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진지한 소통서 희망 읽었다

4차 산업혁명 제도개선 민관소통회를 마치며

디지털경제입력 :2016/09/22 14:20    수정: 2016/09/23 15:2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은행법 규제 하나 풀지 못하면서 핀테크 기업에게 뭘 해주면 되느냐고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 전쟁에서 비대칭적 규제론 승리할 수 없다.”

지난 20일 열린 ‘한국형 4차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제도 개선이 먼저다’는 정책 소통회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지디넷코리아가 마련한 이날 행사엔 국회 4차산업혁명 포럼을 주도하고 있는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자리를 함께 했다. 국내 주요 기업과 산하기관 핵심인사 25명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평소 같으면 송 의원과 최 차관이 주로 말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들었을 것이다. 참석자들이 건의를 하기도 했을 테지만, 정관계 대표가 대화를 주도했을 것이다. 그게 일반적인 행사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소통회는 달랐다. 이날은 패널로 참석한 업계 대표들이 주인공이었다. 참석자들은 시대에 뒤진 규제 문제부터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에 이르기까지 거침 없이 비판했다.

발언 수위도 꽤 높았다. 은행법 개정 없이 핀테크 육성을 얘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강한 비판도 나왔다.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부터 클라우드 육성 정책까지 핵심을 찌른 얘기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의례적인 덕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적당히 추켜세운 뒤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비판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참석자들은 짧은 발언 시간 동안 업계의 적나라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다들 정중했지만, 단호했다.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지난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대비 민관 특별 소통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3시간 동안 계속 진행됐다. 중간에 자리 비우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다들 분초를 다투는 분들이었지만, 이날만은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면서 날선 토론을 주고 받았다.

■ 소통의 힘 확인했던 멋진 토론회

21세기는 소통의 시대라고 한다. 일방향 강의에 만족해왔던 언론도 양방향 소통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맞는 말이다. 언론들 역시 독자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게 21세기가 요구하는 미디어 모습이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독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이슈를 확대 발전시키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 소통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다. 미디어가 소통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민관 특별 소통회.

우린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민관특별 소통회를 마련했다. 그게 무서운 파고로 몰려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T 대표 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4차산업혁명은 유례 없는 속도와 파괴력으로 우리를 덮치고 있다. 기존 패러다임과 상식을 뒤흔들면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건 ‘시대 상황과 기술 수준’을 잘 살릴 수 있는 제도와 법규다.

4차산업혁명에서 소통이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건 그 때문이다.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이란 화두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독일의 힘도 바로 소통에서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독일이 4차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떠오른 데는 ‘개방형 의사소통 시스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4차산업혁명 전도사’인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지적했다. 슈밥은 “4차산업혁명은 빠른 진행속도와 광범위한 영향력 때문에 입법자와 규제 담당자들이 전례없는 강도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상황 극복을 위해선 “정부와 규제 담당 부서는 기업 및 시민사회와 밀접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가감 없는 대화가 혁신의 출발점

우리는 이날 소통회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현실을 가감 없이 얘기하는 업계 대표들과, 그 의견들을 성의껏 경청하는 정관계 참석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행사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긴장하고 가장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주최측에게 어느 정도 덕담을 섞어서 얘기했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고 듣더라도, 꽤 의미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책소통회 한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을 위해선 출발점이 필요하다. 이번 정책소통회는 그 출발점으론 부족함이 없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날 3시간 내내 성의 있게 경청했던 송희경 의원은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마무리 발언을 통해 “어떤 건 먹먹하기도 하고, 어떤 건 빨리 풀 수 있을 것도 같고, 어떤 건 힘을 합하면 함께 풀 수 있을 것도 같은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은 목청을 높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외국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함께 토론한다고 풀릴 문제도 아니다. 4차산업혁명은 글로벌 이슈일 뿐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와 정관계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대화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책 소통회는 그런 대화의 장으로 자그마한 역할을 수행한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IT 미디어로서 ‘21세기형 소통 플랫폼’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점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서 치열한 토론에 함께 해 준 모든 분들께 큰 절을 올린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가자는 다짐도 함께 나눈다.

[‘4차 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기획 시리즈]

관련기사

▶ '한국형 4차산업혁명' 관련기사 모아보기

▶ '4차산업혁명 민관 소통회' 동영상 모아보기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