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인상도 적다" 추가 파업 예고한 현대차 노조

역대 최대 손실 추산...'대체근로' 허용 강경론도 불거져

카테크입력 :2016/09/19 08:34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추석 연휴 이후 추가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7일 제23차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하며 추석 전 타결이 올해도 물 건너갔다.

노사는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 이후 재교섭에 나설 예정이지만, 절충점을 쉽사리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인당 1천만원이 훌쩍 넘는 인상안을 담은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사간 임금 인상 폭에 대한 눈높이가 크게 달라진 탓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4일 ▲임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을 도출했다. 업계에서는 추가 지급되는 성과급과 격려금만 따져도 평균 1천만원이 넘는 액수가 현대차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기본급과 성과급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고 해도 전체 임금 인상 액수는 평균 1천800만원 내외의 목돈을 손에 쥐는 수준이다.

지난 7월 19일 열린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동시파업 기자회견(사진=현대차 노조)

여기에 사측이 협상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을 우려해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철회하면서 협상 타결이 기정 사실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단이 났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찬반투표에서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반대로 잠정안은 부결됐다. 지난해 임금 8만5천원 인상과 성과금 400%+420만원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반대 이유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총 16차례 파업했다. 이로 인해 사측은 8만3천600여대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약 1조8천500여억원으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가 입은 역대 최고 파업 손실액수는 2012년의 1조7천48억원이다. 이미 올해 최고 손실액을 넘어섰다.

노조는 연휴가 끝난 뒤 추가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 16일 소식지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속보'를 통해 "추석 연휴를 넘기면 강력한 투쟁전술을 전개해 사측을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추석 연휴 이후 사측이 추가 제시할 임금안이 있다면 교섭 시기를 고민하겠지만, 추가 협상안 없이 싸움을 원한다면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지난 201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2%, 지난해에는 15.8%나 급감했다. 올 상반기 역시 1년 전보다 7% 감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평균 연봉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비교해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경영실적 악화를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요구가 여론과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며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관행처럼 굳어진 연례 파업을 막고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해 현재 파업시 금지돼 있는 대체 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 불거지고 있다.

관련기사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의 경우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지난 6일 열린 제13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과 관련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7차례에 걸친 부분파업으로 1조원 안팎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 27일 쌍용차는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했다. 이어 이달 9일 한국GM도 추석 전 타결에 성공했다. 르노삼성의 경우 잠정안 부결로 추석 전 타결에는 실패했지만 노사간 의견차가 크지 않아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