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우주선 같은 SUV' 테슬라 모델 X

[테슬라 美체험기-하] 오토파일럿 '굿'…소음 단점

카테크입력 :2016/09/19 09:35    수정: 2016/09/19 09:40

<매튜스(미국)=조재환 기자> 가깝지만 너무나도 멀게 만 느껴졌던 SUV 테슬라 모델 X를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다. (▶테슬라 모델 X 매장 리뷰 바로가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델 X는 정말 우주선 같았다. 엔진 없이 순수 전기 모터로 구동되며, 0에서 시속 60마일(약 96km/h)까지 약 3.1초만에 도달하는 상상 이상의 가속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모델 X 시승은 테슬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매튜스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뤄졌다. 매장 근처에는 주 내 도시를 이을 수 있는 고속도로가 잘 갖춰졌다. 좋은 여건 때문에 차량의 가속능력과 주행지원시스템 ‘오토파일럿(Autopilot)'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코스 길이는 왕복 약 40km 정도다. 초행길이라 테슬라 매장 직원이 추천하는 코스로 이동해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타이타늄 메탈릭 컬러가 적용된 테슬라 모델 X, 시승용으로 동원된 차량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 모델 X의 얼굴은 당연히 팰컨 윙 도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팰컨 윙 도어 방식은 문콕 현상 방지에 탁월하다. 또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승하차가 가능한 점이 매력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모델S에 없는 모델X만의 특징 ‘개방감’

모델 X와 모델 S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모터 및 배터리 사양, 실내외 디자인이 거의 동일하거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모델 X는 모델 S에 없는 SUV다운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개방감이 너무나 차이난다. 모델 X 앞유리는 차량 보닛 부분부터 천장까지 길고 고르게 배치됐다. A필러 부분이 양갈래로 나눠져 있는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보다 시원한 느낌이다.

개방감이 넘친다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햇빛 반사다. 아무리 개방감이 넘치더라도 별도 선팅 처리가 안됐다면 아무 소용없게 된다.

이에 대해 테슬라 직원은 “앞유리의 일정 부분을 별도 썬팅 처리해 햇빛 반사에 대한 피부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A필러와 B필러 사이를 잇는 썬바이저도 위치해 운전중의 눈부심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 X 뒷좌석 중앙에는 에어컨 송풍구, USB 포트 2개, 컵홀더 2개가 있다. 특히 USB 포트와 컵홀더는 모델 S에 없는 사양이다. 추운 날씨에 직접적으로 영향 받는 소비자들을 위한 서브제로 웨더 패키지, 17개 오디오 스피커가 탑재된 울트라 하이 파이딜리티 사운드 시스템등의 편의사양도 있다. 이 사양들은 모델 S에도 적용되며 전 트림 선택사양이다.

슈퍼차저, 완속충전기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 X 센터페시아 화면. 와이파이 통신 제공 유무도 파악할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운전자 조작이 편한 형태의 테슬라 모델 X 17인치 센터페시아 스크린 (사진=지디넷코리아)
운전석 개방감은 모델 X가 지닌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개방감이 좋은 구조라도 햇빛을 차단할 썬바이저는 필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모델 X P90DL 계기반 화면. P90D에 밑줄이 친 로고는 루디클로스 모드 구현이 가능한 고성능 모델이라는 뜻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안정적인 ‘오토파일럿’, 모터 소음 느끼기 힘들어

시승에 동원된 모델 X는 P90DL로 0에서 시속 60마일(96km/h)까지 약 3.1초만에 도달할 수 있는 ‘루디클로스(ludicrous)'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이다. 모델 X는 고객 선택 사양에 따라 5,6,7인승까지 시트를 만들 수 있는데 시승한 모델은 7인승 시트 구조를 갖췄다.

본격적인 시승 전, 테슬라 매튜스 매장 주차장을 한바퀴 돌며 회생제동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브레이크 페달 의존 없이 가속 페달 조절만으로 생긴 마찰 에너지로 배터리의 충전을 돕는 것이 바로 회생제동 시스템이다.

별도의 회생제동 시스템 조작 없이 시험해본 결과, 모델 X는 내연기관 차량 오너들이 쉽게 적응할 정도의 회생제동 능력을 갖췄다. 순간적인 배터리 충전을 위해 ‘울컥’하는 느낌을 주는 기존 전기차에 비해서는 부드러운 편이다.

매장 내 주차장 두 바퀴를 돌며 회생제동 시스템에 대한 적응을 하고 도로에 들어갔다. 동승한 테슬라 직원은 “근처에 485번 고속도로가 있는데 오토파일럿 능력을 테스트 하기에 알맞은 조건”이라며 기자를 해당 도로로 안내했다.

그의 말대로 485번 고속도로는 오토파일럿 테스트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차량 통행이 어느 정도 있으며, 제한 속도는 70마일(약 112km/h) 수준이기 때문에 차간 거리 조절이나 오토스티어(스티어링 휠 자동 조절 기능) 테스트를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오토파일럿을 실행한 다음, 잠시 스티어링 휠을 잡은 두 손을 떼고 어떻게 주행지원이 되는지 테스트 해봤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스티어링 휠 좌측 아랫부분에 위치한 레버를 위쪽으로 두 번 당기면 실행된다. 계기반 클러스터에 차선 인식 또는 오토스티어 작동 준비가 됐다는 표시가 나올 때 실행이 가능하다. 차선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도로나 오프로드 등에서는 오토파일럿 기능이 실행되지 않는다.

이날 모델 X P90DL 차량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발표한 ‘오토파일럿 8.0’ 신형 버전이 탑재되지 않았다. 해당 차량은 오토파일럿 7.0 버전 중 정기적인 OTA(Over The Air) 업데이트를 마친 상태였다.

오토파일럿이 탑재된 모델 X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차선유지를 위해 단순한 주행지원만을 해주는 여느 차량의 주행지원시스템과 차원이 달랐다. 차선 중앙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며 커브길 주행도 부드러웠다.

오토파일럿 차간거리 조정은 총 7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약 3단계 정도로 조절이 가능한 현대기아차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과 큰 차이가 있다. 테슬라 직원은 “운전자 취향에 따라 차간거리 선택 폭을 넓혔다는 것이 오토파일럿이 가진 장점”이라며 “우리는 운전자들에게 차간 거리 설정을 5~6단계 정도로 맞춰놓으라고 추천한다”고 밝혔다. 단계가 높아지면 앞차와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토파일럿에 더해져야 할 기능은 아직 많다. 시승 도중 고속도로 가장 우측 차선에서 오토파일럿을 실행했는데, 이와 동시에 램프 도로 측 차량이 빠르게 본선으로 합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전방 차량과 좌우 차선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지만, 램프 진입 차량의 움직임을 빠르게 감지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를 잠시 밟고 수동 운전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 램프 진입 차량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보다 완벽한 오토파일럿이 구현되지 않을까 싶다.

테슬라 직원은 “우리는 시승 고객이나 차량 구매 희망 고객에게 오토파일럿 자체를 자율주행 기능이 아닌 주행지원 시스템임을 인지시킨다”며 “아무리 스티어링 휠이 자동 조절된다고 해도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하며 전방 주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토파일럿이 실행되더라도 운전자는 전방 주시 의무를 지켜야 하며, 스티어링 휠을 잡아야 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모터 소음 느껴지지 않은 정숙성, 상대적으로 큰 에어컨 소리 단점

오토파일럿을 체험한 후, 일반 도로에 진입해 차량의 정숙성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모델 X P90DL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250마일(약 402km, 미국 환경보호청 인증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도로 주행 습관에 따라 주행가능 거리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서울과 부산을 오고가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청각에 예민한 소비자라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모터 소음이 거슬릴 것이다. 특히 정차를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가속 페달을 밟을 때는 모터 구동음을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기자 역시도 모터 관련 소음에 예민한 편이다. 아직까지 내연 기관 차량이 내는 엔진음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모델 X는 모터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가속이나 정차시에도 ‘윙’하는 느낌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대신 주행시의 노면음은 들려오지만, 이는 어느 자동차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모델 X 내부 센터페시아 부근에는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1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버튼 대신 화면으로 채워진 센터페시아형 디자인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도 인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대신 큼지막한 화면 위주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주는 단점도 있다. 화면 비중이 커질수록 주변에 위치한 에어컨 송풍구의 크기가 작아질 수 밖에 없으며, 에어컨 작동시 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에어컨 소리에 예민한 소비자라면, 이점을 참고해야 한다.

구글 위성맵이 호환되는 테슬라 모델 X. 이 위성맵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빠르고 조용한 전기 SUV,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 변화시킬까

시승을 마친 후, 테슬라 직원은 매장 주변 주차장에서 ‘루디클로스 모드’를 직접 시연했다. “우리는 느린 차를 만들지 않는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을 그대로 전해주기 위해서다.

“자 갑니다. 하나, 둘, 셋”

이 카운트가 끝나자 마자 모델 X는 정신차릴 틈새도 없이 순식간에 시속 60마일까지 도달했다. 온몸이 뒤로 빠질 정도로 루디클로스 모드의 성능은 상상을 초월했다. 빠른 가속능력을 원하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루디클로스 모드가 적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주행지원이 되는 오토파일럿, 소음이 느껴지지 않는 듀얼모터, 루디클로스 모드가 합쳐진 모델 X는 마치 우주선을 직접 조종하는 기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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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모델 X를 타려면 약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현재 테슬라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위해 모델 S와 모델 X의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아직 모델 X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 공인 주행거리, 연비, 보조금 지급 여부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2017년 하반기에 우리나라에 상륙될 예정인 모델 X는 향후 BMW, 재규어 등과 함께 전기 SUV 패권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13만5천500달러(약 1억5천250만원, P100D 기준)에 달하는 프리미엄 전기 SUV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할지 앞으로 지켜봐야겠다.

테슬라 매튜스 매장에 세워진 모델 X(사진=지디넷코리아)