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 가이드라인…'선대출' 문제 쟁점 부상

투자 한도와 함께 정부와 업계 입장 차이 뚜렷

인터넷입력 :2016/11/17 11:30    수정: 2016/11/17 11:30

손경호 기자

"반드시 투자자 먼저 모은 뒤에 대출을 해줘야한다" vs "대출 먼저 집행하고 투자자를 모아도 상관없다"

지난 2일 금융당국이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로 일명 '선대출'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국, 영국 등에서 먼저 등장하기 시작한 P2P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새로운 투자수단이 필요한 투자자들과 대출상환능력은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은행대출이 어려워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차입자(대출자)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핀테크 서비스다.

이를 집행하는 곳을 'P2P대출 플랫폼' 혹은 'P2P대출 중개업자' 등으로 부른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중금리 대출회사'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기존 대부업체 및 은행과 P2P대출 플랫폼을 구분하는 것은 신용도 평가방법과 대출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이 이뤄졌던 탓에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있는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이들이 많았다.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P2P대출 플랫폼이 미리 대부업 자회사나 연계된 저축은행, 은행 등을 통해 대출을 집행한 뒤 확보한 대출채권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선대출 방식을 허용할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P2P대출 플랫폼은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 IT기술을 활용한다. 신용등급 외에도 여러가지 데이터 분석 방법을 활용해 차입자의 신용도를 더 정교하게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 8%~10% 이내 중금리 수준의 대출을 집행한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의 투자한도를 얼마로 해야 하는 지의 문제와 함께 최근에는 선대출 금지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P2P대출 플랫폼은 대부업 자회사나 연계된 저축은행, 일반 은행 등을 통해 차입자를 선별해 먼저 대출을 집행한 뒤에 투자자를 모집한다.

일반적으로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이를 차입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 정상적인 프로세스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에서 P2P대출 플랫폼과 이와 연계된 금융사(P2P플랫폼의 대부업 자회사 혹은 저축은행, 일반은행)가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P2P대출 플랫폼은 투자자와 차입자를 중개해주는 역할만 해야지 연계된 금융사를 통해 미리 대출을 집행하는 당사자로 나서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재 개인신용대출을 위주로 하는 P2P대출 플랫폼은 대개 대부업 자회사를 통해 이러한 선대출 후 투자자 모집 방식을 쓴다. 업계는 이 같은 방식이 오히려 투자자들을 보호하면서 차입자들에게 빠르게 대출을 집행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P2P대출이 대중화된 미국, 영국 등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P2P대출 플랫폼은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이들 중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만 대부업 자회사를 통해 대출을 집행한다. 이를 통해 대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담은 대출채권이 발생한다. P2P대출 플랫폼은 이렇게 확보한 수많은 대출채권에 투자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투자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자체 평가한 신용등급, 금리나 만기 등이 서로 다른 다양한 대출채권에 분산투자한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차입자에 대해 플랫폼이 1차적으로 사전 여신 심사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이렇게 선별된 차입자들에 대해 분산투자를 할 수 있게 되므로 오히려 '묻지마 투자'를 할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P2P플랫폼이 대출을 중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부업 자회사나 저축은행, 일반 은행 등 연계된 금융기관을 통해 직접 자사 자금으로 미리 대출을 집행하게 되면 그만큼 위험부담을 떠안게 되지 않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가이드라인에서는 선대출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16일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P2P대출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여러 주장이 오갔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하주식 과장은 "P2P대출 플랫폼이 일반적인 대부업체와 구분되는 것은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스스로 투자결정을 내리게 해주는 것"이라며 "선대출은 플랫폼이 중개업체 역할을 하다가 필요할 때는 여신업체로 변신하겠다는 부분은 원하는 규제나 혜택만 받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그는 또 "굳이 다른 금융사들과 대출속도로 경쟁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새로운 신용등급 평가 방법을 활용해 중금리로 차입자들을 설득하고, 적정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이 주최한 P2P대출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에서도 선대출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

이에 대해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업계에 대해 믿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P2P대출중개'가 아니라 'P2P금융'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P2P대출 플랫폼이 단순히 중개만 해준다는 뜻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없애고 중금리 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라며 "한국P2P금융협회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19.9%로 금리를 제한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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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선대출을 전면금지하는 방안은 업체들 다 문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어느 정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신청했다가도 대출이 나가지 않은 사이 고금리 대출을 받아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선대출을 금지 방안에 대한 개선책으로 P2P대출 플랫폼과 연계된 대부업 자회사나 은행 혹은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신들의 자금으로 선대출을 허용하되 약 2달 간 선대출을 통해 대출채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판매가 완료되지 않았을 경우 선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