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린 V20, '프리미엄 전략' 통할까

실구매가 10만원 인상…틈새 노린 정면승부

홈&모바일입력 :2016/09/29 16:06    수정: 2016/09/30 14:15

LG전자 새 스마트폰 V20이 29일 국내 시판되기 시작했다. 출고가는 89만9천800원이다. 전작 79만9천700원보다 10만원 가량 비싸다.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 사이에서 고가 논란에 빠진 이유다.

통신업계가 판매 시작과 함께 공시한 V20 할인 지원금도 작년 V10 수준이다. 최근 팬택이나 블랙베리가 예상출고가보다 10만원 가량 높게 내놓고 그만큼 지원금을 올린 것도 아니다.

결국 추가 할인 지원금을 더한 실구매가 기준으로 보면, 50만원 안팎에서 60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이마저도 최고가 LTE 요금제를 택한 경우에 해당한다.

■ 이례적인 출고가 변화폭

고가 제품인 스마트폰은 출고가를 정하는 일에 상당한 고민이 배어있다. 출고가는 단순 판매 가격의 의미를 넘어선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체들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이다.

출고가는 서비스 가입과 함께 기기를 판매하는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구입하는 비용이다. 통신사를 대신해 고객 접점에 있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넘기는 가격이기도 하다. 아울러 가격대에 따라 제품의 포지션을 정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50만원 이하 출고가면 중저가폰이라고 부르고, 90만원대는 프리미엄폰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이런 사연 때문에 해마다 나오는 신제품이더라도 같은 시리즈 내에서 가격 변화를 크게 두지는 않는다.

실제 삼성전자가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가격은 매년 오르더라도 1만~2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애플은 큰 폭의 환율 변동이 있지 않는 한 전년 아이폰의 출고가를 유지한다. 국내에서 아이폰 출시 초기 출고가가 바뀐 적은 한번 뿐이다.

반면 LG전자 V20은 출고가를 크게 올렸다. 100만원을 넘던 혼수가전 수준에서 서서히 낮춰진 출고가 흐름을 거스른 셈이 됐다. 소비자의 구매 선택지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점을 고려해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 프리미엄폰 입지 강화 전략 통할까?

전작 V10만 하더라도 70만원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란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했다. 1년만에 이런 수식어가 사라졌다. 그것도 제조사인 LG전자가 의도적으로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를 던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열흘 정도 전부터 LG전자가 보도자료를 내고 직접 출고가를 공개한 점만 보더라도 이 가격대의 제품이란 것을 알리고 싶어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속된 적자 구조 사업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값을 올리고 마진을 높게 잡았다고 해도 제품이 많이 팔렸을 때에나 할 수 있는 소리”라며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갤럭시노트7이나 아이폰7과 비슷한 가격으로 나와 대등한 스마트폰이란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가격 정책이란 이야기다.

실제 기기의 AP나 메모리 등 기본 사양만 보면 갤럭시노트7과 같은 최신 안드로이드폰과 같다. 나아가 음악 감상 쪽에 집중해 뱅엔올룹슨 이어폰이 번들로 제공되고 수백만원대 MP3플레이어에나 쓰는 쿼드 DAC를 갖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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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프리미엄폰 입지 전략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경쟁작이 출시 전이거나 판매 재개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출시 첫 주말 시장 환경은 V20에 호재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리콜 제품 교환으로 신품 판매를 제대로 못하고 월간 가입자 유치 목표를 채워야 하는 유통점 입장에서도 V20은 꽤나 좋은 무기다.

하지만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과 맞붙었을 때는 소비자의 선택을 직접 이끌어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판매량 선두권 회사들이 모두 신제품을 내놓으면 통신사가 마케팅 재원을 고루 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