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공백…"살 폰도, 팔 폰도 없다"

소비자, 대체품 없어 관망…시장 냉각될 듯

홈&모바일입력 :2016/10/13 16:27    수정: 2016/10/13 16:28

정현정 기자

갤럭시노트7 생산과 판매 중단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갑작스런 공백이 생기면서 삼성전자와 통신사 및 유통점, 소비자 등 모든 주체들의 고민이 커졌다.

갤럭시노트7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은 물론 사용 중이던 갤럭시노트7을 당장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7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포트폴리에서 이탈하면서 에이스를 잃게 된 삼성전자는 연말 스마트폰 시장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면서 일단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7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첫 날인 13일 유통 현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교환과 환불이 원칙적으로 최초 구매처에서 진행되는 만큼 각 유통점들은 지금까지 개통한 갤럭시노트7 이력을 확인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날 점심시간까지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홍대에 위치한 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우리 매장에서 교환·환불을 진행해야하는 갤럭시노트7만 100대가 넘는다"면서 "현재까지는 한 명의 고객이 방문해 갤럭시S7으로 교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1차 리콜 때는 하루에 50명씩 와서 업무 마비 상태였는데 이번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은 관련 문의 전화만 몇 건 있었을 뿐 아직까지 내방 고객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판매한 고객들에게 문자와 전화로 교환을 안내했지만 바꿀폰이 없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갤노트7은 최고의 스마트폰, 대체품이 없다"

당장 연말까지 갤럭시노트7을 다른 기종을 교환해야하는 소비자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갤럭시노트7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성능에 홍채인식 같은 신기능으로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를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경우 갤럭시S 시리즈와 달리 대화면과 S펜에 대한 충성도 높은 수요층이 존재했던 만큼 화면이 상대적으로 작고 스타일러스펜 기능이 없는 갤럭시S 시리즈나 아예 운영체제가 다른 아이폰 시리즈로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 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계속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거나 내년에 출시될 차기작을 기다리겠다는 의견이 상당수일 정도다.

한 갤럭시노트7 사용자는 "대화면에 필압을 감지하는 스타일러스를 장착한 패블릿을 갤럭시노트 말고 어디에서 찾겠느냐"면서 "가능하다면 내년에 갤럭시노트8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계속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 한 판매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은 갤럭시S7이나 갤럭시S7 엣지를 고사양, 최신 스마폰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가격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하위 기종으로 옮기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면서 "아이폰7이 곧 출시되지만 안드로이드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아이폰7을 구매할지 의문이어서 대안폰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2014년 9월 출시돼 2년 약정 만료로 교체 시기를 맞은 갤럭시노트4 사용자들의 경우 더욱 고민이다. 노트 시리즈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지만 지난해 나온 갤럭시노트5를 선택하자니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채택하지 않았고 출시 시점도 일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쉽사리 구매 결정을 하기 어렵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매장에 찾아온 갤럭시노트4 사용자들이 갤럭시노트7을 구입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살 스마트폰이 없다고 토로한다"면서 "1년이나 지난 노트5를 사기엔 아깝고 갤럭시S7은 화면이 작고 펜이 없는 데다 LG 스마트폰은 갤럭시노트 대체재로는 약하다는 결론 끝에 현재 사용 중인 노트4를 조금 더 써야겠다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에 포착된 블루 코랄 색상 갤럭시S7 엣지 후면 케이스 (사진=삼성VN)

■'에이스' 잃은 삼성전자, 갤럭시S7에 화력 집중

삼성전자는 일단 상반기 전략폰 갤럭시S7에 마케팅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주요 매장 홍보물과 광고를 갤럭시S7으로 대체하고 생산량도 늘릴 방침이다. TV 광고와 달리 빠른 대체가 가능한 라디오 시보 광고의 경우 이미 단종 결정 다음날인 12일부터 갤럭시S7으로 대체가 됐고, 옥외 광고나 전광판 교체에 앞서 주요 매장의 갤럭시노트7 홍보물도 갤럭시S7으로 바뀌었다. 갤럭시S7 시리즈와 함께 갤럭시A와 J 시리즈 등 보급형 기종 생산량도 늘리는 동시에 마케팅도 확대한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것은 우선 신규 색상 출시다. 갤럭시노트7에 처음 포함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블루 코랄 색상을 갤럭시S7에 접목할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 IT 매체 삼성VN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블루 코랄 색상 갤럭시S7 엣지 케이스 사진을 공개했다. 상단에는 미국 1위 이통사 '버라이즌' 로고가, 하단에는 갤럭시S7 엣지라는 모델명이 적혀있다.

갤럭시S7 시리즈가 이미 출시 6개월이 지난 비교적 구형 제품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홍채인식 등 핵심 기능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신기능을 탑재하려면 제품 설계를 다시 해야하는데다 이에 대한 검증을 마치려면 빠른 시일 내 출시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제품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색상 추가 등을 통해 신제품 이미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갤럭시S7용 부품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출시되고 나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 생산량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를 성수기 수준으로 끌어올려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차액 환불을 감수하고라도 갤럭시A나 갤럭시J 시리즈까지 염두에 두고 자사 제품 교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최대 경쟁작 아이폰7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교환·환불을 진행하는 모든 고객에게 3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모바일 이벤트몰 이용 쿠폰을 증정하는 동시에 11월 30일까지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7 엣지, 갤럭시S7, 갤럭시노트5로 교환하는 고객에게는 통신 관련 비용 7만원도 추가로 지급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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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으로 이미 수 조원의 손실을 입은 만큼 마케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마트워치 '기어S3'를 갤럭시S7 구매 사은품을 지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갤럭시노트7 초기 구매 사은품이었던 기어핏2에 비해 금액대가 높고 제품 가치 하락 우려가 있는 사은품 지급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고가 인하 등 가격 정책에도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당장 없는 만큼 기존 제품 마케팅에 고심 중"이라면서 "시장 수요와 경쟁 제품들의 가격 정책을 참고해서 전략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