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앞둔 클린턴 vs 트럼프, IT 쟁점은?

26일 첫 격돌…보안-혁신정책 팽팽히 맞서

인터넷입력 :2016/09/26 14:40    수정: 2016/11/08 09:0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대외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주변국들도 미국 민심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눈을 IT 시장 쪽으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물론 IT는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은 아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성향이 다른 만큼이나 향후 IT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잖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은 25일(현지 시각)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IT 정책 차이를 점검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두 후보는 26일 미국 뉴욕주 헴스테드에 있는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 열리는 첫 TV 토론회를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뉴스1)

1. 사이버 보안

IT 이슈 중 대중적인 관심을 가장 많이 모으는 역시 보안 문제다. 미국에선 올초 애플과 연방수사국(FBI)가 아이폰 잠금 해제 공방을 벌이면서 개인 보안 이슈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보안 이슈에 대해 단호한 편이다. 씨넷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난 2월 사이버 보안은 “다음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은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의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선거 운동 웹 사이트에도 러시아와 중국 해커들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는 사이버 보안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은 별로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사이버 보안 문제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만 밝힌 적 있을 따름이다.

트럼프가 사이버 보안 문제로 관심을 끈 건 ‘설화’ 때문이었다. 지난 7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해커 그룹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지도부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

당시 트럼프는 러시아 측에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도 해킹하길 바란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2. 프라이버시와 암호화

클린턴은 이 부분에서 살짝 미묘한 편이다. 무엇보다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직 당시 개인 이메일로 기밀 사항을 주고 받은 것이 논란거리다.

하지만 정책 면에선 프라이버시와 암호화 간의 균형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올초 애플과 FBI가 아이폰 잠금 해제 문제로 공방을 벌일 당시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정책 공략집엔 프라이버시와 암호화 관련 내용은 없다. 하지만 그 동안의 성향을 볼 때 공공 안전 문제가 연루됐을 때는 프라이버시를 과감하게 무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미국 FBI와 애플이 잠금해제 공방을 벌이면서 프라이버시와 암호화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유튜브 캡처)

애플과 FBI 공방 당시엔 정부가 암호화된 기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 ICANN

미국의 인터넷 지배권 문제도 차기 대통령에겐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 동안 미국 상무부는 인터넷주소관리위원회(ICANN)를 통해 국제 인터넷 주소 정책에 깊이 관여해왔다.

하지만 오는 10월1일부터는 상무부가 인터넷 주소 정책에서 손을 떼게 된다. ICANN과 계약 만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 문제에 대해 “ICANN에 권한을 넘긴 것은 미래 세대들의 인터넷 개방성을 수호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보수파인 트럼프 생각은 다르다. 그는 ICANN에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완전히 넘기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인터넷을 통제해야만 한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본부. (사진=위키피디아)

트럼프는 “의회가 행동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 자유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4. 혁신

클린턴은 테크놀로지가 경제 이슈의 중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내놓은 ‘테크놀로지& 혁신 이니셔티브’ 정책집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강조했다.

이런 입장을 토대로 힐러리 클린턴은 학교 정보화 예산 지원을 통해 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보다 힐러리 클린턴을 더 지지하는 건 이런 부분과 관련이 많다.

트럼프는 혁신과 연구 개발 이슈에 대해 뚜렷한 생각을 밠힌 적은 없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창업자와 지미 웨일즈 위키피디아 창업자 등 150명의 IT 지도자들은 지난 7월 “트럼프는 혁신의 장애가 될 것”이란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5. H-1B 비자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문제도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해외 고급 인력 채용에 관심이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H-1B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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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오래 전부터 H-1B 비자 활성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특히 STEM으로 통하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공인된 연구 기관에 취업할 경우 H-1B 비자 발급 문호를 대폭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밝혀 왔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인에게 좀 더 많은 일자리를 주기 위해선 취업 비자 발급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