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어 HW까지…구글, 천하통일 노리나

삼성·애플과 직접 경쟁…AI가 미래 키워드

홈&모바일입력 :2016/10/05 14:46    수정: 2016/10/05 15:11

정현정 기자

구글이 하드웨어(HW) 경쟁에 본격 참전했다.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자신들의 모든 소프트웨어 역량을 새 하드웨어에 담았다.

당장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생태계에 또 다른 경쟁 상대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구글이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애플이다. 또 인공지능(AI)을 핵심 축으로 구글이 모바일, 가상현실(VR), 스마트홈을 아우르며 구축할 새로운 생태계에도 이목이 쏠린다.

구글은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고 5종의 하드웨어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날 공개된 신제품은 최초의 진짜 '구글폰'이라고 부를 수 있는 픽셀 및 픽셀XL과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구글 홈', 4K 전송 기능을 갖춘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 울트라', 유무선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뷰'다.

구글이 선보인 스마트폰 '픽셀'과 '픽셀XL' (사진=씨넷)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노리는 '픽셀'

가장 관심을 끈 기기는 역시 픽셀 스마트폰이다. ‘픽셀’과 ‘픽셀XL’은 각각 5인치와 5.5인치 QHD(2560x1440) 해상도 AMOLED 디스플레이, 스냅드래곤821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여기에다 4GB 램(RAM), 32GB와 128GB 내장메모리, 후면 1천230만화소, 전면 800만호소 카메라, 각각 2770mAh와 3450mAh 배터리, USB 타입C 커넥터, 지문인식 기능, 안드로이드7.1 누가 운영체제 등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췄다.

성능이 높아진 만큼 가격도 껑충 뛰었다. 픽셀 32GB가 649.99달러(약 73만원), 픽셀XL 32GB 769.99달러(약 86만원)으로 높였다. 지난해 선보인 넥서스5X와 넥서스6P가 각각 379달러와 499달러부터 시작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애플 신제품 아이폰7 649달러, 아이폰7 플러스 769달러와 동일한 가격이다.

무엇보다 픽셀이 그동안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이었던 ‘넥서스’와 차별화되는 점은 구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계했다는 점이다. 생산만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에 맡겼다. 애플이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을 생산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구글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놨던 넥서스폰은 그 해 내놓은 차세대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스마트폰이자 안드로이드 개발자들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기준을 제시하는 레퍼런스 폰 역할을 했다.

HTC(넥서스원), 삼성전자(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LG전자(넥서스5, 넥서스5, 넥서스5X), 모토로라(넥서스6), 화웨이(넥서스6P) 등 넥서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구글은 최신 운영체제만 제공하고 기기 설계와 생산은 제조사들이 맡았다. 때문에 넥서스 스마트폰에는 넥서스(nexus) 브랜드와 함께 제조사 로고가 함께 자리했다.

하지만 픽셀의 경우 구글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를 모두 맡고 제조사는 주문 생산만 맡았다. 기기 후면에는 구글(G) 브랜드 로고만 들어가고 제조사인 HTC 로고는 빠졌다. 이 때문에 픽셀 시리즈가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에서 구글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첫 제품으로 인식된다.

그동안 넥서스 스마트폰이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장 빨리 사용할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반면 픽셀은 고가로 책정돼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와 같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자적인 iOS 생태계를 가진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직접적인 경쟁자가 생긴 셈이 됐다.

구글이 79달러짜리 가상현실 헤드셋 '데이드림 뷰'를 선보였다. (사진=씨넷)

■ VR부터 스마트홈까지…구글표 하드웨어 봇물

이날 픽셀 스마트폰과 함께 소개된 '데이드림 뷰'는 구글이 처음 선보이는 가상현실 헤드셋이다. 가볍고 부드러운 패브릭 소재를 택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79달러(약 8만3천원)으로 삼성전자나 오큘러스 등 경쟁 제품보다 저렴하다.

또 구글은 유무선 공유기 신제품 '구글 와이파이'도 함께 내놨다. 기존 라우터인 온허브(OnHub)의 업그레이드 제품이다. 스마트폰용 무료 앱을 설치하면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싱글팩은 129달러, 3팩은 29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원통형 스피커인 구글홈은 ‘아마존 에코’처럼 집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인공지능 비서다. 구글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과 각종 스마트홈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스피커와 마이크를 내장하고 있어서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을 걸면 날씨 확인, 일정 확인, 가전 제품 제어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스마트폰 화면을 TV 화면으로 전송해주는 크롬캐스트 신제품이다. 기존 크롬캐스트는 풀HD(19201080) 디스플레이만 지원했지만 신제품은 4K 해상도까지 지원하며 양대 HDR 표준인 'HDR10'과 '돌비 비전'도 지원한다.

이로써 구글은 모바일(픽셀)부터 스마트홈(구글홈), 가상현실(데이드림), 하드웨어 기기와 인터넷에 관문 역할을 하는 와이파이 시스템까지 연결되는 플랫폼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 어시스턴트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구글 하드웨어 사업 부문 수장인 릭 오스텔로는 이날 “소비자들은 그들이 매일 사용하는 제품들과 강한 감정적인 연대를 느낀다”면서 “지금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출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통형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 (사진=씨넷)

■하드웨어 시장 넘보는 구글 노림수는?

업계에서는 모바일 운영체제와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구글이 ‘메이드 바이 구글’ 슬로건을 앞세워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구글이 직접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하반기 주력 상품인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리콜 사태로 주춤한 시점에서 구글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미국 언론들의 분석도 나온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 전략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구글이 이날 선보인 신제품은 하드웨어지만 핵심은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에 있다. 구글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는 픽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관통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고 말을 건 뒤 음성 명령을 내리면 가전 제품을 제어하거나 일정을 잡아주고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준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 세상에서 'AI 퍼스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는 릭 오스털로 역시 이날 신제품들을 소개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계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인공지능을 강조했다.

그동안 구글은 꾸준히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타진해왔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때 스마트폰 제조에 직접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이를 레노버에 다시 매각했다. 지난해 초에는 개인용 스마트안경 구글글래스 보급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모듈형 스마트폰 '아라(ARA)' 프로젝트도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넥서스와 크롬캐스트, 픽셀C, 온허브, 구글글래스 등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하드웨어 관련 부서를 모아 하드웨어 제품 전담 부문을 신설하고 릭 오스털로 전 모토로라 대표를 영입해 수장을 맡기면서 본격적인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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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모든 제품들 역시 릭 오스털로가 이끄는 하드웨어 부서에서 만들어졌다.

이날 구글의 하드웨어 신제품 발표에 대해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구글이 구글폰을 비롯한 자체 하드웨어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애플과 맞대결에 임하게 됐다"면서 "이처럼 위험 부담이 높으면서도 이익은 적은 일에 뛰어든 이유는 구글이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스스로 해야할 것'이라는 격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