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압수수색에 재계 초긴장

朴대통령과 독대 7개그룹 총수 소환 가능성 촉각

디지털경제입력 :2016/11/08 14:14

정기수 기자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나선 사정당국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미르재단 등에 기금을 출연했던 기업들을 겨누기 시작했다. 관련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8일 오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수사관들을 보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업무 관련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현대차 양재동 사옥(사진=각사)

삼성은 지난해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에 280만유로(약 35억원)의 거액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자금을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송금했지만 실제로는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말 구매 비용 등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및 그룹 수뇌부들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이후 8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삼성전자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이 향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업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이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7대 그룹 총수 간 비공개 면담을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역시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 이후 비공개로 대기업 총수 7명과 따로 면담을 갖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투자하도록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참석한 총수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면담 석달 뒤인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과 이듬해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출연했다. 삼성 204억원, 현대차 128억원, SK 111억원, LG 78억원, 포스코 49억원, 롯데 45억원, GS 42억원, 한화 25억원 등 53개 기업이 두 재단에 낸 돈은 총 744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비공개 면담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의 거론은 물론, 박 대통령이 기금 출연을 직접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 참석자들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자칫 이들 총수들의 줄소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기업들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고 있지만 회사 안팎으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이미 사내 법무팀과 외부 로펌 등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나선 그룹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한 그룹 관계자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은 좋은 취지로 진행한 기부활동"이라면서도 "검찰 수사가 이뤄진다면 사실 규명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