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차단 확산에 대처하는 구글의 자세

미국 씨넷 "구글, 크롬엔 광고차단 탑재 안할 것"

컴퓨팅입력 :2016/11/15 13:28

브라우저 사용자를 위한 온라인 광고 차단 기술이 확산 추세다. 웹서핑을 하는 동안 성가신 광고를 안 보는 게 일단 편하고, 프라이버시 위협이나 데이터 및 전력 소모 부담도 덜어 주기 때문이다. 애드블록플러스(ABP)같은 프로그램이 무광고 웹서핑 툴로 인기다. 구글 크롬이든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든 모질라 파이어폭스든 ABP를 브라우저 확장기능으로 부릴 수 있다.

[☞관련기사: 원치 않은 디지털 광고 차단 열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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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브라우저 개발업체는 확장기능을 넘어 자체 온라인 광고 차단 기능을 품고 있다. 지난해 애플의 iOS 기반 모바일 사파리가 이를 시작했다. 오픈소스 크로미엄 기반의 오페라 브라우저도 자체 온라인 광고 차단 설정을 갖췄다. 확장기능 깔 필요 없이 스위치만 올리면 광고를 차단한다. 크로미엄 기반의 또다른 브라우저 '브레이브'는 아예 이런 기능을 켜진 상태로 제공한다.

[☞관련기사: iOS9용 사파리, 광고 차단 기능 추가]

[☞관련기사: 모질라 공동창립자, 크로미엄 기반 새 브라우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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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크롬 브라우저에선 얘기가 좀 달라진다. 앞서 말했듯이 크롬 사용자들이 확장기능으로 광고를 차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이 크롬에도 직접 탑재되길 기대할 수 없다. 지난 10일 미국 씨넷에 따르면 구글은 크롬에 내장형 광고차단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셈이다. 구글도 광고차단 기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고 공감하나, 문제를 '생태계' 관점에서 풀어나가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참조링크: Google won't build ad-blocking feature into Chrome]

온라인 광고가 웹서핑 환경에서 대체로 성가시다는 점에는 구글도 동의한다. 보도에서 구글의 다린 피셔(Darin Fisher) 크롬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광고 분야에 많은 도전이 있고, 잘못된 방식도 많다고 느낀다"면서 "퍼블리셔와 광고주가 제대로 된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한다면 사용자와 생태계를 위해 훌륭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이를 방증한다.

피셔 부사장이 '잘못된 방식(wrong ways)'이라 표현한 문제는 광고를 처리하느라 웹의 사용자 경험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온라인 광고는 로딩 속도를 떨어뜨리고, 기기 배터리를 소모하게 하고, 불필요하게 모바일 데이터를 더 쓰게 만들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때때로 유해 소프트웨어를 퍼뜨린다. 방문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다린 피셔(Darin Fisher) 구글 크롬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그러나 피셔 부사장의 발언에는 퍼블리셔와 광고주가 사용자 경험에 더 나은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차단할 수밖에 없는 광고를 방치하는 것도, 차단 기능 확산을 조장하는 것도, 산업 생태계에 도움이 안 된단 뉘앙스다. 여기엔 온라인 광고와 방문자에게 과금을 하지 않는 무료 웹서비스가 공생관계라는 전제가 깔렸다.

크롬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 알렉스 코모로스크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광고차단 기능을 그보다 앞서 등장해 점차 사용자들에게 확산된 '팝업차단'에 빗댔다. 팝업차단도 확산하면서 그에 의존하던 일부 웹사이트를 사라지게 했지만 이젠 모든 브라우저에서 지원된다. 코모로스크는 "웹은 생태계"라며, 이 생태계는 웹사이트 운영자의 우선순위와 사용자의 우선순위에 균형이 잡혀야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다. 광고 차단 기능을 쓰는 방문자가 많을수록 웹사이트의 수익성은 나빠진다. 이는 운영자들이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광고를 게재하도록 만든다. 고수익 광고일수록 사용자 경험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게 문제다. 결국 수익성에 매몰된 사이트는 스스로도 방문자들에게 광고 차단 기능을 쓰도록 유도한다. 사이트의 수익은 더 나빠지고, 이에 불쾌한 광고를 게재할 유인만 더 커진다. 악순환이다.

구글은 이런 광고시장의 문제를 덜어내기 위해 온라인 광고에 관련된 표준 제정에 협력할 목적으로 결성된 '더 나은 광고 연합(Coalition for Better Ads)' 설립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페이스북, 뉴스코프, 워싱턴포스트 등 퍼블리셔와 유니레버, 프록터앤갬블(P&G) 등 광고주와 미국 인터넷광고협회 '인터랙티브애드버타이징뷰로(IAB)' 및 미국 광고주협회(ANA)도 협력한다고 한다.

[☞참조링크: Global Online Media Leaders Join Forces to Improve Consumer Ad Experience ? Coalition for Better Ads]

구글은 크롬으로 광고차단기술과 다른 형태로 광고와 관련된 문제에도 직접 대응하려 한다. 지난 5월 광고주들이 브라우저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고 광고를 표시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 밝혔고, 8월엔 사용자가 2세대 데이터망같은 느린 인터넷을 쓸 때, 페이지에 외부스크립트를 삽입하는 'document.write()' 코드 처리를 조율해 로딩이 수십초씩 이어지지 않게 만드는 동작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참조링크: Chromium Blog: New APIs to help developers improve scroll performance]

[☞참조링크: Intervening against document.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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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구글이 기존 웹페이지를 모바일에 최적화한 규격으로 만들려고 제안한 '액셀레이티드모바일페이지(AMP)' 프레임워크에도 최근 흐름에 대응하려는 성격이 녹아 있다. 구글은 AMP를 통해 모바일에서 더 빠른 콘텐츠 로딩을 보장하며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더 '스마트 광고'와 같은 요소도 포함된다. 광고차단 기술의 표적에서 벗어날만한 대안을 염두에 둔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관련기사: 구글, 광고차단 기술 확산에 맞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