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저주' 시카고 컵스, 빅데이터 파워 통했다

마커리스 모션픽처+분석 통해 투수 능력 극대화

홈&모바일입력 :2016/11/07 13:35    수정: 2016/11/07 17:0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던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비결은 뭘까? 물론 2011년 야구부문 사장으로 부임한 테오 엡스타인이 팀을 잘 만든 게 1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엡스타인은 주전 1루수 앤소니 리조를 비롯한 신예 선수와 벤 조브리스트 같은 노장급을 적재적소에 영입하면서 최강의 팀을 꾸렸다.

뛰어난 선수들이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는 건 스포츠계의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또 다른 요인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시카고 컵스의 또 다른 강점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었다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옵저버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키나트랙스의 '마커리스 모션 픽처' 기술 작동 방식. 시카고 컵스는 투수들의 능력 극대화와 부상 방지를 위해 이 기술을 활용했다. (사진=키나트랙스)

■ 영화 '아바타'에 활용된 모션픽처 한 단계 개선

시카고 컵스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3D 모션 픽처 전문업체인 키나트랙스(KinaTrax)와 인도업체 아이메리트(iMerit)다.

그 중 특히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키나트랙스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키나트랙스는 2013년 설립된 신생 회사다. 이 회사는 ‘마커리스 모션 픽처’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선 탬파베이 레이스가 첫 고객이다. 시카고 컵스는 지난 해부터 키나트랙스의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키나트랙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마커리스 모션 픽처’다. 이 기술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모션 픽처 기술에 스포츠 생체공학을 결합한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 트위터 공식 계정.

영화 ‘아바타’등에 사용된 모션픽처는 배우들에게 부착한 표시장치(marker)를 통해 동작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키나트랙스 기술의 특징은 ‘표시장치 없이(markerless)’ 선수들의 동작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경기할 때 정확한 뼈의 위치와 골격 모델을 3D 영상으로 만들게 된다. 이 기술은 특히 투수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옵저버에 따르면 키나트랙스의 하드웨어는 초동 300프레임까지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는 주로 투수 정면 관중석 자리에 설치한 뒤 투수들의 동작을 촬영한다.

선발투수 같은 경우 한 경기에 100개 내외의 공을 던진다. 이 투구 장면들을 전부 촬영한 뒤 골격 구조와 위치들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 각 영상에 주석을 붙인 뒤 태그로 분류해 놓는다.

3D 빅데이터 분석 통해 투수 능력 극대화

이렇게 찍은 영상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아이메리트 미국 지사로 보내게 된다. 2012년 인도에서 설립된 아이메리트는 영상 분석 전문 소프트웨업체로 유명한 곳이다.

이 회사는 키나트랙스 영상을 토대로 데이터를 생성한 뒤 각 투수 신체의 핵심 지점을 포착한 뒤 신체구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모형으로 분류한다. 현재 아이메리트는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250명 가량을 분석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옵저버가 전했다. 이렇게 축적한 자료는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거나 부상을 방지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시카고 컵스 홈 구장인 리글리필드. (사진=위키피디아)

이를테면 투수의 성적이 부진할 경우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와 비교해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이런 분석은 영상을 사람 눈으로 분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게 아이메리트의 주장이다.옵저버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시카고 컵스가 이 시스템을 상대팀 투수의 약점을 분석하고 자기 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적극 활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시카고 컵스가 정규 시즌에서 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는 데는 탄탄한 선발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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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엔 존 레스터처럼 자유계약(FA)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못지 않게 카일 헨드릭스나 제이크 아리에타처럼 다른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가 시카고 컵스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선수들이 없었더라면 108년 동안 이어져 온 염소의 저주를 풀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 밑거름이 된 것이 바로 ‘마커리스 모션 픽처’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이란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