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둘러싼 크라우드 펀딩의 딜레마

인터넷입력 :2016/10/05 11:57

손경호 기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분야에서 요즘 영화가 인기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중들의 관심도가 높고, 접근하기 쉬운데다 일반 기업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일반인들도 십시일반 투자해 창업 초기 기업을 함께 키우고, 성과를 나눠갖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이 같은 투자방식에 대한 대중들의 참여도가 높지는 않았다. 증권계좌가 있어야 하고, 투자절차가 만만치 않은데다가 어려운 투자용어까지 익혀야하는 탓이다.

영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다. 창업 초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성을 평가하는 대신 해당 영화가 흥행할지만 판단하면 된다.

영화 환절기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은 54명 투자자들로부터 8천590만원 펀딩을 받으면서 종료됐다.(사진=와디즈)

영화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모으는 것에 더해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할수록 이들이 홍행을 이끄는 마케터로 활동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이 되는 일이다. 흥행에 성공할지를 예상하기 힘든데다가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지 않도록 관리해야하는 책임이 따른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가 처음으로 진행했던 영화 사냥에 대한 펀딩은 스타급 배우들을 써서 하루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목표 관객수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투자자들도 투자금 대비 최대 50% 손실을 봤다. 한 때는 손실에 대한 불만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와디즈에 쏠리기도 했다.

와디즈 황인범 팀장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감독의 필모그래피, 배급사나 제작사의 성과, 해당 영화에 대한 메이킹필름, 투자 전 제작사와 시간을 갖는다던가 비공개 시사회 등을 통해 '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당초 취지와 달리 투기성 자금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어려운 점이다. 예를 들어 영화를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펀딩 투자금 목표가 1억원이라고 하면 이를 20명이 500만원씩 투자하는 것과 200명이 50만원씩 투자하는 것은 투자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소수 전문투자자 목표 금액만큼 투자를 했다면 굳이 크라우드펀딩을 찾을 필요가 없는데다가 십시일반을 통해 여러가지 피드백을 받고 나온 이익을 공유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성공 사례도 눈에 띈다. 와디즈의 경우 덕혜옹주, 올레와 저예산 영화인 환절기에 대해서도 펀딩을 진행했다. 이중 펀딩에 성공한 환절기는 가장 크라우드펀딩의 취지에 맞는 프로젝트로 꼽힌다.

황 팀장은 "영화에 대한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 이익을 실현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영화팬들이 영화가 제작될 수 있게 지원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환절기의 경우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한 개인투자자들과 이동은 감독이 만든 원작소설(그래픽노블)이 영화화 되기를 바라는 팬들이 골고루 투자에 참여했다. 십시일반이라는 크라우드펀딩의 당초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시점에서 투기성 자금에 대해서도 경계해야하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게 영화는 어떤 투자대상으로 비칠까.

와디즈는 영화 환절기를 왜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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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 시장이 외형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소재의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영화팬들에게 직접 영화를 소개하고, 제작비를 투자받아 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손익까지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