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vs K7' 준대형 경쟁 재점화

현대차 "내년 80% 점유율 자신"...K7과 선두 다툼

카테크입력 :2016/11/23 09:10    수정: 2016/11/24 14:41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IG)'의 출시로 준대형세단 시장 경쟁이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그랜저는 2011년 5세대 그랜저(HG) 출시 이후 한 번도 연간 판매량에서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 선두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형제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K7'의 신차 효과와 모델 노후화 탓으로 올해 누적 실적에서는 2위에 머물고 있다.

올 1~10월 국내 준대형 누적 판매 순위는 K7이 4만5천825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그 뒤를 그랜저(4만3천502대)가 바짝 쫓고 있다. 이어 임팔라(1만375대), SM7(6천48대)의 순이다.

신형 그랜저(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앞세워 준대형세단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에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판매량 확대는 물론 내친 김에 선두 탈환까지 기대하고 있다. 우선 초반 분위기는 탔다. 신형 그랜저는 이달 초 사전계약에 돌입한 이후 영업일 기준 14일 만에 2만7천여대가 넘는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 이광국 부사장은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약 3주간 실시된 사전계약에서 신형 그랜저는 2만7천491대의 계약고를 올렸다"면서 "이는 현대차 창사 이래 출시 차종 중 사상 최대 기록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만큼 상승세에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차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국내 시장에서 신형 그랜저를 연간 10만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7의 올 10월까지 누적 판매량(4만5천825대)은 물론, 같은 기간 구형 그랜저의 누적 판매량(4만3천502대)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신형 그랜저의 연간 판매 목표인 10만대를 월별로 환산하면 약 8천300여대다.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 전체 규모가 월 1만여대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이 부사장은 "그랜저는 준대형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해왔고, 신형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준대형 시장이 함께 커왔다"면서 "신형 그랜저가 역동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을 갖췄고 가격 역시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된 데다, 30~40대 젊은 층의 유입이 늘고 있어 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형 그랜저 디젤 2.2 모델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신형 그랜저는 지난 2011년 1월 출시한 5세대 모델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6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내·외관 디자인은 기존 모델에 비해 큰 폭으로 변경됐다. 파워트레인은 K7과 공유하지만, 실주행 영역에서의 주행성능과 효율성을 K7보다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면부에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시그니처 '캐스캐이딩 그릴'과 볼륨감 있는 후드, 주·야간 모두 점등되는 가로 라인의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다. 측면부에는 두 개의 독창적인 캐릭터 라인이 배치됐고, 후면부는 기존 모델의 헤리티지를 물려받은 리어램프로 기함(旗艦)'에 걸맞는 외관을 갖췄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은 "헌치라인(측면 앞좌석 창문 밑에서부터 뒷좌석 창문 밑까지 부각된 선) 등 몇 가지 라인만으로 먼 거리에서도 신형 그랜저라는 것을 단 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이상엽 상무는 "신형 그랜저는 중후함과 역동성을 잘 조합한 디자인으로 전체적으로 흠잡을 게 없다"고 자평한 뒤, "특히 전면부에 적용된 캐스캐이딩 그릴은 강인하고 웅장한 인상을 주며, 후면부 테일램프의 수평 구조는 야간에 특별한 일루미네이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형 그랜저 가솔린 3.0 모델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엔진 라인업은 ▲가솔린 세타Ⅱ 개선 2.4 GDi ▲가솔린 람다Ⅱ 개선 3.0 GDi ▲디젤 R2.2 e-VGT ▲LPG 람다Ⅱ 3.0 LPi 등 총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이중 가솔린 3.0 모델과 디젤 2.2 모델에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중 가솔린 3.3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을 더해 총 6가지 라인업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Hyundai Smart Sense)'도 최초로 적용됐다. 현대 스마트 센스에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보행자 인지 기능 포함)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이 포함됐다. 내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적용된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도 추가된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경쟁 차종으로 K7을 비롯해 한국GM 임팔라, 르노삼성 SM7 등 국산 준대형세단과 닛산 맥시마, 토요타 아발론, 포드 토러스 등 4천만원대 수입 준대형차량을 꼽았다.

■신형 그랜저와 K7, 선택은?

신형 그랜저의 최대 경쟁 모델은 사실상 K7과 임팔라, SM7로 압축된다. 그외 나머지 모델들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극히 적다.

우선 이들 모델 모두 준대형 차급을 뛰어넘는 차체를 갖춘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임팔라의 전장은 5천110mm로 동급 최대 사이즈다. 국산 경쟁 준대형 세단들에 비해 100mm 이상 길다. 신형 그랜저의 전장은 기존 모델보다 10mm 늘어나긴 했지만 4천930mm다. 임팔라보다는 180mm 짧고, SM7(4천995mm)과 K7(4천970mm)에도 못 미친다. 전폭은 K7과 SM7이 1천870mm로 가장 넓다. 이어 신형 그랜저 1천865mm, 임팔라 1천855mm 순이다.

다만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는 휠베이스(축거)는 K7(2천855mm)과 신형 그랜저(2천845mm)가 가장 길다. 임팔라는 2천835mm, SM7은 2천810mm다.

올 뉴 K7 리미티드 에디션(사진=기아차)

연비는 신형 그랜저와 K7의 우위다.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신형 그랜저 2.4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11.2km/ℓ다. K7 2.4 가솔린과 11.1km/ℓ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임팔라 2.5 가솔린은 10.5km/ℓ, SM7 2.5 가솔린은 10.2km/ℓ다. 디젤 모델만 따지면 신형 그랜저가 더 앞선다. 신형 그랜저 디젤 2.2 모델의 복합연비는 14.8km/ℓ다. K7 2.2 디젤은 14.3km/ℓ다. 임팔라와 SM7은 디젤 모델이 없다.

성능도 배기량이 달라 수치상으로 비교 우위를 따지기는 힘들다. 신형 그랜저 3.0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의 힘을 발휘한다. K7 3.3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0kg·m의 힘을 지녔다. 임팔라 3.6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309마력, 최대토크 36.5㎏·m의 성능을, SM7 3.5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3.7㎏·m의 성능을 각각 보유했다.

그마나 배기량 편차가 적은 모델을 보면 신형 그랜저 2.4 가솔린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6kg·m의 성능을 낸다. K7 2.4 가솔린은 190마력, 최대토크 24.6kg·m로 신형 그랜저와 동일하다. 임팔라 가솔린 2.5는 최고출력 199마력, 최대 토크 26.0kg·m다. SM7 2.5 가솔린은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24.8kg·m다.

신형 그랜저와 K7 2.2 디젤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지녔다. 동력성능은 같지만 연비는 신형 그랜저가 앞서는 셈이다. 임팔라와 SM7은 디젤 모델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다.

현대차 박상현 중대형 총괄PM(이사)은 "신형 그랜저는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을 구분하지 않고 준대형 차급에서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개발했다"면서 "특히 실사용 영역에서의 운전성과 동력성능을 높이기 위해 3.0 모델의 경우 기존보다 마력을 소폭 하향했고, 전 엔진의 연비를 향상시켜 일상에서의 출퇴근은 물론 주말 나들이에도 최적화된 성능과 연비를 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쉐보레 임팔라(사진=한국GM)

신형 그랜저의 판매가격은 가솔린 2.4모델 3천55만~3천375만원, 디젤 2.2모델 3천355만~3천675만원, 가솔린3.0 모델 3천550만~3천870만원, LPi 3.0모델 2천620만~3천295만원이다.

가솔린 2.4 모델 기준으로 옵션 등을 감안하지 않고 기본 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신형 그랜저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 K7 2.4 가솔린은 3천90만원, 임팔라 2.5 가솔린은 3천587만원, SM7 2.5 가솔린은 3천430만원이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이 35만~532만원가량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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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형 그랜저의 초반 돌풍에 K7도 한정판으로 맞불을 놨다. 어렵게 탈환한 준대형시장 선두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기아차는 신형 그랜저의 출시 하루 전날 '올 뉴 K7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고, 5천대 한정 판매에 들어갔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2.4와 3.3 가솔린, 2.2 디젤에 트림별 선호 사양과 상위 트림 주요 사양을 기본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의 경우 고객 충성도가 워낙 높은 데다, 풀체인지 모델에 대한 신차 효과로 한동안 꾸준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