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분의 1'만 고집…구글 요구 괜찮나

지도반출 결정 때 '정밀정보' 요구 새 쟁점 부상

인터넷입력 :2016/10/18 17:23    수정: 2016/10/19 14:58

황치규 기자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승인 여부가 오는 11월 23일 결정될 예정된 가운데, 1대 5000 정밀 지도 반출만 고집하는 구글 요구가 '오버'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1:25000 정보로 웬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한국에선만 1대 5000의 정밀지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1:25000 지도는 국내서도 해외 반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지도반출 허용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11월 정부 협의서 새 이슈로 급부상 전망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당초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입장을 8월에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11월 23일로 연기했다.

8월 구글 지도 반출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쟁점은 '룰'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구글이 원하는 1:5000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한국 정부가 국내 업체들에 요구하는 '룰'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지도 데이터와 구글 위성 사진을 결합할 경우 주요 시설들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따라서 민감한 위치는 사전에 가리는 '블러'(blurred) 조치를 취해야 반출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을 보여왔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위성 사진 서비스를 할 때 정부가 요청한 시설을 삭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이었다. 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에 서버를 직접 두고 하라는 국내 업체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인프라 운영 정책상 불가능하다는 게 구글의 논리였다.

구글지도의 위성사진 모드로 본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와 주변 지역.

이런 가운데 새로운 쟁점이 불거져 나왔다. 구글 지도 반출과 관련해 11월중 열릴 예정인 정부 부처간 협의체 회의에선 위성 사진 블러처리와 서버 구축에 이어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 정보의 정밀도 문제도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끝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구글이 다른 국가에선 1:25000보다 낮은 축적 지도를 가지고도 지도 서비스를 하면서, 유독 한국에서 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전세계 199개국에서 자동차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규제 때문에 부가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도의 정확도를 보면 국가들마다 제각각이다. 모든 나라가 1:5000 정보를 구글에 제공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신 의원은 “5000분의 1 정밀 지도 데이터는 우리 영토의 정보 자산이자 안보 자산”이라며 “국내법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에게도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구글에 제공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 의원은 국감을 통해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한 반출 승인 신청서에서 “모든 나라들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구글의 주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셈이다. 자체 조사 결과 5000분의 1 지도 데이터를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을 뿐더러 규제하고 있는 나라들도 여럿이라는 것이 신 의원 주장이다.

"2만5000분의 1 정보로도 서비스 가능"

한국은 1:25,000 영문판 수치 지형도를 해외에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국제 사진측량 및 원격탐사 학회(ISPRS)가 2013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자동차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중 1:25000 축척 지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나라도 많다.

국내 포털 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 조사 등에 따르면 구글이 그동안 주장하던 ‘자동차 길찾기 서비스’가 가능한 199개 국가 중에는 현재 한국 법 아래서도 반출 가능한 1:25000 축적보다 질 낮은 지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99개 국가 중에는 한국 현행법이 해외 반출을 허용하고 있는 1:25000 축적 지도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나라가 많다. 하지만 구글은 이들 국가에도 부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부가 기능을 제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구글코리아 임재현 총괄은 올해 국감에 참석, 1대5000 지도가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각 나라마다 축척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며 “본사 지도팀 이야기를 듣기로는 1:25000 지도 가지고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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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는 "구글은 국내 지도 서비스 사업자와 동일하게 1:5000 축척 지도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국내법에 따라 지도데이터 반출을 신청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구글 지도는 최대한으로 확보 가능한 지도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라별, 지역별, 도시별로 1:50,000 축척부터 1:25,000, 1:5,000, 그리고 심지어 1:1,000 등의 축척이 섞여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지도 반출 이슈를 총괄하는 국토지리정보원은 오는 11월 중 정부 협의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고 그전에 구글과의 사전 협의를 10월안에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