"

수입차協, 포럼 개최..."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는 부작용"

카테크입력 :2016/11/24 14:27    수정: 2016/11/24 15:41

정기수 기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와 전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디젤 엔진의 시대가 종언을 앞두고 있다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고 과학적인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정적이고 비과학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디젤 엔진이 지닌 높은 효율성이 가진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요지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디젤 자동차의 미래'를 주제로 오토모티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학계, 미디어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국내에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한 디젤 엔진의 성능과 경쟁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디젤차량 판매 비중이 높은 수입차업체들이 업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에 뒤늦게나마 공동 대응에 나선 셈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량의 비중은 60%가 넘는다.

(왼쪽부터)일본자동차수입조합 와다 마사노부 전 상무, PSA 그룹 패트리스 마레즈 부사장, 카이스트 배충식 교수, 연세대 전광민 교수, 다임러 AG 피터 루에커트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 클라우스 란트 부사장, 옌스 프란츠 책임연구원(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이날 포럼에서 배충식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기술전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디젤 엔진은 향후 30년 이상 에너지 변환기술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EA는 오는 2040년에도 여전히 자동차 수송부문 에너지 수요비율에서 디젤과 가솔린이 동일하게 33%를 차지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항공유(14%), 천연가스(11%), 전기 및 기타(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디젤을 이용한 엔진기술은 여전히 수송분야 에너지기술 중 현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기술"이라며 "고효율·저배기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망한 친환경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디젤은 현존 연료 중 제동열효율(BTE)이 가장 높다. 제동열효율은 연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가 활용 가능한 유효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을 말한다. 가솔린의 BTE가 평균 38%인데 반해 디젤은 평균 43%, 최고 5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배 교수는 "디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솔린보다 적지만 질소산화물(NOx)와 입자상물질(PM) 등이 발생한다"면서도 "최근 개발된 HCCI, LTC, RCCI 등 신연소 기술로 이들 배기배출물을 'Zero(0)'에 가까운 수준으로 저감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디젤은 새로운 엔진 연소기법, 터보차저, 초고압연료분사계 등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고효율·친환경적으로 발전돼 왔다"면서 "단순히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 엔진이 사장(死藏)돼야 하는 기술로 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젤게이트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봐야 하지만, 이로 인해 디젤 엔진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효율성을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폭스바겐 사태와 과학적 사실을 분리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포럼 사회를 맡은 전광민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디젤에서 발생하는 PM은 필터 기술로 거의 해결된 반면, NOx는 실제 도로에서 목표치 대비 4~5배 높아 이를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폭스바겐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 사태로 디젤이 오염물질을 내뿜는 엔진으로 누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의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잘못을 갖고 디젤 엔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패트리스 마레즈 PSA(푸조&시트로엥)그룹 부사장도 '효율적인 디젤을 위한 기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자동차 업계는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확실한 공통 목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디젤은 여전히 미래 이산화탄소 규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주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임러 AG의 피터 루에커트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 클라우스 란트 부사장, 옌스 프란츠 책임연구원은 '디젤차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와 그에 대한 대응 기술'을 주제로 유럽의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 역사와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또 벤츠 차량에 적용되는 디젤 엔진의 계단식 설계가 배출가스 저감 및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와다 마사노부 전 상무는 일본의 클린 디젤 발전 과정을 주제로 일본 정부의 클린 디젤 자동차에 대한 정책 및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와다 전 상무는 다만 "유럽과 달리 일본은 하이브리드차량에 각종 정부 혜택이 편중돼 있어 디젤보다 경쟁력이 높다"면서 "가장 이상적인 기술인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참석한 다른 학·업계 전문가들 역시 디젤 하이브리드가 효율성과 친환경성 모두를 만족하는 엔진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마레즈 PSA 부사장은 "디젤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에서 디젤 엔진을, 출퇴근이 이뤄지는 도심에서 하이브리드 전지를 사용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디젤 하이브리드를 양산할 경우 비용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다임러 AG 루에커트 사장은 "디젤 하이브리드는 규제 충족과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엔진"이라면서도 "당연히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코스트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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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국내외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의 발전 과정을 조명하고 업계 및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와 미래 자동차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앞으로 이 포럼을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정재희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은 "한 번의 행사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바로 바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디젤 엔진이 가진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