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V20 품질 테스트 현장 가보니…

떨어뜨리고 깔고앉고…5천시간 가혹한 테스트

홈&모바일입력 :2016/10/20 10:16    수정: 2016/10/20 10:29

정현정 기자

“LG V20은 사실 ‘밀스펙’을 갖춘 스마트폰이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V20’이 출시된 이후 사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 밀스펙은 밀리터리(Military)의 ‘밀’과 ‘사양’을 뜻하는 스펙(specification)을 합성한 말로 미국 국방부의 군사표준 규격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V20은 이러한 밀스펙의 최신 표준 규격인 ‘MIL-STD(Military-Standard)-810G’ 수송 낙하 테스트(Transit Drop Test)를 통과한 제품이다. 단순히 떨어뜨렸을 경우 파손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온도 변화에 따른 충격과 외부 오염에 대한 내구성 등 까다로운 인증 기준이 존재한다.

군인들이 훈련이나 전쟁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의미가 되는 동시에, 각기 다른 기후에서 생활하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일상생활 중에 제품을 떨어뜨리거나 비를 맞고, 찜질방에 가지고 들어가거나 깔고 앉아도 쉽게 고장이 나지 않는 스마트폰이라는 의미도 된다.

이 같은 사실과 함께 V20을 사정없이 떨어뜨리는 낙하 시험 영상도 화제가 됐다. V20은 공개 초기부터 카메라와 오디오 성능에만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튼튼한 내구성이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셈이다.

월 33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평택 공장 ‘LG 디지털 파크’에서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V20'를 생산하는 모습. 이달 말 'V20'의 북미 출시를 앞둔 LG전자 직원이 공장 라인에서 'V20' 생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떨어뜨리고, 깔고앉고…인정사정 없는 내구성 테스트

군용 낙하테스트를 통과했다는 V20의 내구성은 생산 과정을 보니 이해가 갔다. 국내 V20 생산라인은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LG 디지털 파크’ 내 G2 동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 거점이다. 그 중에서도 G2동 3층에 위치한 ‘제품 인정실’에서 V20의 ‘밀스펙’이 완성됐다.

제품 인정실은 신모델의 완성도를 시험하는 곳으로, 실사용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함으로써 품질 수준 향상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내구성, 안전, 성능, 수명에 관한 시험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규격시험 등 다양하고 엄격한 심사를 진행한다.

LG전자는 제품별로 약 5천시간 동안 여러 가혹한 조건에서 각종 테스트를 실시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은 출시되지 못한다. 이 기간 중 총 1천여 항목 품질 테스트가 진행되며, 품질 기준만 6만여개에 이른다. 각 테스트는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가속 시험으로 최장 5천시간까지 진행한다.

품질 테스트는 크게 하드웨어와 관련된 시험과 소프트웨어 관련 시험으로 나눠진다. 하드웨어 관련 시험은 신뢰성 시험, 무선주파수, 오디오, 화질, 환경, 규격 등에 대한 테스트로 다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신뢰성 시험의 경우 낙하, 충격, 구부리기, 비틀기 등의 내구성 항목을 테스트한다. 예를 들어,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 대비한 ‘잔충격 시험’의 경우 스마트폰에 만 회 이상 가벼운 충격을 가해 성능을 검증한다. 사람이 제품을 깔고 앉았을 때 터치 인식률 저하, 외관 변형 등을 검증하는 ‘인체 하중 시험’은 성인 평균 몸무게의 1.5배 정도의 무게로 테스트 한다. 환경 시험의 경우 낙수테스트와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극한의 온도 및 습도 변화에 대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소비자 사용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메신저 사용 중 통화를 한다거나 다른 기능을 사용할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등을 측정한다.

3층 제품 인정실에 들어서자 V20가 들어있는 약 1미터 높이의 투명한 사각 통이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연속 낙하 시험’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연속낙하 시험은 제품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해 내구성에 이상이 없는지 검증하는 시험이다. 수백 회 이상의 연속 낙하 시험을 통해 소비자가 휴대폰 사용 중에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충격에 대비한다.

그 옆에서는 V20 ‘낙하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낙하 시험은 휴대폰을 자유 낙하 시켜 특정부위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제품의 구조적 결함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연구원이 V20를 시험기에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자 V20가 철판 바닥위로 사정없이 떨어진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V20의 후면 커버와 배터리가 분리된다. 소비자가 통화를 하거나 손에 들고 다니는 상황을 고려한 높이에서 철판 바닥에 떨어진 V20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다. 전원을 켜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V20은 항공기, 요트 등에 주로 쓰이는 알루미늄(AL6013)과 가볍고 충격흡수에 뛰어난 실리콘-폴리카보네이트(Si-PC, Silicone Poly-Carbonate) 소재가 적용됐다. 또 탈착식 구조로 충격을 나눠 흡수한다.

‘가속 수명 시험실’에는 삼면을 가득 채운 휴대폰의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속 수명 시험실은 소비자가 장기간 휴대폰을 사용할 때 성능이 저하 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곳이다. LG전자는 이 테스트에 특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AP나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테스트 하도록 설계 됐다. 가속 수명 시험실의 휴대폰은 24시간 풀 작동하며, 하루에도 수백 회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한다.

■나사 하나 조이고도 테스트…생산라인 절반이 품질점검 공정

월 330 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평택 공장은 LG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심장부 이기도 하다. LG 디지털파크 G2 동 4층에는 6개의 V20 생산라인이 위치해있다. 이달 말 V20 북미 출시를 앞둔 LG전자는 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1개 라인에서 하루 4천대 가량의 스마트폰이 생산된다. 국내에서만 하루 약 2만4천대 가량의 V20이 생산되는 셈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거점인 평택 외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생산 기지인 중국 옌타이, 칭다오, 베트남 하이퐁 , 중남미지역 내수 생산을 전담하는 브라질 따우바테 등 총 4개국 5개지역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

생산라인 입구에는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워시룸이 있다. 생산라인을 출입하려면 누구나 강력한 바람이 몸에 붙은 이물질을 털어내는 이 공간을 거쳐야 한다. 방진가운과 덧신을 착용하고 에어워시룸(Air Shower)을 통과하면 5,000㎡의 넓은 공간에 열을 맞춰 늘어선 23개 조립라인을 볼 수 있다. 각 조립라인 앞에는 직원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이 곳 최종 조립라인은 24시간 클린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1ft³(평방피트) 당 미세먼지 수가 외부의 수백 만분의 일에 불과한 1만개 이하로 유지된다. 비밀은 미세 오염물질 흡진 시스템에 있다. 천정에서 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공장 안의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내린 후, 환기 시스템을 통해 자동 방출시켜 휴대폰에 작은 이물질이라도 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한다.

제품의 조립부터 검사, 포장까지 생산의 모든 공정이 한 번에 이뤄지는 최종 조립라인은 10여가지 공정 중 테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설 만큼 테스트 중심의 생산라인이다. 약 27미터 길이의 조립라인 중 10미터는 테스트를 위한 각종 장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모듈화된 부품을 조립해 세트를 만들면서 각종 기능검사가 함께 이뤄진다. 스마트폰에 나사 하나를 체결하더라도 완료 후에는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식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수 백 가지의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다. 조립된 세트는 마이크, 스피커, GPS, NFC 등 기본적인 부품의 특성을 검사하는 ‘MITS(Multi-function Integrated Test system)’ 공정을 거친다. 이후 각종 센서와 터치 드로잉 등 감성적 판단이 필요 없는 항목을자동화 설비로 검사하는 ‘추가 기능검사(Additional Function Test)’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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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영상, LCD 디스플레이 등의 기능은 사용자 관점에서 감성적 판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검사하는 ‘사용자 기능 테스트(User Function Test)’를 진행한다. 이후 제품은 무선감도 측정, 라벨 부착, 모바일 ID 입력 등의 공정을 거친다. 최종적으로 불량여부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최종 검사(Final Inspection)를 마치게 되면 포장라인으로 이동하게 된다.

LG전자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 이병주 전무는 “품질에 대한 완벽을 기하기 위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개발 중인 제품의 테스트,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이 철저하고 집요하게 품질 최우선주의를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