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유료방송 활성화'...권역폐지-결합규제 갈등 '첨예'

미래부 "12월 초까지는 결론 내겠다"

방송/통신입력 :2016/11/10 08:52    수정: 2016/11/10 08:54

케이블TV 권역 폐지, 동등 결합상품 출시, 지상파 별도 상품 구성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정부의 유료방송 활성화 정책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초 오는 12월 초 까지 ‘유료방송발전방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이해 당사자간, 특히 유료방송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의결조율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유료방송 발전방안 제2차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미래부는 앞서 1차 공개토론회에서 유료방송발전연구반이 제안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허가체계 개선, 소유겸영 규제 완화, 디지털 보급 확대, 요금규제 완화, 사업자 책무 강화 등이 과제로 선정돼 1단계(즉시 시행)와 2단계(디지털전환 완료후 시행)로 나뉘어서 추진된다.

연구반 제안 중 사업자간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큰 사안인 ▲케이블 권역 폐지 ▲결합상품 ▲지상파 별도상품 주제는 향후 사업자 의견수렴을 거처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2차토론회도 이견이 있는 3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유료방송발잔방안 2차공개토론회가 9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됐다

78개 케이블 권역 폐지..."케이블 헐값된다" VS "폐지 당연"

연구반은 미래부에 케이블TV 권역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쪼개고 있는 케이블TV 권역규제는 지난 20여 년간 유지되고 있다. 미래부와 연구반은 IPTV 사업자의 등장과 복수케이블사업자(MSO)의 탄생으로, 이미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전국 단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권역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료방송사들이 M&A를 하고자 할 때는 걸림돌이 되고 있어 제도 폐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면서,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도 권역별 규제다. 당시 공정위는 양사 합병이 케이블TV 권역별 지배력을 강화시켜 소비자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합병 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 과장은 “현재 경쟁상황을 정책에 정확히 반영하고자 추진하는 것이다"면서 "지난해 합산규제 도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전국기준으로 바꾼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권역 폐지가 향후 유료방송사업자간 M&A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케이블TV업계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케이블TV사업자를 대표해 나온 티브로드 최일준 상무는 “향후 M&A를 할 때 지역 사업자, 영업권, 가입자를 검토해 기업 가치를 산정하게 될 텐데 영업권이 없어지면 가치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케이블TV가 헐값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형태가 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M&A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들은 권역폐지에 찬성이다. SK브로드밴드 김성진 CR전략실장은 “이미 각 권역별로 5개 사업자(SO 1개, IPTV 3개, 위성 1개)가 경쟁하고 있다”며 “권역폐지는 현실을 반영한 정책으로 권역이 폐지됐을 때 경쟁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권역이 폐지됐을 경우, 지역성에 대한 우려가 큰데, 지역성은 권역폐지와 상관 없이 별개로 논의가 가능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동등결합, 막판 위탁-재판매 문제로 '충돌'

케이블TV 사업자가 결합상품 중심으로 변화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동등결합제도가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는데 미래부와 연구반의 의견이 일치했다.

동등결합제도는 소비자가 케이블TV 상품과 통신 사업자의 모바일 상품을 결합했을 때도, 동일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로 동등결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추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게 케이블 TV 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케이블TV 사업자들과 동등결합상품을 구성하기 위해 논의중이다. 미래부도 사업자들 간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매주 1회 이뤄지는 회의를 중재하고 있다. 그 결과, 내년 1월에는 동등결합상품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점을 찾아가던 동등결합이 쟁점사항으로 남은 이유는, 막판에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위탁-재판매 문제로 확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동등결합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SK텔레콤의 위탁 재판매가 먼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결합시장에서 케이블 존재감을 보면 전체 결합중 2.5%, 이동전화 결합은 0.3%밖에 안된다”며 공정경쟁 환경을 구축하려면 결합상품 시장을 살펴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그러면서 “결합상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업자는 SK브로드밴드로 올해 상반기에만 IPTV 순증 가입자가 28만으로 가장 많았다. 2012년부터 15년 상반기까지 순증 가입자가 180만인데 이중 이동전화 결합가입자가 90%다”면서 SK텔레콤 진영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김성진 CR전략실장은 “경쟁사에서 지배력이 전이됐다고 주장하는데, SK브로드밴드 IPTV가입자는 KT의 절반 밖에 안된다"면서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치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지배력이 전이됐다면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느냐”고 반박했다.

지상파 별도 상품 구성…"소비자 알권리” VS “사업자 차별”

지상파 방송사가 매번 큰 폭의 재송신료(CPS) 인상을 요구하면서, 유료방송사업자들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미래부에 지상파 채널을 별도 상품으로 구성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지상파 별도상품'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입장이다. 더불어 요금고지서 에도 지상파 요금을 별도로 표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상파 별도 상품, 요금 표시제 모두 유료방송 가입자들에 지상파 방송이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김정수 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국장은 지상파 별도 상품과 요금 표시제가 향후 분쟁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파의 매체 파워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료방송사들이 향후 CPS 계약에서 지상파 요구 대로 쉽게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어떤 파국이 일어날지 모른기 때문에 이런 소모적인 분쟁을 줄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는 지상파 방송만 별도 상품으로 만들고 요금 고지서에 표시하는 것이 차별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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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MBC 매체전략국 부장은 “지상파는 물론 다른 PP에 얼마를 주고 있는지 또 홈쇼핑 송출 수수료로는 얼마를 받고 있는지 투명하게 되면 문제가 없다"면서 "차라리 유료방송 상세원가 공개제도가 도입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발했다.

미래부는 3가지 쟁점 이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빠르면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는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손지윤 미래부 과장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원칙을 가지고 이제 일정을 세워 추진할 단계라고 본다”며 ”유료방송산업이 성장할 단초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