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대법원 소송 2주…어떻게 돼가나

구술변론은 한 차례만…"삼성 쪽 유리" 전망 많아

홈&모바일입력 :2016/10/25 10:48    수정: 2016/12/07 10:1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기의 대법원 디자인 특허 소송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삼성과 애플이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디자인 특허 상고심 첫 공판을 했다. 이날 양측 변호인들은 각각 30분씩 구술변론을 하면서 대법원 판사들의 질문에 답했다.

삼성의 상고 신청으로 성사된 이번 소송의 쟁점은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부분.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하 3억9천900만 달러에 달하는 삼성의 디자인 침해 배상금 상당액이 감액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양측이 첫 공판을 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추가 공판을 한 적도 없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리고 있는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왜 그런걸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국 대법원 소송에선 구술 변론은 30분씩 한 차례만 하도록 돼 있다. 변론이 끝난 뒤에는 구술변론 녹취록과 음성 파일도 공개한다.

대법원 판사들은 구술 변론과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판결을 하게 된다. 판결은 9명의 대법원 판사 전원이 참여하며, 과반수를 넘긴 쪽이 승소한다.

■ "항소심이 제조물품을 스마트폰 전체로 생각한 건 잘못"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한 가지 있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관은 8명 밖에 없다. 올초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자리를 아직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이번 재판 판결이 4대 4로 나올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인정된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선 최소한 5대 3 판결은 나와야만 승소하게 된다. 대법관 한 명 공석이 삼성에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승소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이 부분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구술 변론 당일의 분위기와 질문 상황 등을 종합해서 추론해 볼 순 있다.

미국 대법원 전문 사이트 스카터스 블로그나 USA투데이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구술 변론 분위기가 삼성 쪽에 다소 유리하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 판사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람이 올초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사진=미국 대법원)

이번 재판의 쟁점은 디자인 특허의 기본 단위인 ‘제조물품(article of manufacture)’ 적용 범위다. 제조물품성이 스마트폰 전체에 적용되는지, 아니면 스마트폰의 일부 부품에만 적용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전자로 판단될 경우 ‘제품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삼성에 부과된 배상금은 합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반면 후자로 판명날 경우 해당 부품의 기여도를 바탕으로 배상금을 새롭게 산정해야 한다. 그럴 경우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1심 재판을 또 해야 할 수도 있다.

스카터스블로그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일단 항소법원이 ‘제조 물품’을 판매된 제품으로 보는 일괄규정을 적용한 것은 잘못됐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같은 의견이었다. 그 부분만 해도 삼성에겐 큰 소득인 셈이다.

결국 관건은 디자인 특허가 적용되는 ‘물품(article)’을 규정하는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선 삼성과 애플의 주장이 엇갈렸다.

애플은 삼성이 하급심에선 단 한차례도 ‘물품’이 스마트폰 전체가 아닌 다른 부분을 지칭한다는 얘길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물품이 스마트폰 자체가 아닌 다른 것을 의미한다는 증거를 제출한 적도, 관련 변론을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은 6차례에 걸쳐 그 부분을 문제 삼았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고 맞섰다.

■ 대법관들, 애플 변호인에 더 집중적으로 질문

특히 콜롬비아 로스쿨 펠로우인 아담 펠더맨이 운영하는 대법원 전문 블로그 엠피리컬스코터스는 구술변론 내용 분석을 토대로 “대법관들이 하급심을 뒤집을 의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 근거 중 하나로 대법관들이 구술변론 도중에 한 ‘질문의 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대법관들은 자신이 반대하는 쪽 변호사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엠피리컬스코터스 분석에 따르면 알리토 대법관이 삼성과 애플 측 변호인들에게 각각 4회씩의 질문을 했다.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삼성 측 변호인에게 5회, 애플 측에 4회로 비슷했다.

긴스버그 대법관이 삼성에 4회 질문을 한 반면 애플엔 한번만 질문했다. 이들 외에 나머지 대법관들은 대체로 애플 쪽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

삼성 측 캐서린 설리번 변호사. (사진=씨넷)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애플에 2회 질문한 반면 삼성엔 질문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케네디 대법관과 브라이어 대법관 역시 애플엔 각각 5회, 4회씩 질문했지만 삼성 쪽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카간 대법관 역시 애플 측에만 한 차례 질문을 했다.

USA투데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 역시 미국 대법관들이 구술 변론에서 대체로 삼성 쪽에 조금 더 치우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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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들이 구술 변론을 토대로 최종 판결을 하게 된다. 현지에선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으론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지연되더라도 대법원 상반기 회기가 끝나는 내년 6월 전에는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